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게시물 상세보기

문화읽기

우산의 시간

사색의향기 2019. 07. 12. 오전 03:04
2666


엄마를 따라간 그날, 공장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왼쪽을 열면 정오의 해가,
오른쪽을 열면 구름이 내걸리고


심장 쪽을 믿는 엄마가 왼쪽 문을 열자
구름을 숨긴 포자들이 날아들었다
섶다리 밀려온 수상한 기미가 함께 떠다녔다


검은 하늘은 자주 무너졌다
손잡이 망가진 아버지는 사진 속에서만 웃었다


꽃무늬 양산을 내던지고
우산공장으로 출근한 엄마
챙 좁은 우산 같은 월급 속으로 뛰어든 우리는
젖은 서로의 어깨를 쓸어주었다


지붕에 대못이 박히는 시간
살이 부러진 여름은 길에 나뒹굴고
구멍 난 하늘이 방 안 양동이 속으로 뛰어내렸다
구름 사촌이었던 우리는 퐁, 퐁, 리듬에 맞춰 잠이 들었다


정오의 해를 찾아 나선 부도난 양산의 계절
먹구름 몰래 펼쳐 든 웃음에서
녹슨 쇳소리가 났다
 

- 최연수, 시 '우산의 시간'



우산과 양산. 각기 기능은 달라도 외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를 비하든, 햇빛을 피하든
서로의 우산이나 양산이 되어주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4개

이봉철 2019. 07. 12. 오전 08:30

좋은 시입니다 장마와 우산 등등 비유적 표현 좋았습니다.

안성훈 2019. 07. 12. 오전 09:06

서로를 위하여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김진광 2019. 07. 12. 오전 09:09

비가와서 우산이 좋아요

강주화 2019. 07. 12. 오전 09:50

빙그레..웃음이 지어지는 한편의 시로 오늘 아침, 저는 동심으로 여행합니다. 빨강우산,파랑우산, 찢어진 우산이라는 노래를 친구들과 함께 목청껏 부르며 한여름 장마비를 흠뻑 적시며 하교하던 시간들... 지나간 시절은 그립기만 하네요~~ㅋ

김덕식 2019. 07. 12. 오전 09:59

감사합니다..

박종영 2019. 07. 12. 오전 10:35

비가 오는 날 하교 시간, 정문앞에 모여드는 무지개색 우산의 평화가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형원 2019. 07. 12. 오전 10:35

비가 내리면 양산이 필요 없고 헷볕이 쬐면 우산이 필요없고 양산과 우산을 한 용도로 사용하면 비도 햇볕도 막아 줍니다 뜨거워 지는 여름날에 시원한 얾냉차 함께 하십시다

정창훈 2019. 07. 12. 오후 03:52

우산과 양산의 추억은 참 다양하지요^^*

zuro59 2019. 07. 12. 오후 03:57

누군가의 우산이나 양산이 되고 싶어도 지금은 외려 그 반대가 되었네요. 물론, 어려서는 젊어서는 그런 기억도 있습니다. 이제는 안정된 삶을 살면서 베풀며 사랑하며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하지만, 소박하게라도 그런 날이 오겠지요...좋은 글, 감사드려요^^*

오세진 2019. 07. 12. 오후 08:04

심오한 내용인 것 같은데, 잘 이해가 안가네요. 다시 한번 읽어볼게요.

서용칠 2019. 07. 12. 오후 08:19

비 구경한지가 얼마만인가 ?! 열기만이 하늘가에 가득하다 우산은 필요없고 양산만이 있어야하는 세상이되였다

이인환 2019. 07. 14. 오후 12:04

최연수, 이 언어의 마술사 ! 멋진 시를 읽고 또 헷갈리고 . . .

윤희원 2019. 07. 19. 오후 01:28

비오는날은 우산이 최고 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민재 2019. 11. 28. 오전 09:36

쓰임과 용도가 맞다면 그것만큼 완벽하고 훌룡한것도 없다고 생각되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