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게시물 상세보기

밑줄긋기

몽상가의 턱

사색의향기 2020. 01. 14. 오전 02:32
3184


잠 없는 몽상가들은 얼굴 중앙에서 아래쪽까지
이어지는 부분에 손을 괴고
오늘밤도 그럴 턱이 있나
주억거리던 생각을 발음하다 턱이 빠질 때쯤
한 턱 낼 일, 터트리지


김수영의 거침없는 기개의 턱은 풀을 일으키고
아고리의 섹시한 턱은 불멸의 그림을
머라이어 캐리의 귀여운 턱은 오만대신 사랑을
빨간 바지 복부인의 주걱턱은 파란 집으로 데려갔던 턱
한 턱 내도 아깝지 않은 턱이지


나의 아래위 턱 긴 곡선을 도려내며
아들 취직했을 때 한 턱
딸 얻었을 때 두 턱, 붉은 포도주를 마시고
브이라인이 되는 동안 귀밑 사각턱부터 옆 턱까지
흘린 피는 가슴에 검은 주름을 만들었지 


레드카펫의 문턱에는 몽상가의 삶이 턱을 괴고 사유중이지
버릇과 인상을 턱이 빠져라 하초에 힘을 주고 씹을수록 열리지 않는 궁
꿈꾸는 자의 턱살을 만지려 훗날의 맥을 짚었지
기둥을 세우려 동시교정에 들어간 문리의 턱뼈
턱tuck 잡힌 날렵한 턱시도 언제 입을지


- 오현정, 시 ‘몽상가의 턱’


 
아들 취직했을 때 한 턱, 딸 얻었을 때 두 턱.
이런 턱이라면, 브이라인이 아니어도 언제든 환영하는 턱입니다.
턱을 괸 몽상의 시간도 있고 한 턱 투 턱 기분 좋은 턱도 있는 날들.
오늘은 어떤 턱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댓글 9개

이봉철 2020. 01. 14. 오전 08:46

좋은 글입니다

강주화 2020. 01. 14. 오전 08:53

ㅎㅎㅎ손주보고서도 한턱냈어요. 우리네 턱 인심은 과하지만 않으면 아름다운 전통이죠~~^-^ 자랑하는 댓가치곤....

불교문예 2020. 01. 14. 오전 10:47

고운 시향과 함께 하는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종영 2020. 01. 14. 오전 10:51

한 턱 내는 사람은 주어서 즐겁고, 한 턱을 받은 사람은 받아서 즐거운 턱입니다. 감사합니다.

하제 2020. 01. 14. 오후 12:22

이 시끄러운 세상에 자신의 턱을 어떻게 고여야 아름답게 보일건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고맙습니다

박소연 2020. 01. 14. 오후 01:13

좋은 시 감사합니다 ㅎ

zuro59 2020. 01. 14. 오후 04:52

오늘 하루 무사히 넘기는 것도 하나의 삶의 턱이겠죠...언제쯤 한턱을 낼까 하면서도 쉬 내지 못하고 있지만...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성훈 2020. 01. 15. 오전 09:08

오늘도 여기저기에서 턱을 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김민재 2020. 01. 16. 오전 10:09

무언가를 상상할 여유와 힘이 있다는 것은 창의의 발동일거라는 생각이 들게 되네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