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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들

사색의향기 2018. 11. 02. 오전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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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 없는 잎을
톡, 건드리는 눈들

경건하거나 천박하거나, 귓속말은 흔들리는 무게를 모은 것들
가장 먼저 외출한 바람이 주춤해도
움켜쥐었다 펼친 느낌이 같다

다디단 공기에 탯줄을 잇고
막바지 계절을 듣는 곳을 따라가면
옥수수 줄기에 내려앉는 점들이 검다
그곳은, 새의 부리마저 숯으로 이뤄진 허공의 배꼽
날개를 타고 멀리 가고 싶은 나는 누구의 부분인가
분신을 똑 떨어뜨린 날부터 시작된 울음이
줄곧 따라오는 아픈 배꼽이었나

몸이 멀면 사랑도 멀어
벽이 꺼내놓은 그림자와 한 철을 보낸 머리에 진홍이 옮겨붙고
겹꽃잎으로 만난 몸을 빌려 바깥을 보았다는
기억도 모서리가 뭉툭해
도드라지거나 옴팍 숨거나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혀에 잘 녹는 이야기들

소문처럼 땅속에서 마을로 쑤욱 솟아나는
자정은 꽃피자 져버린 하루의 배꼽이다
지새우거나 꿈속이거나
어느 먼 지도가 잠깐 펼쳐졌다 구겨진다


- 최연수, 시 '배꼽들'


'배꼽'을 말하면 은근히 부끄러워집니다. 조금은 은밀한 곳,
그러나 중심이지요.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중심일까요.
조금은 쓸쓸하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시작의 달이라 믿겠습니다.

댓글 18개

국 2018. 11. 02. 오전 08:35

피웠다 져버린 하루 배꼽인가 다시 숯불이길.

김산우 2018. 11. 02. 오전 08:44

배꼽이 중심 사랑표식이 정겁다.

한 2018. 11. 02. 오전 08:49

나의 것 너의 것 배꼽은 배꼽 그것은 빼꼽

윤 2018. 11. 02. 오전 08:58

활기차게 움직이는 잎들 사이로 머물지 못하는 입김

자영 2018. 11. 02. 오전 09:09

바로 도드라지네

종 2018. 11. 02. 오전 09:18

소문처럼 아름다움 배꼽이로구나.

박종영 2018. 11. 02. 오전 10:33

태어날 때 자른 탯줄자리 배꼽은 지금도 바깥세상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 쉬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꼽이 막히면 배가 아프다고 하니 인간의 구조는 신비로울 따름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안성훈 2018. 11. 02. 오후 04:48

배꼽은 생명줄의 흔적이지요. 아름답게 보아야할 생명줄

김진광 2018. 11. 02. 오후 04:56

배곱이 중앙이니 잘 관리해야죠

오세진 2018. 11. 02. 오후 05:37

배꼽은 생명을 주신 이의 흔적이죠. 천지창조 그림의 오류~~

이봉철 2018. 11. 02. 오후 07:03

재미난 글입니다

김덕식 2018. 11. 03. 오후 07:32

감사합니다..

정창훈 2018. 11. 03. 오후 11:48

배꼽은 자신의 탄생을 알려주는 곳이죠...^^*

정창훈 2018. 11. 03. 오후 11:48

배꼽은 자신의 탄생을 알려주는 곳이죠...^^*

zuro59 2018. 11. 03. 오후 11:52

배꼽, 내놓고 다니기는 사실 ,부끄럽기도 하고 때로는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나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그곳이기도 하지요...배꼽을 따듯하게 해야 건강에도 좋고...소홀히 잘 관리해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윤희원 2018. 11. 08. 오후 03:00

정겨운 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문태성 2018. 11. 27. 오전 10:37

생명의 원천인데, 밖 세상에서 잊혀진 존재감을 일깨워 줍니다.

김산성 2019. 01. 14. 오후 01:03

지새우거나 꿈속이거나 어느 먼 지도가 잠깐 펼쳐졌다 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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