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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를 내린 사과밭

사색의향기 2021. 12. 06. 오후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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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내린 사과밭이 하얗다 연사흘 계속된 눈은 비탈진 언덕을 덮고 붉은 그늘 맺혀 있던 자리에 

육십 촉 전구들을 매달아 허공까지 환히 밝힌, 흰빛이 점령한 사과밭은 추상으로 가는 통로처럼 미묘

하다

지난 한 시절 허공에 푸른 집 한 채 앉혔던 사과밭은 이제 그날의 기둥만을 간직하고 있다 허공 넓혀 

영토를 키우고 다디단 그늘 매달았던 거기, 죽을힘 다해 기둥을 밀던 뿌리들, 쉴 새 없이 빛을 퍼먹던 

초록 숟가락들, 햇살이 붉게 덧칠하던 그늘은 향기를 뿜으며 익어갔다 붉게 익은 그늘 아래 서면 상처

처럼 눈물이 고여 둥글게 매달린 그것이 향기가 아니라 그늘임을 알았다

지금 사과밭은 흰빛으로 직조한 지붕 아래 들었다 화가들이 화폭에 담고 싶어 하는 순수의 색, 숲을 

둥글게 말아 흰 껍질 속에 가두는 새처럼 지난 시절의 푸른 기둥과 숟가락들 붉은 햇살까지 천 갈래 

실핏줄 같은 미로 속에 가두고 지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았다 그 위로 흰 눈 내려 사과밭은 다시 완벽
의 무봉無縫, 어둠 깨고 나오는 부리들을 맞을 때까지 나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 면벽하고 피정에 들 

시각

- 허영둘, 시 '스위치를 내린 사과밭'


죽을힘 다해 기둥을 밀던 뿌리들이었겠지요, 숨차게 달려온 지난날은.

그래도 더 매달려야만 할 것 같습니다. 남은 12월에, 남은 2021년에.

그래야만 내 푸른 집 한 채에 따스한 그늘이 온전히 드리워질 것도 같습니다.

사랑으로 직조한 흰 지붕 아래가 따스할 것이라 믿습니다.

댓글 11개

조기연 2021. 12. 07. 오전 08:37

매일 아침 사과 하나 잘 씻어 반으로 나눕니다. 반쪽은 통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내일 아침 먹기로 하고 나머지 반쪽은 둘로 나누어 하나는 내가 껍질채 먹고 남은 것은 외손자 몫으로 껍질 벗겨 잘게 썹니다. 겨울의 사과밭은 돌보는 이 없이 홀로 추위를 견디는 고독한 삶의 현장일 것 같네요.

강주화 2021. 12. 07. 오전 09:16

12월... 무언가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은 한해의 끝달, 분주하지만 그 속에서 고요함을 찾습니다. 조용히 지금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김덕식 2021. 12. 07. 오전 10:45

감사합니다...

김민재 2021. 12. 07. 오전 11:25

설원이 가득한 사과밭이 그 어느때보다 아름다운 과수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성훈 2021. 12. 07. 오후 01:35

눈 내린 사과밭은 생각 못해봤는데 쓸쓸함 보다는 평안함을 주는 것은 여름날 고단했던 노력후의 결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박종영 2021. 12. 07. 오후 02:14

하얀 눈으로 덮힌 실감나는 사과밭 스위치가 없어 덜덜 춥습니다..

정창훈 2021. 12. 07. 오후 03:02

저렇게 함박눈이 내려 있을 날이 오겠죠.

zuro59 2021. 12. 07. 오후 03:07

눈이 가득한 사과밭 풍경, 그만큼 또 한해 수고 많았다고 도닥여 주는 연말, 따스함의 정이 오가길 기대하며...좋은 글, 감사합니다 ^^*

서용칠 2021. 12. 09. 오전 11:52

분주했던 여름 사과나무들이 동안거에 들었습니다

신의재 2021. 12. 09. 오후 06:22

감사합니다~~^^

이동수 2022. 01. 10. 오후 01:05

빨리 스윗치 올려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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