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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내시경
키 낮은 그늘에서 올려다보면
바람의 각도를 고루 뒤집는 이파리들
한쪽 눈을 감은 내가
이파리 구멍을 통해 저쪽을 살핀다
예민한 햇살은 내내 스위치를 끄지 않고
붉어진 표정이 참았다가 토해내는 한 줄 호흡에
울컥 역류하는 물관
구월의 신트림이 메스껍다
눈치 빠른 저쪽도 눈을 찡그린 이쪽을 들여다본다
이미 걸어 나간 시간과 걸어올 시간을 단숨에 읽으려는지
이마에 손챙을 얹어 미간을 좁히는 낯익은 얼굴
방향을 트는 빛에
계절 속으로 들어온 통증이 오후를 움켜쥔다
잎을 구멍 낸 벌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늦게 들춘 병명에 당황한 바람 하나가 휘익, 떨어진다
햇살을 뒷배로 가진 나무처럼
안쪽을 비추는 익숙한 눈빛에 속내가 부글거리는데
더부룩한 시절을 비워내고 싶은 나무가
주섬주섬 심호흡으로 갈아입는다
한 줌 생각을 챙긴 내가 그늘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간다
- 최연수, '이파리내시경'
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면 벌레 먹은 작은 이파리 구멍이 보이고,
그 구멍 속으로 햇살이 비칩니다.
마치 내시경 불빛 같아, 계절이 울컥 역류할 것 같습니다.
볕도 좋고 바람도 좋은 계절, 어느새 한가위가 다가왔습니다.
오순도순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댓글 17개
작가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구멍난 이파리의 아픔이 들립니다. 벌레의 작업으로 구멍이 난 이파리가 강한 바람에 넘어지지 않은것은 바람이 구멍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바람의 압력을 덜 받은 덕입니다. 아름다운 시어에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가을의 한쪽 자락이 저쪽에 걸쳐 있습니다.
풀잎 내시경 다 보여요.
이파리 내시경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다 비춰줍니다.
내시경으로 확인하여 나쁜것은 버려야지
장인은 장인을
내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것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다 볼 수 있어요.
참 이색적인 가을 분위기 같아요~~^^*
이파리 내시경이라, 어린 시절 구멍난 이파리로 보았던 숲이 그리워지는 글입니다... 추석연휴 잘 보내셨겠죠? 건강한 휴식의 좋은 밤 되세요~~^^*
최연수 시인님의 <이파리 내시경>을 읽고 너무 놀랐습니다. 이런 발견의 눈에서 시가 탄생하나요? 많은 생각을 합니다.
벌래가 만들어준 풀잎 내시경~ 작가님 좋은글 감사 합니다*^^*
한 줌 생각을 챙긴 내가 그늘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간다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면 벌레 먹은 작은 이파리 구멍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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