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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날로그

사색의향기 2015. 04. 30. 오후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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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이 무거운 동네 이발소,
춘곤증에 겨운 영감님이 연신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무료한 그림자가 수시로 방향을 바꾸고
뜨거운 여름날처럼 자신을 끓게 했던 시절에 가있는지
영감님의 입 꼬리가 간혹 올라갔다 내려오곤 합니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때가 있었지요.
길게 자란 한숨을 잘라내고 덥수룩한 근심을 말끔히 다듬으며
바리깡 하나로 버틴 세월입니다.
몇 안 되는 단골이 함께 늙어간다는 푸념이 문턱을 넘습니다.
늙으면 눈치만 느는지 힘겨운 삼색기둥이 툴툴 돌아갑니다.
한 가족이라고 믿었던 아이들은 유행하는 헤어숍으로 몰려가고
조금 전에도 베컴머리를 태운 오토바이가 갓 출고된 속도를 앞세워
동네 한가운데로 길게 가르마를 내며 달려갔습니다.


구레나룻 무성한 앞산, 이팝나무가 하얗게 비누거품을 풀고
허공에 쓱쓱 문댄 낮달이 면도 방향을 재고 있네요.
벽시계의 뻐꾸기가 뻐꾹, 뻐꾹,
비눗갑에 고인 적막을 한 번씩 휘젓고 돌아갑니다.


속도를 섬기는 시대에 아날로그는 때로 둔하고 불편합니다.
그래도 그때의 정만은 그리워서
오월의 첫날에 적어봅니다.



- 최선옥 시인



댓글 37개

신희수 2015. 05. 01. 오전 07:47

길고도 오래 찌질이처럼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돌이켜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지금도 찌질이같이 살고 그렇게 끝날거니까

그녀.. 2015. 05. 01. 오전 07:52

아날로그가 그리운 시절입니다. 좋은 마음의 언어를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른 오월을 드립니다.

이오순 2015. 05. 01. 오전 08:19

근로자의 날 아침! 컴을 열어 첫번째로 읽어보는 전자편지입니다. 시인의 눈은? 시인의 마음은? 세월이 가도 늙지 않나요? 잊혀져 가는 세월 이야기에 마음이 정겨워집니다. 따뜻합니다. 머언 유년시절로 한 달음에 돌아갑니다. 이것이 문학의 힘일까요?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최석봉 2015. 05. 01. 오전 08:22

가슴깊은곳에 새겨진 그때그시절이 눈앞에 선연히 다가옵니다. 그시절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잊고살아온 지난 날들을 뒤돌아보며 서글픈 미소를 지어봅니다. 항상 귀한 글 감사합니다.

유은주 2015. 05. 01. 오전 08:39

추억속의 한 장면이 되어버린 광경이지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려나...

안성훈 2015. 05. 01. 오전 08:52

어렸을 때 이발소가 눈앞에 선하네요. 여러가지 물품들도...

김하정 2015. 05. 01. 오전 09:17

이팝나무가 새하얗게 피어 5월을 맞이합니다. 아날로그식으로 조금 천천히 생각하며 5월을 살아야겠습니다.

박동수 2015. 05. 01. 오전 09:19

참 아름다운 글입니다. 독백같은,.... 시간은 시대를 주름잡아 달리는 틈새에 사는 우리는 정도 사랑도 느끼기에도 분주하지만 그래도 기억엔 아나로그 시대의 작은 것 하나도 그리워지기만 합니다.

김진광 2015. 05. 01. 오전 09:31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죠

신동설 2015. 05. 01. 오전 09:50

이세상에서 최고 무서운것이 세월이라는 생각이 다시듭니다.

김덕식 2015. 05. 01. 오전 09:58

예전 생각이 나네요.

이봉철 2015. 05. 01. 오전 10:11

세월의 무상함

이경숙 2015. 05. 01. 오전 10:45

잘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멈춰서 지나버린 옛날의 세월속 착각을 잠시 할 수 있었답니다. 감사합니다.

박종영 2015. 05. 01. 오전 11:49

아날로구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은 당시 천지개벽의 짜릿함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빠른 첨단시대여서 정신이 없습니다.

