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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무늬도 단단하다

사색의향기 2019. 04. 09. 오전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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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슬레이트 지붕처럼 접어
호숫가로 갔어요
접혀진 새벽을 펼치자
오므라든 호수는 단단한 막이 걷히고
바람이 물무늬를 흔들어놓네요


이른 새벽 숲은 아우성으로 최고의 발정이 일어나요
정말 까투리의 절대적 저항이 눈부시군요
음, 그렇지만 염려 말아요
경계가 그리 쉽게 무너지겠어요


당신 입술은 장미
그리 호락하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보셔요,
부푼 배꼽과 부푼 젖가슴을 어쩌겠어요
이 계절을 품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군요


단단한 물무늬를 비집고 하늘이 들어앉았네요
구름이 물살을 가르며 흘러가요
하늘의 심장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네요
내일이면 등이 굽은 새우아제가
쉬리를 만나 장가를 가요


그러니, 초대장 보내요
날짜는 당신이 제일 먼저
상현달을 따라와 눕는 그날입니다


- 이승남, 시 '물무늬도 단단하다'


 

며칠 전 물무늬를 흔들며 지나가는 오리 엄마와 아홉의 아가들을 봤습니다.
이 계절을 품는 생명들.
4월은 이렇게 고요히, 단단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댓글 13개

이봉철 2019. 04. 09. 오전 08:30

좋은 글입니다.

강주화 2019. 04. 09. 오전 08:51

매일 아침....사색의 향기 메일을 통해 시를 읽고 나누며... 삭막했던 나날이 새로워졌어요.ㅎ 오늘도 바쁜날이지만 잠시..쉬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쫄깃한 시 한수... 마음에 담고...

김진광 2019. 04. 09. 오전 09:29

자연의 섭리대로 진행되지요

김덕식 2019. 04. 09. 오전 10:50

감사합니다..

박종영 2019. 04. 09. 오전 10:56

잔잔한 호수에 바람이 불면 물비늘이 주름을 잡고 흔들리는 풍경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물오리가 지나가도 흔들리는 수면입니다. 물아래에서는 수많은 오리의 발놀림이 있어 파장의 자욱이 곧 물무늬입니다. 감사드리며 좋은시 감사합니다.

이승남 2019. 04. 09. 오전 11:23

모든 만물이 더욱 힘차가 솟는 계절 모든일이 무한 고맙습니다.~~^^

정창훈 2019. 04. 09. 오후 03:25

물무늬에서도 봄을 봅니다~~^^*

zuro59 2019. 04. 09. 오후 03:28

봄날의 해질녘 물무늬를 보며 감상하고 그 기분에 젖어 보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세요~~

오세진 2019. 04. 09. 오후 03:37

비오는 호숫가가 보고 싶어지네요.

서용칠 2019. 04. 09. 오후 04:38

퐁 퐁 퐁 ~ 물수제비 아득히 날라간다 먼 전날 그리움이 동구라미가되여온다

안성훈 2019. 04. 10. 오전 09:32

편안한 사진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지향 2019. 04. 12. 오후 12:09

고요한 아침 호숫가 정경이 펼쳐졌네요

유은주 2019. 04. 12. 오후 08:34

물무늬. 참 아름다운 단어 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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