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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작가님의 작품 1

향기지기 2005. 06. 18. 오전 12:00
6001


봄 타령한 지 얼마나 됐다고, 시원한 바람이 그립습니다.
골목길을 걸어도, 진즉 꽃이 시들해진 장미덩쿨이
담장 너머에 만든 작은 그늘을 찾습니다.
참 간사한 마음입니다.
마루에 앉아 햇빛이 짜증나게 눈부시다고
부단히 성을 내보기도 합니다.

작은 잔이 있습니다.
검은 초록이 짙은 앞산에서 쏴아 하며 소나무 잎 사이를 스쳐
대청마루로 들어옵니다.
친구와 말없이 앉아 어설프게 차를 만듭니다.
곱게 우러난 차를 작은 잔에 따랐습니다.
역시 색은 만들었지만, 어설픈 솜씨가 차 맛은 제대로가 아닙니다.

문득 잔에 눈이 갑니다.
꼭 텁텁한 차 맛처럼 생긴 것도 그렇고,
대청마루 친구와 앉은 풍경과도 적당히 어울리는 잔입니다.
친구 놈 불쑥 뱉는 말이 “이 잔 내가 가지고 간다!”, “그러렴!”
그러고는 또 다시 침묵입니다.
세상사는 이야기가 시들해 입 놀리기 싫습니다.
맛있는 먹을거리에도 입이 말라 무덤덤합니다.

책상 위에 널부러진 책들 사이에 작은 찻잔을 보며
하염없는 상념에 젖었습니다.
시원한 빗줄기 소리가 들리면 차 대신에
맑은 소주 한잔을 따라 마셔야겠다는 소박한 결심을 합니다.
잔 하나를 놓고 이랬다, 저랬다 상념은 시간을 잘도 먹어버립니다.

2005년 6월 18일
대청마루의 풍경을 그리워하며…
임창섭 (미술평론가)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댓글 20개

김상인 2005. 06. 20. 오전 12:00

좋은 평론, 감동입니다. 물론 작품도 좋구요..

김성근 2013. 01. 09. 오후 08:04

봄 타령한 지 얼마나 됐다고 마루에 앉아 햇빛이 짜증나게 눈부십니다..시원한 바람이 그립습니다...

이봉철 2014. 12. 29. 오전 08:37

멋진 작품입니다

겨울산 2015. 04. 23. 오전 12:23

노란 동그라미. 그리고 갈색 바탕.

저녁놀 2015. 04. 23. 오전 12:37

황금 빛갈의 그룻

서윤 2016. 09. 02. 오후 08:47

텁텁한 맛을 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림 2016. 09. 04. 오후 03:45

잔하나를 놓고 이랬댜 저랬다 상념은 시간을 잘도 먹어버립니다.

김산우 2016. 12. 28. 오후 06:09

책장위에 널부러진 책들 사이에 놓여진 작은잔.

종 2017. 09. 16. 오후 01:51

세상사는 이야기가 시들해 입 놀리기 싫습니다. 맛있는 먹을거리에도 입이 말라 무덤덤합니다

자영 2017. 11. 29. 오후 08:23

친구 놈 불쑥 뱉는 말이 “이 잔 내가 가지고 간다!”, “그러렴!” 그러고는 또 다시 침묵입니다.

국 2017. 12. 07. 오후 01:18

세상사는 이야기가 시들해 입 놀리기 싫습니다. 맛있는 먹을거리에도 입이 말라 무덤덤합니다.

김국환 2018. 01. 26. 오후 10:03

작은 잔.

한 2018. 11. 10. 오전 09:14

시원한 빗줄기 소리가 들리면 차 대신에 맑은 소주 한잔을 따라 마셔야겠다는 소박한 결심을 합니다.

윤 2018. 11. 10. 오전 09:19

잔 하나를 놓고 이랬다, 저랬다 상념은 시간을 잘도 먹어버립니다.

수동 2018. 12. 26. 오후 12:38

곱게 우러난 차를 작은 잔에 따랐습니다. 역시 색은 만들었지만, 어설픈 솜씨가 차 맛은 제대로가 아닙니다.

김산성 2019. 03. 05. 오후 03:02

맛있는 먹을거리에도 입이 말라 무덤덤합니다. 책상 위에 널부러진 책들 사이에 작은 찻잔을 보며

정강석 2020. 07. 20. 오후 07:52

한잔을 따라 마셔야겠다는 소박한 결심을 합니다. 잔 하나를 놓고 이랬다, 저랬다 상념은 시간을 잘도 먹어버립니다

임승모 2020. 07. 21. 오후 08:46

불쑥 뱉는 말이 “이 잔 내가 가지고 간다!”, “그러렴!” 그러고는 또 다시 침묵입니다.

wkdtjd 2023. 08. 14. 오전 01:11

상념은 시간을 잘도 먹어버립니다

행복이 2025. 04. 14. 오후 09:58

마루에 앉아 햇빛이 눈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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