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게시물 상세보기

밑줄긋기

이발소에서

사색의향기 2020. 08. 31. 오후 03:57
2910


이발소에는 나른하게 취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스트로 잘 발효된 술빵처럼 약간 시큼한 냄새가 떠돈다.
땀에 젖은 산모의 젖무덤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그곳에 들어서면 모든 긴장이 일시에 풀려버린다.
면도를 해주는 나이든 여인도, 시선을 잡아끄는 일도 없고,
설혹 그녀의 옷자락이 팔에 스친다고 할지라도
예민하게 굴 필요도 없다.  

- 정희승, 수필 '이발소에서' 중에서


 

이발 경력 60년이라는 이발사가 운영하는 이발소를
가끔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손님이 있을까, 싶어도 추억을 공유하며 무심한 듯
자기 일에 열중인 분을 찾는 이가 있을 겁니다.
오래된 취향도 이미 익어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손질해주는 곳.
누이 같은 형 같은 주인이 소탈하게 맞아주는 곳입니다.

댓글 15개

배승환 2020. 09. 01. 오전 05:55

성북동 이발소에 가면 첫째 누나 같은 이발소 주인이 있다 합니다. 지난 대통령들도 거쳐간 세월 한결같이 자리를 지켰답니다. 년초에 TV에 소개되어 한 번 가보려 전화 번호까지 적어 두었는데 아직도 가기 전에 입니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이발소는 자주 옮기기 쉽지 않습니다. 머리를 깎으면 마음이 상쾌해지고 가뿐해야 하는데 주인이 바뀌면 몇 개월은 깎고 나서도 찝찝합니다. 잘 생긴 제 얼굴을 못나게 해서가 아닙니다. 오랜 동안 다니면서 제 머리와 얼굴 모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편해지며 가벼운 기쁨이 있게 됩니다. 혹, 이게 행복인가~~

이봉철 2020. 09. 01. 오전 08:51

누구나 옛생각에 잠기곤 하지요

김종숙 2020. 09. 01. 오전 08:59

어릴때 아버지와 함께 이발소에 가서 머리 자를때 모습이 떠오르네요 누워 있으면 면도도 슥슥 해주던 모습도 신기했고 거품이 일어나는것도 신기했고 나의 사랑방 같은 이발소가 그립네요

강주화 2020. 09. 01. 오전 09:15

어린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이발소 풍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군요~ 이발소 의자에 판자 올려놓으시고 앉히시더니 상고머리 해주시던 동네 이발사아저씨가 문득, 그립네요.

정두섭 2020. 09. 01. 오전 09:43

감사합니다.

정창훈 2020. 09. 01. 오후 01:31

그 옛날 향수가 나는 이발관에 가보고 싶군요...

zuro59 2020. 09. 01. 오후 01:34

정말 정이 깊은 이발관에서 느꼈던 그 오랜 추억, 지금은 가볼 곳이 없지만, 참 그립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박종영 2020. 09. 01. 오후 03:13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덕식 2020. 09. 01. 오후 03:38

감사합니다...

문희 2020. 09. 01. 오후 04:17

아버지와 함께 가던 곳부터 여러 이발소가 생각납니다. 옛날 이발소는 이제 추억이 되었습니다.

김민재 2020. 09. 01. 오후 09:26

어디선가 푸근하게 긴장을 놓을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는거 같습니다.

서용칠 2020. 09. 02. 오전 10:07

이발소에서 소시쩍에는 이발소가는것이 왜 그리도 싫었는지 젊은날에는 큰 거울로 내얼굴을 자세히 볼수있었다 그러나 언제인가 부터는 노가리까는 장소였었다

안성훈 2020. 09. 03. 오전 08:54

찰칵찰칵 척, 서걱서걱, 사각사각, 슥슥슥하는 소리에 스르륵 잠들면 어느덧 멋지게 변해있던 이발소~ 물조리개로 물을 퍼 담아서 머리 감던 기억에 새롭습니다.

김덕식 2020. 09. 05. 오후 09:05

고맙습니다.....

김덕식 2024. 03. 25. 오전 10:59

6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