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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사색의향기 2021. 07. 12. 오후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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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하느님이 의자를 만들 때
그 곁을 달려가던
말의 영혼을 불어넣었다
목뼈를 곧게 펴고
먼 곳을 바라보는 자세에
안장을 얹은 것도
하느님의 전직인 목수였다
사람들이
목뼈에 등을 기대고 돌아앉을 때
의자는
혼이 떠난 사물일 뿐
아이들이
가끔씩 거꾸로 앉아 소리칠 때
온몸을 부르르 떨며
의자에 깃든 말의 영혼은 눈을 뜬다


그때마다
어디선가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 들려온다


- 박현수, 시 '의자'



꼬박 걸어온 발품이 풀썩 앉는 의자.
다리를 꼬아 앉아도 마음을 꼬지 않는 의자.
다소 과한 체중이 실리면 잠시 삐걱거리기만 할 뿐인 의자.
묵묵한, 이해심 많은 사람 같은 의자입니다.

댓글 8개

강주화 2021. 07. 13. 오전 08:55

묵묵함과 이해심 많은 사람같은 의자, 내 의자같은 사람, 어디에 있을까요?^-^

서용칠 2021. 07. 13. 오전 09:45

태초에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를 위해 침대를 만들었을런지 모른다 지금은 잔디위에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것이 그립기만하다

김덕식 2021. 07. 13. 오전 10:07

감사합니다..

박종영 2021. 07. 13. 오전 10:34

매일같이 무거운 짐을 앉히고 인내하는 의자의 철학이 고맙습니다.

정창훈 2021. 07. 13. 오후 03:48

의자처럼 잘 받아주는 안식처

zuro59 2021. 07. 13. 오후 03:53

항시 기대고 의지하여도 말없이 묵묵히 받아주고 쉴 수 있는 의자처럼, 그렇게 살아간다면 아마도 그건 인간이 아닌 신일 것 같습니다. 믿음까지도 초월한 신이지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

김민재 2021. 07. 13. 오후 04:37

의자가 조예가 깊은 사람은 의자본연의 기능보다 그 물건이 지니는 의미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성훈 2021. 07. 15. 오후 04:23

오늘의 의자의 글을 보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 책이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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