향기메일

게시물 상세보기

윤형근님 작품-Burnt Umber-Ultramarine Blue Oil on Linen

향기지기 2005. 02. 05. 오전 12:00
6511

-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그림이 말을 한다면 어떨까? -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림에게 귀를 기울여보자.

1. 그가 스며든다.
나는 화가 윤형근이 탄생시킨 그림이다. 내가보는 그는 ‘자연을 아는 사람’이다.
그가 처음 나를 대할 때 물끄러미 보는 눈빛에서 욕심이나 문명 속의 계산이
없음을 알아채었다. 하지만 연한 갈색 빛의 마포 천으로 둘러싸인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을 때면, 나는 그가 뭘 생각하고 뭘 하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무한한 자연을 쉽게 알지 못하듯….

그는 보통 이렇게 나를 대한다.
나를 보고 한참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어두운 빛의 액체를 내 몸에 바른다. 그리 묽지도 진하지도 않은 이 액체는 내 몸의 일부분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넓게 발려진다. 냄새도 느껴진다. 유화물감을 녹이는데 쓰이는 테레핀 기름의 냄새다. 냄새가 나쁘지는 않다. 계속 맡으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듯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깨달았다. 그가 내 몸에 바르는 액체가 유화물감이며, ‘울트라마린 블루’라는 푸른색과 ‘번트 엄버’라는 태운 암갈색
물감이 혼합되어 어두운 빛깔을 내고 있다는 것을. 그가 넓이 20센티미터 가량의 큰 붓에 이 혼합물감을 흠뻑 묻히고 내 몸에 가져다 적신다. 사실, ‘그린다’
거나 ‘칠한다’는 말보다 ‘적신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물감 용액의 양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나를 대할 때 온몸을 던지듯 하는 행위, 아니 태도에서
적! 신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내 몸을 짜고 있는 마포섬유질 사이사이로 물감용액이 타고 들어온다. 쿨한 느낌, 아니면 뭔가 밀려오는 파도 같기도 하고 약간의 기름기도…. 하여튼 이 액체는 붓을 갖다댄 부분에서 1~2센티미터씩
가장자리로 번져간다. 기름기가 있는 촉촉함이랄까, 이 스며드는 기분은 나밖에 모른다. 물감이 스며드는 이 동작은 마치 그가 내게로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슬픔, 기쁨, 좌절, 희망, 고독, 환희 들은 서서히 내 것이 되어간다.


-山輔 정종구 씀-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댓글 19개

김성근 2013. 01. 16. 오전 11:25

좋은 그림과 글 감사합니다...

이유정 2014. 03. 15. 오후 11:46

잘봤습니다.

겨울산 2015. 03. 02. 오전 12:17

무슨 뜻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차기자 2015. 03. 02. 오전 12:38

두개의 검은 벽 가운데 통로.

림 2016. 07. 31. 오후 05:42

슬픔, 기쁨, 좌절, 희망, 고독, 환희들은 서서히 내것이 된다.

서윤 2016. 08. 09. 오후 01:08

둥그런 기둥 두개쯤은 있어야 합니다.

김산우 2016. 12. 08. 오전 09:44

우리가 보고 있는 그림이 말을 한다면 어떨까. 무슨 대화를 나눌까.

종 2017. 08. 27. 오후 02:41

무한한 자연을 쉽게 알지 못하듯 그는 보통 이렇게 나를 대한다.

자영 2017. 10. 22. 오전 09:26

그가 나를 대할 때 온몸을 던지듯 하는 행위, 아니 태도에서 적! 신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내 몸을 짜고 있는 마포섬유질 사이사이로 물감용액이 타고 들어온다. 쿨한 느낌, 아니면 뭔가 밀려오는 파도 같기도 하고

국 2017. 10. 24. 오후 09:35

하여튼 이 액체는 붓을 갖다댄 부분에서 1~2센티미터씩 가장자리로 번져간다. 기름기가 있는 촉촉함이랄까, 이 스며드는 기분은 나밖에

김국환 2018. 01. 11. 오전 11:21

어렵네요.

윤 2018. 10. 24. 오후 05:41

그의 슬픔, 기쁨, 좌절, 희망, 고독, 환희 들은 서서히 내 것이 되어간다.

한 2018. 10. 25. 오전 08:17

내 몸을 짜고 있는 마포섬유질 사이사이로 물감용액이 타고 들어온다.

수동 2018. 12. 10. 오전 11:13

나를 보고 한참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어두운 빛의 액체를 내 몸에 바른다.

김산성 2019. 02. 18. 오전 10:23

신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내 몸을 짜고 있는 마포섬유질 사이사이로 물감용액이 타고 들어온다

정강석 2020. 07. 05. 오후 02:55

내 몸을 짜고 있는 마포섬유질 사이사이로 물감용액이 타고 들어온다

임승모 2020. 07. 06. 오전 11:56

물감 용액의 양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나를 대할 때 온몸을 던지듯 하는 행위

자오 2023. 07. 30. 오전 12:55

동작은 마치 그가 내게로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행복이 2025. 03. 26. 오후 03:26

슬픔, 기쁨, 좌절, 희망, 고독, 환희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