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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 내시경

사색의향기 2016. 10. 21. 오전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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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낮은 그늘에서 올려다보면
바람의 각도를 고루 뒤집는 이파리들

한쪽 눈을 감은 채 이파리 구멍을 통해 저쪽 중심을 살핀다
예민한 햇살은 내내 스위치를 끄지 않고
붉어진 표정이 참았다가 토해내는 호흡에 역류하는 물관
계절의 신트림이 메스껍다

눈치 빠른 저쪽도 눈을 찡그린 이쪽을 들여다본다
이미 걸어 나간 시간과 걸어올 시간을 단숨에 읽으려는지
이마에 손챙을 얹어 미간을 좁히는 낯익은 얼굴
방향을 트는 빛에 통증이 나의 오후를 움켜쥔다

늦게 들춘 병명에 당황한 바람 하나가 휘익, 떨어진다

햇살을 뒷배로 가진 나무처럼
안쪽을 비추는 익숙한 눈빛에 감춰둔 나의 속내가 부글거리는데
더부룩한 시절을 비워내고 싶은 나무가 주섬주섬 심호흡으로 갈아입는다

한줌 생각을 챙긴 나도 그늘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간다


- 시, '이파리 내시경'

****


벌레가 먹은 이파리 구멍이 마치 내시경 같습니다.
손챙을 한 채 올려다보면, 그 작은 구멍으로도 하늘이 보이지요.
걸어 나간 시간과 걸어 올 시간이 모두 읽힙니다. 내시경처럼.
더부룩함을 비워내듯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거나
호흡을 참느라 붉어지기도 하는 아름다운 시월입니다.


- 최연수 시인

댓글 25개

김진광 2016. 10. 21. 오전 09:34

단풍이 짙어가는 가을입니다

안성훈 2016. 10. 21. 오전 09:45

아름다운 계절을 한번 더 생각나게 하는 시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종영 2016. 10. 21. 오전 10:05

단풍든 나무잎의 구멍으로 푸른 가을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승환 2016. 10. 21. 오전 10:16

붉게 물들인 낚엽사이그 사이도 푸르름으로 가리웠던 자리에 파아란 하늘 내 가슴에 거울이 되어 여름날 간직했던 왕성한 소망은 지나가고 세월이 보내준 하나님의 섭리는 가슴에 내리네

김덕식 2016. 10. 21. 오전 10:38

감사합니다..

이봉철 2016. 10. 21. 오전 10:47

가을의 모양세

서윤 2016. 10. 21. 오전 11:25

단풍잎들의 구명난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림 2016. 10. 21. 오전 11:41

조그만 잎새 구멍으로 보는 세상 하늘도 모두 작구나.

이경숙 2016. 10. 21. 오후 01:07

무한한 경지를 체험 할 수 있는 매력에 감사합니다. ^^

서용칠 2016. 10. 21. 오후 02:20

숲안개 자욱한 짙푸른 숲이 울창하여 한줌 햇빛 들어올 여지가없지만 밑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무지개처럼 찬란하게 잎사이로

오세진 2016. 10. 21. 오후 03:53

재밌는 시입니다. 가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정창훈 2016. 10. 21. 오후 08:30

가을 산책도 가끔 해봐야겠습니다...

zuro59 2016. 10. 21. 오후 08:34

너무 방콕과 도심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 하고 같습니다.. .가끔은 가을이 절정일 지금, 산책도 학 여유로움을 느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주말 건강히 잘 보내세요~~^^*

유은주 2016. 10. 21. 오후 11:00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혜경 2016. 10. 23. 오후 12:40

한참을 생각해야하는 시...ㅎㅎㅎ

김상복 2016. 10. 23. 오후 05:30

이름이 틀려서 수정 부탁드려되 될까요? 끝나가 북입니다.

사색의향기 2016. 10. 24. 오전 12:08

비밀글로 향기메일을 받고계시는 이메일과 성함을 알려주시면 조치하겠습니다. 또는 운영자이메일 culppy@culppy.com 으로 메일 주셔도 됩니다.

박미자 2016. 10. 27. 오전 09:36

보는 모양에 따라 풍경이 다르듯 새로운 세상을 그려주시니 멋스럽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서 올려다본 풍경도 멋스럽지요.

저녁놀 2017. 06. 30. 오후 06:00

벌레가 먹은 잎파리 구멍이 내시경 같아.

국 2018. 07. 16. 오전 09:51

더부룩한 시절을 비워내고 싶은 나무가 주섬주섬 심호흡으로 갈아입는다

자영 2018. 07. 16. 오전 10:00

벌레가 먹은 이파리 구멍이 마치 내시경 같습니다.

윤 2018. 08. 07. 오후 03:15

더부룩함을 비워내듯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거나 호흡을 참느라 붉어지기도 하는 아름다운 시월입니다.

한 2018. 08. 09. 오전 10:07

걸어 나간 시간과 걸어 올 시간이 모두 읽힙니다. 내시경처럼. 더부룩함을 비워내듯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거나

김산우 2018. 11. 03. 오후 12:31

한줌 생각을 챙긴 나도 그늘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간다 벌레가 먹은 이파리 구멍이 마치 내시경 같습니다.

종 2019. 03. 15. 오전 08:38

늦게 들춘 병명에 당황한 바람 하나가 휘익, 떨어진다 햇살을 뒷배로 가진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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