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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시간

사색의향기 2019. 09. 20. 오전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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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해드리겠습니다
여자가 단말기에 카드를 긁었다


허공을 얄팍하게 접어 꽃에 대고 있는
나비, 결제할 것이 있을까


비행법을 기억하는 그 나비, 희미한 어제를 접어 앉았지
지불할 게 많은 듯


노련한 꽃은 이미 향기를 버린 채 나비의 길목을 지켰던가
낯선 꽃의 머리채가 그 손에 잡혀 울었던가


거기까지만 날아갈 나비를 알고 있을 거야
한때의 봄날만 기억하는 그 꽃,


무럭무럭 자란 그 나비, 잠들지 않는 근육질 무늬가
피 다른 꽃을 배회해도
결제할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꽃들


팔랑거리는 나뭇잎을 좇는 나비
바람을 따라 잠시 꽃들이 일어섰다 주저앉는다


하늘거리는 계절, 눈 좋은 흰색이 팔랑거린다


여름에는 유독 흰색이 좋았다
흰색을 접어 지갑에 넣으면 눈이 잘 보일 것 같았다


나는 여름에게 지불할 것이 많다


- 최연수, 시 '나비의 시간'



이제 여름은 나비처럼 날아가고 추억만 남습니다.
지난 계절에게 지불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은 가을.
풍요로움으로 지혜로움으로 잘 헤쳐나가야겠습니다.

댓글 11개

이봉철 2019. 09. 20. 오전 08:35

좋은 글 입니다.

강주화 2019. 09. 20. 오전 08:57

거저...라는 인생은 없다. 심은만큼....뿌린만큼...거두는 가을의 계절이 있듯이... 인생의 가을..언제일까요?ㅎ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해주신 좋은 글...감사합니다.

김진광 2019. 09. 20. 오전 09:36

풍요의 계절이 옵니다

윤태혁 2019. 09. 21. 오전 04:13

풍성한 가을, 그리고 온통 아름다운 색으로 바뀌어질 가을의 들녁과 맑은 하늘을 또 기다립니다.

정창훈 2019. 09. 21. 오후 01:28

그 무더웠던 여름, 그래도 미련은 남아 있네요^^*

zuro59 2019. 09. 21. 오후 01:32

푸름을 더 진하게하는 초가을, 연녹에서 녹색으로 변하기 전의 여름날들, 얼마전 늦더위는 여름을 다시 기억하게 하기도 하였죠...한계절이 가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그래도 새로운 계절에 또 적응해가며...좋은 글, 감사드려요^^*

오세진 2019. 09. 22. 오전 11:56

나비를 저렇게 비유할 수 있다니, 잘 읽었습니다.

김형원 2019. 09. 23. 오전 08:50

계절에 변화속에 없어지는 것은 나비도 매미도 사라졌다가 다시옵니다 일상에서 없어지는 것들 우편 엽서, 연에편지, 속수건.. 다시 부활 할수 있을 까..

안성훈 2019. 09. 23. 오전 10:19

글의 내용보다도 좌우로 대비된 나비의 사진이 너무 예쁘고 곱습니다.

김덕식 2019. 09. 23. 오전 11:24

감사합니다....

김민재 2019. 11. 21. 오후 01:10

나비의 시간이 오묘하기 뇌리에 오래 남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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