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게시물 상세보기

문화읽기

안경을 벗기다

사색의향기 2018. 11. 23. 오전 01:58
2760


이별이 병실 시트처럼 창백하다

태막을 찢고 힘겹게 일어선 송아지가 비칠, 주저앉듯
가까스로 새벽 공기를 두드리던
심장의 북채가 스르륵 떨어졌다

눅눅한 어둠의 냄새를 쫓아내기 위해 더 큰 신음을 뱉던
구겨진 약봉지, 수염이 웃자란 그는
역을 놓쳐 종착에 홀로 남겨진 여행객
고장 난 생의 주파수는 불안으로 지지직거렸다

먼 곳으로부터 끌고 왔던
지문 닳은 외로움을 매만지는 능숙한 손이
봄날의 하품만큼이나 짧은 여행을 염한다

반복되는 일정을 기록한
오래된 종이 한 장이라는 듯
찡그림과 기침과 호흡을 읽던 시력 한 벌 벗긴다

두 개의 렌즈가 빙 둘러선 슬픔을 담담히 읽는다

가물가물 훑던 표정들이 또렷하게 다가오지만
접경부터 차츰 사라지는 인연의 내력은
만조에 잠긴 갯벌처럼 저만치 멀다
 

- 최연수, 시 '안경을 벗기다'

 
아픈 가족이 있다는 것,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늘 긴장 속에 있게 마련입니다.
위로의 말도 사치로 들리기도 합니다.
얼마 전 친구의 어머니가 가족들이 불러주는 노래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고
친구는 말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힘든 순간들을 지나 평정을 되찾았을 거라는 생각에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댓글 13개

정낙민 2018. 11. 23. 오전 08:50

늘 그 순간을 생각하지요.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둘러선 아이들이 불러주는 노래를 속으로나마 따라 부르며 떠나고 싶다는 소망! 엄청난 사치인지도 모를 그 소망이여!

김덕식 2018. 11. 23. 오전 10:54

감사합니다..

김진광 2018. 11. 23. 오후 02:27

말년을 잘 보내야합니다...

오세진 2018. 11. 23. 오후 02:45

옆에 있다는 것의 중요함을 기억하면서~~

채성옥 2018. 11. 23. 오후 03:48

나도 그런 이별준비를 해야겠다고... 조용히 생각해봅니다.

윤희원 2018. 11. 23. 오후 04:32

마지막 이별의 순간을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승유 교수 2018. 11. 23. 오후 08:37

흠도 많고 굴곡많은 우리네 인생... 그래도 지금껏 최선을 다해왔고 남은 삶도 충실한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먼훗날 편안히 눈 감을 수 있기를...

서용칠 2018. 11. 23. 오후 10:12

안경이 유품이되였군요

정창훈 2018. 11. 25. 오후 11:08

어머니가 떠나가신 그때처럼 숙연해지는 글이네요...

zuro59 2018. 11. 25. 오후 11:11

저도 안경이 유품이 될듯 남긴 것 별로 없이 갈 날이 있겠지만, 어머니와 아버지 유품 중 안경은 남아 있지 않아 참 그리워지는 글입니다... 감사드려요~~^^*

문태성 2018. 11. 27. 오전 10:22

우리는 모두가 장애인, 완전하지 못한 모습, 그러나 찾아가는 온전함.

안성훈 2018. 11. 27. 오후 05:49

이별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했네요

김산성 2019. 01. 17. 오전 09:48

아픈 가족이 있다는 것,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늘 긴장 속에 있게 마련입니다.위로의 말도 사치로 들리기도 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