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옷의 얼굴을 깁는 바늘의 이유
박종영 2005. 06. 08. 오전 12:00
7523
박종영 2005. 06. 08. 오전 12:00
7523
|
옷의 얼굴을 깁는 바늘의 이유 가을 초입 목화송이 한 개 그 순수의 웃음을 쏙 뽑아내어 햇빛에 말린다 환한 웃음 다지고 늘려 세상 빛 바라보게 생명의 흰 핏줄 물레질로 다듬어 준다 씨 날줄 한 타래가 융합의 터를 잡는다 비로소 무명베 한 틀을 짜내는 아내의 베틀노래가 멈추고 나면 어느새 헹구고 바랜 환한 융단의 길이 해진 옷, 바람구멍 앞에 놓이고 그 바탕 위에 넒은 가슴과 두둑한 어깨, 날렵한 개척의 다리를 그려 넣는다 두 개의 날을 가진 가위를 불러 맞물리는 칼의 위엄으로 입혀질 몸뚱이의 혼을 잡고나면 은빛 바늘이 질긴 혈관을 달고 와 입혀질 옷의 숨소리를 촘촘히 깁는 이유, 부끄럼타는 나신의 혼을 달래려 그렇게 따스함의 근원을 사랑으로 열어주는 이유, 땡볕 지슴길 땀으로 채우던 눈물의 날로 기억되어 나의 질긴 옷은, 나를 생명으로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글/박종영 - 영상/유영국 화백님 작품입니다 |
댓글 3개
천지인
2005. 06. 09. 오전 12:00
정말 오랜만에 작가가 쓴 글다운 글을 만난 느낌입니다. 평을 하자는 게 아니라 비유와 함축이 대단하십니다. 사색의 향기가 한결 업 된 듯합니다.
최인구
2005. 06. 10. 오전 12:00
부끄럼타는 나신의 혼을 달래려... 정말 죽이는 표현 입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박종영
2005. 06. 12. 오전 12:00
천지인님. 최인구님. 안녕하세요 주말입니다. 유월의 빛이 더욱 푸르게 보이는 날입니다. 머물러 격려말씀 고맙습니다 가편으로 여깁니다. 즐거운 시간되십시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