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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슬픔을 탈탈 털어 햇빛에 말려도
뽀송뽀송해지지 않던 날들
그리운 얼굴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할 때마다
푸른 물방울무늬를 하나씩 허공에 그렸어요
언니의 손을 놓치고
낯선 아저씨가 내민 손에 울음을 내려놓으며,
마취도 없이 의사의 수술칼이 내 귀를 건드린 후
이겨내지 못할 아픔도 있다는 걸 일찍 배워버린 곳
오래도록 내 몸에 머물렀던 불운마저
친구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낯설어진 이름들이 가끔은
가족이라는 얼굴로 다시 모이기도 했지만
어디론가 숨어버린 오빠의 이름은
꺼내서는 안 되는 비밀이어서
봄날 대나무 숲에는 새소리 대신
독 품은 뱀들만 알을 낳아 제 식구를 늘려가곤 했습니다
잠시 눈물을 닦기도 했던,
나는 어디쯤에서 사라진 얼굴일까요
푸른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은 계집애
은목서꽃 향기 날리는 골목길에서
시간의 조각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어요
- 김밝은, 시 '흔적'
흔적을 만지면 유난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지요.
그 기억과 함께 달려 나오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이번 명절엔 그리운 이들과 만나는 걸 미루지만
마음만은 가까운 추석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 12개
오랜 만에 선산에 다녀왔습니다. 육신은 볼 수 없지만 그 날의 짜장면 한 그릇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어린 막내를 유학 보내는 전 날 어른에게 영욕의 시간이 지나갔던 시장통에서 무일 푼 주머니에 준비하셨을 이별 식 중국 집이 떠오르네요 아비가 된 지금에나 지독히 가난한 사랑을 알게 되었네요 무덤 앞에 짧은 기도 후 긴 시간 어른의 얼굴에 쓰여진 말들을 읽었습니다.
아픔을 시로 승화하고 이겨내는 듯합니다. 부디 행복한 일 가득하길 기원해봅니다.
마음만은 가까운 추석을 어떻게 보낼지...생각합니다. 더 깊은 마음으로 통화하고 선물도 보내고 용돈도 드리고 ... 어려운 시절일수록 인색하지 말자! 맘먹습니다.
흔적 !이 남아있어 , 과거는 지울수가없다 .
우리의 흔적은 어디에 있는가
감사합니다...
저는 코로나 보다는 여윳돈이 없어 못가네요...ㅠㅠ...
마치 저의 이야기와 공감되는 것 같습니다...좋은 글, 감사드려요...추석연휴 모두 마음만은 가깝고 풍성하길 바랍니다^^*
흔적이 흔하게 많이 있는데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아야 할거 같아요
우린 많은 흔적을 남기고 살아가지만 여전히 방황을 하는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행복한 중추절 되세요.~**
마음은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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