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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사색의향기 2020. 09. 15. 오전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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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마른 멸치 똥을 떼어낸다
그 넓은 바다에서 누가 던진 그물에 걸렸기에
날 비린내를 끌어안고
꼼짝없이 이민 길에 올랐을까


그 어느 그물코에 꿰여 이곳까지 옮겨
머리도 창시도 다 버리고
끓는 냄비 속도 마다치 않고
잡것들과 섞여 온몸 흐무러지게 우려내지만
결국엔 버려지는 몸일 텐데


이끼 무성한 틈새라도 좋다
터를 잡아보려고
낮은 잡풀에도 몸을 낮춘 채
똥줄 타게 달렸다


허풍인 줄 알면서 은빛 비늘 부서져라 웃어줬다
믿기지 않지만 속아줬다
맨 프라이팬에 볶여 소주 안주가 되고서야
불빛도 없는 방에 들어
두 눈 부릅떠 팔딱이는 지느러미를 재운다


- 김미희, 시 '멸치'



작은 몸이 우려내는 국물이 어찌나 깊은지요.
뼈째 바친 몸이 어찌나 고소한지요.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흔적들이 바다의 맛을 품고 왔습니다.
단단하게, 야무지게 오늘을 여미며 그 근성을 음미합니다.

댓글 11개

김덕식 2020. 09. 15. 오전 10:35

감사합니다...

문희 2020. 09. 15. 오전 10:54

약한 비린내, 다양한 맛으로 우리와 함께 지내는 멸치, 정말 고맙다.

박종영 2020. 09. 15. 오전 11:52

작은 몸뚱이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맛이 오늘까지 이어오는 것은 멸치의 희생을 기억하는 우리들의 의무이고 사명입니다. 감사합니다.

서용칠 2020. 09. 15. 오전 11:57

나의 먹거리로 생명을 내어주니, 멸치야 고맙다

강주화 2020. 09. 15. 오후 01:16

멸치 없으면 못사는 살림입니다. 그만큼 대단한 멸치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창조주를 찬미합니다~~

안성훈 2020. 09. 15. 오후 01:39

저도 지난 주일에 와이프와 함께 멸치똥을 떼어냈는데 그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멸치로 끓인 콩나물 국은 명품 콩나물 국이 되었습니다. 아내와의 시간 멸치의 온몸을 바친 헌신이 만든 것이겠지요

정창훈 2020. 09. 15. 오후 05:49

멸치는 생선보다는 양념처럼 오랜 세월 그렇게 되었지요^^*

zuro59 2020. 09. 15. 오후 05:55

태어나서 처음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멸치는 늘 빠지지 않는 양념으로 조리된 음식이나 말린 모습 그대로를 먹기도 하였지요. 평생 늘 함께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김민재 2020. 09. 15. 오후 10:08

생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작고 맛깔스러운 멸치는 팝콘처럼 중독성이 있는거 같아요.

죽전 2020. 09. 17. 오전 03:54

조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봉철 2020. 09. 18. 오전 09:36

기프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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