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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장

사색의향기 2019. 11. 19. 오전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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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결을 따라 나비 잠을 깨운다
닫힌 공간 속에는 더 많은 나비가 잠들어 있다


자주 열리지 않는 문
열쇠는 선반 위에 두지 않는다


접혀 있는 옷들 사이사이 스민 기억의 파장
오랜 버팀이 쌓여 있는 곳
더 깊은 방 옻칠 속에 갇힌 보석의 신비


억압은 서투른 힘이다


쌍용이 달을 희롱하는 몽상의 밤
달빛이 겹겹의 문을 연다
바람이 습향을 거풍한다


사물과 사물의 말 없는 소통
열고 닫힘은 생동하게 하는 힘


내밀한 공간 안에 잠들어 있던 장중한 서사들
정겨운 말들이 실눈을 뜨며 술렁거린다
벌레들도 구석의 작은 살롱을 열고 소란스럽다


소리를 읽어내며 공간을 확장해가는 나비
달 걸린 자작나무 끝으로 날아오른다
푸른 숲 실루엣을 입고


- 김혜천, 시 '나비장'



나비의 양 날개가 닫힌 문에 팔랑, 보이는 장.
누군가의 손때가 곱게 묻어 있는, 그래서 그 숨결마저 고귀해 보이는 장.
정겨운 사연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장이 오늘은 주인을 잃고 홀로 닫혀 있습니다.
입을 다문 채 기억을 잃은 듯한 주름진 얼굴이 떠오릅니다.

댓글 9개

안성훈 2019. 11. 19. 오전 08:42

나비 열세마리가 굳건하게 주인의 물건을 지키고 있습니다.

강주화 2019. 11. 19. 오전 09:17

억압은 서투른 힘이다! 나비장에 얽힌 고상한 추측에도 숨어있는 소통의 문이 귀하고 귀하게 여겨집니다.

김민재 2019. 11. 19. 오전 09:24

나비장을 지긋이 바라볼때 마다 분명 뭐 별거 안들었는데도 항상 궁금해 지는 묘한 끌림을 느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김덕식 2019. 11. 19. 오전 10:45

감사합니다...

오세진 2019. 11. 19. 오전 11:00

정감이 가는 가구네요.

문희 2019. 11. 19. 오후 12:04

나비장 모습이 좋고 시도 좋습니다.

박종영 2019. 11. 19. 오후 12:29

할머니의 손길이 가장 많이 간 장롱, 옛시절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zuro59 2019. 11. 19. 오후 05:13

나비장, 참 그리운 오랜만에 접하는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이름의 친근한 작은 장롱...수많은 비밀이 있을 것 같았던...나비잠에 대한 글을 보며 좀 더 마음을 열고 살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이봉철 2019. 11. 21. 오전 08:47

내면의 작품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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