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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나무

사색의향기 2019. 01. 08. 오전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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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삼덩굴이 서로 몸을 섞자 순간 길이 사라졌다
멈춘 길 위에서
누군가의 몸을 들여다본 적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도 외출할 수 없었던
불가해한 숲을 빠져나가려다 마주친
까만 궁금이었다 그때 나무는 깔깔한 털갈이로
변신 중이었다 두텁고 딱딱한 환영 속으로
벌레들이 뚝뚝 끊긴 길을 물고 있었다
나무에서 꽃이 필 때 혹은 질 때 오래된 바람을 만나듯
환삼덩굴은 셀 수 없는 다리를 들어 반겼다
숲의 끝에 기다랗게 죽은 트렁크 하나 놓여 있었다
죽는다는 것은 나이를 내려놓는 것
속에 아무것도 들여놓을 수 없는 것 살아서도
죽어서도 떠날 수 없다는 것 환상은
누워서도 아파서도 사라진 길에 누운 숲의 마중
벌레에게 몸을 내어준 트렁크나무
까맣게 여행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 문설, 시 '트렁크나무'



죽은 나무의 빈 공간을 트렁크라고 생각한 상상.
죽어서도 무언가를 위해 내어주는 나무.
차곡차곡 시간을 저장하고,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는 나무겠지요.
나만을 주섬주섬 챙겨 넣은 욕심을 비워보고 싶은데.
길이 없어진 뒤에야 보이는 또 다른 길이 있을까요.
자연의 섭리가 무섭고 위대합니다.

댓글 14개

김희경 2019. 01. 08. 오전 05:38

내 꿈을 향해 질주했던 그동안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세 딸의 엄마로 이제는 아이들의 꿈을 향해 가라는 귀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

이봉철 2019. 01. 08. 오전 08:31

좋은 글입니다.

박종영 2019. 01. 08. 오전 10:42

나무도 죽기전에는 마음을 비운가 봅니다 트렁크를 만들어 놓고 지나온 시간을 차곡차곡 채우는 죽음의 마지막 가는길의 노자를 채우는 지혜가 서럽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강또루 2019. 01. 08. 오후 02:43

트렁크나무가 자유롭게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네요. 차가운 공기가 아름다운 이 겨울에 특히나 어울리는 시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twkang 2019. 01. 08. 오후 03:00

속 빈 고목을 트렁크로 비움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셨군요 각박하고 고단한 요즘 비우고 단순함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김덕식 2019. 01. 08. 오후 04:34

감사합니다..

오세진 2019. 01. 08. 오후 04:59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서용칠 2019. 01. 08. 오후 07:50

나무는 늦가을에 옷을벗어 땅으로 돌려주고 올로 겨울을난다 나무는 희생과 나눔만을 아는 바보 !

안성훈 2019. 01. 09. 오전 08:45

이제 떠날때가 되었네라고 말하며 공간을 내어줄 준비를 하는군요

류인순 2019. 01. 09. 오후 12:20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나는군요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남근영 2019. 01. 12. 오후 01:23

환삼강굴은 왜래종이라는데 비행기를 타고왔을까 배를 타고 왔을까 번식력이 너무 강해 가방을 잘 만드네

정창훈 2019. 01. 12. 오후 10:38

트렁크나무 비유가 적절하네요~~^^*

zuro59 2019. 01. 12. 오후 10:41

저 고목의 빈 공간으로 들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또 다른 공간의 세계가 이어질 것 같은 생각은 착각이겠지만... 저도 언제쯤은 저런 시간이 찾아 올런지??

윤희원 2019. 01. 16. 오후 01:17

자연이 주는 가슴 찡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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