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게시물 상세보기

문화읽기

풀린 꽃

사색의향기 2018. 09. 07. 오전 02:29
2635


환절기를 막 돌아온 모퉁이가
기별을 들고 달려왔다

​바스락, 손끝이 피고
고작 손발 묶인 이름 하나를 멘 사람들이 상자에 묶인 채
연신 땀을 흘렸다

​울음으로 피어 낯익은 울음의 배웅을 받은
비좁은 잠 뒤로
연기 한 가닥마저 하얀 허벅지를 다 걷어 올리면
화르르 소진된 빛깔

​뼈를 맞추듯
울고 난 뒤의 눈자위를 닮은
매캐한 생각들을 뭉쳤다가 펼쳐 들여다보면
쉽사리 빠지지 않는 지문이 있었다

​꽃은 한 장 바스러짐, 땅에서 피어난 것들은 스스로 저를 풀지만
샛길조차 만들지 못한 그는 어디쯤에서 풀렸나

​접힌 이름을 푸는 것은 마음 밖의 일이다
며칠을 울어 얼룩진 관계는
먼 북쪽에서 풀린다


- 최연수, 시 '풀린 꽃'



태어남은 꽃을 짓는 일, 떠나감은 꽃이 풀리는 일 같습니다.
어려서 상여를 본 적 있습니다. 거기에 달린 종이꽃처럼 일생은
환하게 피었다가 스러지는 송이 같습니다.
화사하게 밝히다가 스스로 지는 꽃이지만, 이름은 명예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댓글 18개

이봉철 2018. 09. 07. 오전 08:57

아름다운 꽃 입니다.

국 2018. 09. 07. 오전 09:28

예쁘게 꼽게 풀러야 하는데

김진광 2018. 09. 07. 오전 09:34

풀린 꽃이 차츰 돌아오고 있네요

김산우 2018. 09. 07. 오전 09:36

전부 다 풀리지 말고 붙들어라.

자영 2018. 09. 07. 오전 09:41

허리에 스산한 찬 기운이 맴도는 계절이다. 이제 저 꽃처럼 조금씩 풀리는것 같다.

윤 2018. 09. 07. 오전 09:49

서서히 든든하게 풀리면서 익어가라.

윤희원 2018. 09. 07. 오전 09:50

살아가는 것은 꽃과 같습니다 안플렸으면 좋으련만~~~ 감사합니다*^^*

림 2018. 09. 07. 오전 09:54

하나 둘 셋, 그리고 하나 둘 셋 다음은

종 2018. 09. 07. 오전 10:00

하나 단단히 여미고, 둘 단단히 여미고 풀리지 않도록

김덕식 2018. 09. 07. 오전 10:26

감사합니다..

투투 2018. 09. 07. 오전 11:14

그것은 마음 밖의 일이지만, 지금은 마음만 붙들려고 하네요.

오세진 2018. 09. 07. 오후 06:15

풀린 꽃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네요. 감사합니다.

박종영 2018. 09. 07. 오후 09:58

아름다운 꽃 이야기 감사히 읽습니\다. 무명의 꽃이라도 바람과 햇빛 그리고 기름진 땅이 힘을 주어 성장을 시키는 공평한 사랑은 우리 모두 배워야 할것입니다.

김승유 교수 2018. 09. 07. 오후 10:17

비움의 삶에서 참 기쁨을 배우려 노력합니다. 꽃 이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그래서 우리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십시오~

안성훈 2018. 09. 10. 오전 09:11

계절이 되면 순리대로 꽃이 피듯 모든 일이 잘 진행되길...

이봉철 2018. 09. 10. 오후 06:31

순리대로 살자

조혜자 2018. 09. 13. 오후 03:59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산성 2019. 01. 09. 오전 10:07

며칠을 울어 얼룩진 관계는 먼 북쪽에서 풀린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