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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달

사색의향기 2018. 06. 08. 오전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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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큼한 봄이 베어 먹은 살구는 그믐으로 익는데
저 달은, 입덧이 말끔히 비운 사기그릇입니다

배는 곯지 말아야지, 졸음을 참는 달에 푸짐한 맛을 옮겨 담으면
삼거리 원조 찐빵이 모락모락 군침을 불러들였습니다
반으로 쪼갠 햇고구마엔 노란 보름이 들어있고
솥뚜껑에 부쳐 내놓은 배추전에 부풀어 오른 배고픔이 납작해졌습니다

후일담은 겨울 건넌 따스함 같아서
달빛보다 마음이 더 밝아질 때쯤 주렁주렁 별들을 채우는 물병자리
빛들이 비워지면
아껴둔 샛별하나 오래오래 녹여먹어야겠습니다 

백 명이 바라보면 백 개의 달이 되지
희고 둥근 백 개의 방에서 맛보는 백 가지 맛

후루룩, 손잡이가 없어 소리가 더욱 매끄러운
볼 깊은 달들을 꺼내
포옥 우려낸 멸치국물에 국수 한사리씩 말아내도 좋겠습니다

- 최연수, 시 '백 개의 달'


백 명이 바라보면 정말 백 개의 달이 되지요.
달은 바라보는 이의 상상으로 백 개의 그릇이 될 수도 있고
백가지 맛이 되기도 합니다.
그 상상도 너그럽게 받아주는 우주의 논리.
억지라고 치부하지 않는 넉넉함이 나의 작은 존재도 잊게 합니다.

댓글 25개

오세진 2018. 06. 08. 오전 02:35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허만옥 2018. 06. 08. 오전 09:07

감사합니다*^^*

김진광 2018. 06. 08. 오전 09:09

맞아요

안성훈 2018. 06. 08. 오전 09:27

각자의 세상이 있지만 우주는 이를 다 받아줍니다.

이인환 2018. 06. 08. 오전 09:45

'백 명이 바라보면 백 개의 달' 멋진 표현! 언어의 마술사로다. '희고 둥근 백 개의 방에서 맛보는 백 가지 맛' 이건 너무 나갔다. ㅎㅎ

서용칠 2018. 06. 08. 오전 11:27

배고픈날 하얀 찔레꽃을 엄마모르게 따먹었다오 한때 우리는 보릿고개가있었지요 달도 찐빵으로 보이고 메뚜기 개구리도 먹잇감이였지요 가난이 서러운 그런날들이 왜 지금은 그리울까요

신영옥 2018. 06. 08. 오후 12:28

좋은 시 문득 먹고 싶어 입안 가득 살구를 물고 감상 잘 하고 갑니다

김덕식 2018. 06. 08. 오후 02:17

감사합니다..

이봉철 2018. 06. 08. 오후 03:23

좋은 글입니다.

윤희원 2018. 06. 08. 오후 05:56

맞는 말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녁놀 2018. 06. 08. 오후 06:34

한개가 더 있는것 같습니다.

김산우 2018. 06. 08. 오후 06:43

달은 희망이었습니다.

자영 2018. 06. 08. 오후 06:49

좋은글 감사합니다.

종 2018. 06. 08. 오후 06:55

샛별하나 아껴 두었구나

윤 2018. 06. 08. 오후 06:59

달콤한 달, 쟁반같은 달.

림 2018. 06. 08. 오후 07:04

푸짐한 맛을 보여 줄 수 있니 그 속에 달이 있다.

강애나 2018. 06. 09. 오전 05:15

시의 향기가 납니다. 그리고 이 시를 보면서 백석의 맛의 미를 느낍니다 백석은 시에서도 음식을 거론을 많이 했지요 좋은 시 한편 행복했어요

강애나 2018. 06. 09. 오전 05:19

시의 향기가 납니다. 그리고 이 시를 보면서 백석의 맛의 미를 느낍니다 백석은 시에서도 음식을 거론을 많이 했지요 좋은 시 한편 행복했어요

정창훈 2018. 06. 10. 오후 04:54

저 자신을 성찰하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네요...

zuro59 2018. 06. 10. 오후 05:01

백개의 달과 백개 그릇, 백가지의 맛...인생을 살면서 다 그때 그때 심정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즉석식품이 많아져도 한가지 그릇에 담긴 정성을 느끼지 못하듯이 삶은 그렇지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일요일 건강한 휴식, 잘 취히세요~~^^*

김승유 교수 2018. 06. 10. 오후 11:41

고운 맘, 따뜻한 맘이 모여 있을때 우리의 삶은 풍성해지고 세상은 살만해 지겠지요?... 고맙고 감사합니다^^

유은주 2018. 06. 13. 오후 06:18

참 따뜻한 글 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희숙 2018. 06. 26. 오전 11:04

백개의 달... 어쩜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시인의 눈은 아름다운 상상의 시간을 건널 수 있는 신의 선물이네요^^

김산tjd 2018. 12. 31. 오전 10:57

포옥 우려낸 멸치국물에 국수 한사리씩 말아내도 좋겠습니다 백 명이 바라보면 정말 백 개의 달이 되지요.

종 2019. 05. 11. 오전 08:23

백 명이 바라보면 백 개의 달이 되지 희고 둥근 백 개의 방에서 맛보는 백 가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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