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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골목

사색의향기 2016. 06. 16. 오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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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접 좁은 집들이 답답한 그림자를 벗어놓은 골목
봄볕이 은밀한 속살까지 훔쳐보자
눈치 빠른 꽃다지가 보도블록 틈으로
한 뼘 여유분을 풀어놓는다

걸음들이 서둘러 시침과 박음질을 오가고
안경 쓴 민들레가 골목입구부터 노란 단추를 채운다

꼬박 달려온 노루발이 숨을 고르는
지퍼 풀린 시간
바짝 죄던 마감이 커피를 뽑아 내리면
잠시 농담 속을 서성이는 슬리퍼들이 붉은 입술을 찍는다

고단한 품이 넘쳐 돌려막기에 바쁜 카드들
골목이 느릿느릿 바람 쐬러 나가면
쪽창을 열어젖힌 채 갖가지 공정에 바쁜 꽃밭,
마감에 채 눈꼽을 떼지 못한 꽃도 있다

뒤집은 오후에 납기일을 접어 넣고 체불을 오버로크해도
자꾸만 뜯어지는 생의 밑단들
한 톨 한 톨 땀방울을 꿰면
낡은 목장갑처럼 올 풀린 하루도 말끔해질까

손이 입을 먹여 살리는 골목
날짜는 지문 닳은 둥근 거울 속에서 풀리고
한겨울 맥문동처럼 처져있던 사람들 다시,
하청으로 일어선다


***
살아가는 모습이 다 고만고만합니다.
열심히 하루 품을 파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 최연수 시인

댓글 30개

박종길 2016. 06. 17. 오전 04:56

메일 좀 그만 보네세요. adhong7@daum.net

정창훈 2016. 06. 17. 오전 08:39

하루 하루가 구멍나지 않게 그렇게 살아가기를...

zuro59 2016. 06. 17. 오전 08:41

매일 살아가는 날이 헛되질 않길 오늘도 바랍니다...감사합니다^^*

안성훈 2016. 06. 17. 오전 09:18

사는 모습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싶습니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행복이 있다고

김진광 2016. 06. 17. 오전 09:36

사는게 희망입니다

문진오 2016. 06. 17. 오전 09:45

정말 마음을 울리는 구절구절 읽으면서 시인을 찾아가리라 생각했습니다. 나처럼 일반적인 사람에게 와닿는 구절 손이 입을 먹여 살리는 골목 한 구석에 서 있는 나는 누구인가 생각해보며 좋은 느낌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종영 2016. 06. 17. 오전 10:03

돌려막는 카드 대금이 어느새 마음을 옥죄는 저승사자가 되었습니다. 하루 해가 길고도 깁니다. 하지가 지나야 해가 한뼘씩 줄어든다는데 긴 시간을 늘 희망하지 못하는 낭패로 하루를 몰고 갑니다.

김하정 2016. 06. 17. 오전 10:37

하루 하루 같은일인듯해도 그게 조금씩 나아지고, 작은 일들이 모여서 큰 물결을 이루어내겠지요.

김덕식 2016. 06. 17. 오전 11:16

감사합니다..

박승하 2016. 06. 17. 오후 01:10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세진 2016. 06. 17. 오후 02:5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혜경 2016. 06. 17. 오후 03:09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하고 고만고만하지요.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이지요.^^

저녁놀 2016. 06. 17. 오후 04:17

손이 입을 먹어 살리는 노동의 댓가. 늘 삶의 연속입니다.

채성옥 2016. 06. 17. 오후 05:53

아이고. 손이 입을 먹여 살리는 노동을 할 수 있음도 감사하지요. 위로가 된 글 감사합니다.

림 2016. 06. 17. 오후 06:01

노동은 신선한것 손이라도 노동을

유은주 2016. 06. 17. 오후 10:13

참 정다운 시 이네요. 읽으면서 슬핏 웃음짓습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 곱습니다

오세진 2016. 06. 18. 오전 05:56

모든 분들이 하는 일들이 다 노동인데. 중요한 노동과 중요하지 않은 노동으로 구분되는건 우리사회의 편견인 것 같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노동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을 하는 분들에게 감사를....

백정현 2016. 06. 18. 오전 07:42

새벽에 향기를 맡으며 고만 고만한 삶에 연속이 지속되는토요일 아침이 마냥흐를것 같던 나를 일깨우는 연수님에시 감사합니다 노오란 안경낀 아름다운 단추는 저에게도 아니제자리도 있는것인지 있어야되는 희망에안경을 아침에 신선하게 써봅니다!

권태정 2016. 06. 18. 오전 10:33

재밌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엮인 교차표현이라 느꼈습니다. 권태정 합장

이종원 2016. 06. 19. 오전 03:51

일상생활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김종우 2016. 06. 19. 오전 07:09

와 옛날 직장 다니던 때가 생각납니다.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손길들을 보는 듯합니다. 그 모습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되네요. 감사합니다. 인생은 아름다운 것.^&^

이봉철 2016. 06. 20. 오후 06:21

좋은 이야기 입니다.

김경일수필가 2016. 06. 22. 오후 03:56

표현이 아주 좋습니다. 잘 읽습니다.

황보순 2016. 06. 28. 오전 09:41

성수동 제화 수선 골목이 생각납니다..

윤 2018. 07. 25. 오전 08:57

살아가는 모습이 다 고만고만합니다.열심히 하루 품을 파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림 2018. 07. 26. 오후 07:00

한겨울 맥문동처럼 처져있던 사람들 다시,하청으로 일어선다

자영 2018. 07. 29. 오전 09:10

뒤집은 오후에 납기일을 접어 넣고 체불을 오버로크해도

국 2018. 07. 29. 오전 09:27

한 톨 한 톨 땀방울을 꿰 낡은 목장갑처럼 올 풀린 하루도 말끔해질까

김산우 2018. 10. 20. 오전 09:53

손이 입을 먹여 살리는 골목 날짜는 지문 닳은 둥근 거울 속에서 풀리고

종 2019. 03. 03. 오전 11:24

뒤집은 오후에 납기일을 접어 넣고 체불을 오버로크해도자꾸만 뜯어지는 생의 밑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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