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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나무
환삼덩굴이 서로 몸을 섞자 순간 길이 사라졌다
멈춘 길 위에서
누군가의 몸을 들여다본 적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도 외출할 수 없었던
불가해한 숲을 빠져나가려다 마주친
까만 궁금이었다 그때 나무는 깔깔한 털갈이로
변신 중이었다 두텁고 딱딱한 환영 속으로
벌레들이 뚝뚝 끊긴 길을 물고 있었다
나무에서 꽃이 필 때 혹은 질 때 오래된 바람을 만나듯
환삼덩굴은 셀 수 없는 다리를 들어 반겼다
숲의 끝에 기다랗게 죽은 트렁크 하나 놓여 있었다
죽는다는 것은 나이를 내려놓는 것
속에 아무것도 들여놓을 수 없는 것 살아서도
죽어서도 떠날 수 없다는 것 환상은
누워서도 아파서도 사라진 길에 누운 숲의 마중
벌레에게 몸을 내어준 트렁크나무
까맣게 여행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 문설, 시 '트렁크나무'
죽은 나무의 빈 공간을 트렁크라고 생각한 상상.
죽어서도 무언가를 위해 내어주는 나무.
차곡차곡 시간을 저장하고,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는 나무겠지요.
나만을 주섬주섬 챙겨 넣은 욕심을 비워보고 싶은데.
길이 없어진 뒤에야 보이는 또 다른 길이 있을까요.
자연의 섭리가 무섭고 위대합니다.
댓글 14개
내 꿈을 향해 질주했던 그동안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세 딸의 엄마로 이제는 아이들의 꿈을 향해 가라는 귀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
좋은 글입니다.
나무도 죽기전에는 마음을 비운가 봅니다 트렁크를 만들어 놓고 지나온 시간을 차곡차곡 채우는 죽음의 마지막 가는길의 노자를 채우는 지혜가 서럽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트렁크나무가 자유롭게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네요. 차가운 공기가 아름다운 이 겨울에 특히나 어울리는 시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속 빈 고목을 트렁크로 비움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셨군요 각박하고 고단한 요즘 비우고 단순함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무는 늦가을에 옷을벗어 땅으로 돌려주고 올로 겨울을난다 나무는 희생과 나눔만을 아는 바보 !
이제 떠날때가 되었네라고 말하며 공간을 내어줄 준비를 하는군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나는군요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환삼강굴은 왜래종이라는데 비행기를 타고왔을까 배를 타고 왔을까 번식력이 너무 강해 가방을 잘 만드네
트렁크나무 비유가 적절하네요~~^^*
저 고목의 빈 공간으로 들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또 다른 공간의 세계가 이어질 것 같은 생각은 착각이겠지만... 저도 언제쯤은 저런 시간이 찾아 올런지??
자연이 주는 가슴 찡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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