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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저녁

사색의향기 2016. 09. 23. 오전 12:05
7016

신호등이 닫은 차도를 노릇노릇 지피는 치킨 배달통

순식간 속살까지 발라먹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면
덥석, 눈빛을 받아 물은 교차로가 오른쪽 허리를 튼다

먹이를 물은 것들은 재빨리 사라지는 습성이 있다

귓속에 요란한 음악을 굽는 화력 센 저 헬멧처럼
몇 개의 실수를 구운 오늘이 화끈거린다

간이 잘 밴 수다가 맛있게 익어가도
아슬아슬 일당을 굽는
속도에 길들여진 하루는 목을 버린 지 오래
직진방향이 열리자마자 질주에 목마른 스무 살이 튀어나간다

허리 굽힌 비굴로 구운 월급을 받아든
이글거리는 퇴근길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많은 입들 속에서 까맣게 탔을까
잘 구워진 누군가의 저녁이 될까

바삭, 노을 한쪽 떼어 먹은 일몰이 나를 한 번 더 굽는다

- 시, '아주 짧은 저녁'


차창 앞, 치킨 배달통을 실은 오토바이가 보입니다.
생각은 필름처럼 재빨리 감겨서,
공복은 그 치킨을 상상으로 발라먹고 있지만
속도가 수당인 젊음은 지금 일당을 벌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하루를 되짚는 시간, 잠시 속상하거나 서럽다고 해도
다시 나를 다독여 귀가하는 시간.
저녁은, 반성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 최연수 시인

댓글 24개

서윤 2016. 09. 23. 오전 09:28

하루 일급을 받는 힘든 시간 일몰과 함께 피곤함도 생각없이 나를 다독인다.

박종영 2016. 09. 23. 오전 09:53

노릇하게 또는 바삭하게 익은 피자가 거리를 달립니다. 누군가의 허기진 뱃속을 채워줄 고마운 저녁 식사입니다. 맛나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덕식 2016. 09. 23. 오전 10:17

감사합니다..

림 2016. 09. 23. 오후 12:37

힘들고 땀흘린 하루 감사의 보답으로 받은 일급 허리를 굽힌다.

오세진 2016. 09. 23. 오후 01:15

하루 하루 모든 이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진광 2016. 09. 23. 오후 02:19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아요

이봉철 2016. 09. 23. 오후 02:32

좋은이야기 입니다.

정창훈 2016. 09. 23. 오후 04:41

저녁은 하루 일을 마감하며 내일을 또준비하는 그런 일상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zuro59 2016. 09. 23. 오후 04:44

하루의 저녁은 그 짧은 시간이지만...마음속으로는 길게 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네요... 그래도 하루 잘 넘겻구나하는 날도 있겠지요....감사합니다..^^*

안성훈 2016. 09. 23. 오후 06:36

하루 하루의 노력으로 살아가는 그 삶이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유은주 2016. 09. 23. 오후 10:29

고단한 일상이 녹아 있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서용칠 2016. 09. 24. 오후 04:25

저녁놀 뉘엿뉘엿 어둠이 내릴때 돌아갈곳있고 검은 봉지에 튀김닭한마리 손에 들었다면 이보다 행복은 없지요 그러나 속도는 줄이시요 천천히 살자고요

minjw 2016. 09. 25. 오전 11:03

감사합니다

박혜경 2016. 09. 27. 오후 09:29

점점 배달의 천국이 되어가는 우리나라...과연 좋은 일인지? 잘 가고 있는지?...쩝

안성훈 2016. 09. 28. 오전 09:12

왜 요즘에는 글 남기러 안오세요? 잘 지내세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유미정 2016. 09. 29. 오후 03:45

저녁이 돌아오면 내일의 시작을 준비하게 되는것 같아요

박미자 2016. 10. 03. 오후 03:45

삶의 행렬처럼 차량들 행렬속에 아슬하슬한 순간들 가끔 눈에 띄에 안타까웠습니다.

저녁놀 2017. 06. 25. 오전 08:55

저녁은 반성하자, 내일을 준비하는 짫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국 2018. 07. 19. 오후 01:08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많은 입들 속에서 까맣게 탔을까 잘 구워진 누군가의 저녁이 될까

자영 2018. 07. 19. 오후 01:29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많은 입들 속에서 까맣게 탔을까 잘 구워진 누군가의 저녁이 될까

윤 2018. 08. 04. 오전 11:28

다시 나를 다독여 귀가하는 시간. 저녁은, 반성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림 2018. 08. 06. 오전 08:37

오늘하루를 되짚는 시간, 잠시 속상하거나 서럽다고 해도

김산우 2018. 10. 31. 오전 10:01

생각은 필름처럼 재빨리 감겨서,공복은 그 치킨을 상상으로 발라먹고 있지만

종 2019. 03. 12. 오전 08:50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많은 입들 속에서 까맣게 탔을까잘 구워진 누군가의 저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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