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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장
나무의 결을 따라 나비 잠을 깨운다
닫힌 공간 속에는 더 많은 나비가 잠들어 있다
자주 열리지 않는 문
열쇠는 선반 위에 두지 않는다
접혀 있는 옷들 사이사이 스민 기억의 파장
오랜 버팀이 쌓여 있는 곳
더 깊은 방 옻칠 속에 갇힌 보석의 신비
억압은 서투른 힘이다
쌍용이 달을 희롱하는 몽상의 밤
달빛이 겹겹의 문을 연다
바람이 습향을 거풍한다
사물과 사물의 말 없는 소통
열고 닫힘은 생동하게 하는 힘
내밀한 공간 안에 잠들어 있던 장중한 서사들
정겨운 말들이 실눈을 뜨며 술렁거린다
벌레들도 구석의 작은 살롱을 열고 소란스럽다
소리를 읽어내며 공간을 확장해가는 나비
달 걸린 자작나무 끝으로 날아오른다
푸른 숲 실루엣을 입고
- 김혜천, 시 '나비장'
나비의 양 날개가 닫힌 문에 팔랑, 보이는 장.
누군가의 손때가 곱게 묻어 있는, 그래서 그 숨결마저 고귀해 보이는 장.
정겨운 사연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장이 오늘은 주인을 잃고 홀로 닫혀 있습니다.
입을 다문 채 기억을 잃은 듯한 주름진 얼굴이 떠오릅니다.
댓글 9개
나비 열세마리가 굳건하게 주인의 물건을 지키고 있습니다.
억압은 서투른 힘이다! 나비장에 얽힌 고상한 추측에도 숨어있는 소통의 문이 귀하고 귀하게 여겨집니다.
나비장을 지긋이 바라볼때 마다 분명 뭐 별거 안들었는데도 항상 궁금해 지는 묘한 끌림을 느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감이 가는 가구네요.
나비장 모습이 좋고 시도 좋습니다.
할머니의 손길이 가장 많이 간 장롱, 옛시절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비장, 참 그리운 오랜만에 접하는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이름의 친근한 작은 장롱...수많은 비밀이 있을 것 같았던...나비잠에 대한 글을 보며 좀 더 마음을 열고 살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내면의 작품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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