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게시물 상세보기

문화읽기

소매와 손목

사색의향기 2016. 03. 18. 오전 12:50
6124

소맷부리를 걷어붙인 손이 소매 없는 생닭을 탁 탁 쳐준다

소매 올린 시간만이 유일한 힘
손을 씻고 나면 손목은 얌전히 옷 속에 숨는다
마지막 시간을 떨이한 단추 없는 밋밋한 무늬 속엔 뻐근한 팔목이 있다

화사한 소매를 보면 감추어진 손이 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손목을 쓰지 않는 그 손은 언제 휘두를지 모를 권력
소매 밖으로 점점 자라는 거대한 손을 가리기위해 옷은 더욱 화려해지고
손목단추마저 채운다

칼자루는 칼의 손목
작업과 상처 사이에는 아슬아슬한 각도가 있다
시장입구부터 불빛 소매가 내려지기 시작하면
소매를 내린 칼이 둥근 도마를 물고 잠이 든다
아침이 다시 시원스럽게 팔을 걷어붙이면
손목을 드러낸 손이 소맷부리를 올린 칼의 손목을 잡는다

힘은 손목에서 나오지만 소매를 걷어 올린 손은 권력이 없다

- 시, '소매와 손목'

  
살면서 힘만으로 되지 않는 것을 실감합니다.   
손목 한번 쓰지 않고 그 위력을 발휘하는 권력. 
권력에 맛을 들이수록 노동과는 멀어집니다. 
팔을 걷어 부친 손목과 소매로 가린 손목의 역할은 확실히 구분됩니다. 
노동의 가치를 말하면서도 권력을 동경하니, 삶은 늘 이율배반입니다.  


- 최연수 시인

댓글 21개

도이랑민이랑 2016. 03. 18. 오전 06:11

소매 속에 감추어진 권력.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힘줄선명한 아버지의 손목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봉철 2016. 03. 18. 오전 08:54

좋은 이야기 입니다

정창훈 2016. 03. 18. 오전 09:02

살아가는 나날 동안 숨어있는 권력에 흠칫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감추고 싶은 날도 있지요...

zuro59 2016. 03. 18. 오전 09:07

소매와 손목의 차이...그것은 손에 의해서 감추어지고 나타남....그차이를 잘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감사합니다^^*

김진광 2016. 03. 18. 오전 09:28

권력추구 그게 다 인간사 아닐까요

문희 2016. 03. 18. 오전 09:50

시의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저녁놀 2016. 03. 18. 오전 10:22

노동의 가치가 보람있습니다. 느껴보십시요........

김덕식 2016. 03. 18. 오전 10:44

고맙습니다..

박종영 2016. 03. 18. 오전 10:55

소매와 손목, 칼자루를 쥐고 있는 손목의 위력, 참신하게 다가오는 글귀에 감동을 얻습니다.

유은주 2016. 03. 18. 오후 01:37

좋은글 감사합니다.

박혜경 2016. 03. 18. 오후 02:30

손이 하는 일은 손목이 하는 일,,,소매를 걷고 일에 매진하는 남성의 힘줄이 섹시하다고하죠.^^

이경숙 2016. 03. 18. 오후 07:12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미자 2016. 03. 20. 오전 07:49

노동의 위력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고향의 재래시장안의 닭집이 생각나는군요.

안성훈 2016. 03. 21. 오전 09:17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시 감사합니다.

윤성완 2016. 03. 28. 오후 04:14

숨겨놓은 마음이 무서울까, 드러낸 손목칼이 더 무서울까. 물 위에 뜬 나뭇잎은 가라앉기 위해 떠 있을까, 떠 있기 위해 물을 누르고 있을까. 엿장수가 흔드는 힘찬 가윗소리는 소음공해일까, 정겨운 우리의 소리일까. 소매와 손목이란 시를 읽으며 느껴봅니다. 같은 사물과 형태를 보고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서로 다른 생각과 이념이 얼마나 세상을 힘들게 하고 어렵게 하는지요... 그래서 우리는 소통이 필요한가 봅니다...생각을 모으고 마음을 뭉치고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합니다.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이 다반사입니다. 소매 속에 감춰진 손이 감동하며 감사하는 행동들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감추어진 불안으로 인하여 서로의 담벼락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좋은 시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윤 2018. 07. 15. 오전 10:16

노동의 가치를 말하면서도 권력을 동경하니, 삶은 늘 이율배반입니다.

림 2018. 07. 17. 오전 09:55

작업과 상처 사이에는 아슬아슬한 각도가 있다 시장입구부터 불빛 소매가 내려지기 시작하면

국 2018. 08. 08. 오전 10:17

작업과 상처 사이에는 아슬아슬한 각도가 있다 시장입구부터 불빛 소매가 내려지기 시작하면

자영 2018. 08. 08. 오전 10:41

아침이 다시 시원스럽게 팔을 걷어붙이면 손목을 드러낸 손이 소맷부리를 올린 칼의 손목을 잡는다

김산우 2018. 10. 10. 오후 01:42

힘은 손목에서 나오지만 소매를 걷어 올린 손은 권력이 없다 살면서 힘만으로 되지 않는 것을 실감합니다.

종 2019. 02. 22. 오전 09:40

시장입구부터 불빛 소매가 내려지기 시작하면 소매를 내린 칼이 둥근 도마를 물고 잠이 든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