이강식 2015. 05. 01. 오후 02:22

디지탈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데, 그래야 이세상을 살ㅇ갈 수 있다고 하는데, 스마트폰 하나를 다루지 못하고 막동이에게 의뢰를 해야 하는 내 ㄴ이 81세 미수를 지나고 다시 1년을 더 했다. 아나로그는, 그렇다 slow life ,언제 보고 들었는지 몰라도 행동도 느리고, 생각도 느리고, 결론도 ㅁㅅ내리고 ㅡㄱ래도 여심히 살아가지 위해서 하루하루를 건전하게 살려는 심정이 고맙다.

조활 2015. 05. 01. 오후 05:17

시란게 이렇게 긴말필요없이 속깊은 정서를 속시원히 뽑아 내주는 마력을 지녔을 줄 예전에 몰랐네요. 최선옥 시인님 사랑합니다.

저녁놀 2015. 05. 01. 오후 06:57

춘곤증에 못이겨 머리를 끄덕이는 이발소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겨울산 2015. 05. 01. 오후 07:19

아나로그, 그리고 진공관으로 노래를 듣던 아저씨 생각이 떠오르는 군요.

정창훈 2015. 05. 01. 오후 08:53

마음같아서는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아날로그 시벌이 그립습니다만, 디지털없이는 못사는 이시대죠..

zuro59 2015. 05. 01. 오후 08:56

이발소,이발관이라는 자체가 정겨웠던 시절이 있었죠...저는 요즘은 그냥 머리만 다듬는 곳에 가긴합니다...그곳은 정말 정이 없지요.머리감기도 손수해야하니...참, 그때가 그립습니다...고맙습니다^^*

문희 2015. 05. 02. 오후 07:43

디지틀시대의 차가운 새태 속에서 따뜻한 아나로그의 향수가 그립습니다.

박미자 2015. 05. 03. 오전 06:26

어렷을 적 동네이발소와 옛시절의 거리풍경이 떠오르는군요.

겨울산 2015. 05. 03. 오전 07:49

늙어간다. 오늘도 내 나이가 한살 먹는 날의 하루가 간다. 늙으면 눈치만 늘고, 힘도 없어지고, 이리 저리 치이고, 따뜻한 양지만 찾아 앉아 눈은 초점없이 졸음에 못이겨 내려가 있고, 입가엔 침을 흘리고, 손은 그저 무릎에 얹혀 그저 세월만 가는 우리 할아버지, 오늘도 늙어간다. 그리고 내일도 늙어간다.

박선용 2015. 05. 03. 오후 11:34

저 또한 예전이 그립습니다.

김종구 2015. 05. 04. 오전 08:54

이발소사장님 하고 불렀다가 헤어디자이너라고 불러달라던.....일이 생각나네요.

김덕식 2015. 05. 04. 오전 10:10

공감합니다.

김병환총장 2015. 05. 04. 오전 10:42

수고가많으시지요? 꼭 승리하십시오.

겨울산 2015. 05. 04. 오후 07:40

오늘은 향기 메일이 없는날이네요. 아날로그 시대의 날을 그리워하며.

저녁놀 2015. 05. 04. 오후 08:23

황금 연휴기간 내일을 위해 충전하시길 바랍니다.

박혜경 2015. 11. 23. 오후 02:54

지친 일상을 추억속에서 위로 받네요.

윤 2018. 06. 10. 오전 11:02

그래도 그때의 정만은 그리워서 오월의 첫날에 적어봅니다.

림 2018. 06. 12. 오후 06:46

속도를 섬기는 시대에 아날로그는 때로 둔하고 불편합니다.

김산우 2018. 09. 07. 오전 09:36

허공에 쓱쓱 문댄 낮달이 면도 방향을 재고 있네요.벽시계의 뻐꾸기가 뻐꾹, 뻐꾹,

국 2018. 09. 12. 오후 12:09

구레나룻 무성한 앞산, 이팝나무가 하얗게 비누거품을 풀고

자영 2018. 09. 12. 오후 12:18

늙으면 눈치만 느는지 힘겨운 삼색기둥이 툴툴 돌아갑니다

종 2019. 01. 22. 오전 06:49

한 가족이라고 믿었던 아이들은 유행하는 헤어숍으로 몰려가고조금 전에도 베컴머리를 태운 오토바이가 갓 출고된 속도를 앞세워

김국환 2019. 10. 24. 오후 05:01

속도를 섬기는 시대에 아날로그는 때로 둔하고 불편합니다. 그래도 그때의 정만은 그리워서 오월의 첫날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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