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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된 아버지

방정민 2005. 11. 28.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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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가 된 아버지




천불사 납골묘엔 많은 부처가 있다

집에서 나와 있는 부처, 집 안에서 서성이는 부처,

돌아누운 부처,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부처,

이 모든 부처들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뒤넘스레 사는 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도를 깨친다며 천불사로 들어간 아버지는

십육 번 납골탑 맨 윗자리를 잡고는

말없이 나를 보며 힘들다, 힘들다, 외친다

한참을 바라보다 네, 하고 짤막하게 대답하면

천불사 많은 부처들이 깔깔대며 웃고는

바람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맑은 하늘 어슴푸레한 해거름은

도의 세계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보이지 않는 저 깨끗한 세상에

말이 필요 없는 부처를 떨어뜨린다

혼자가 된 아버지!

그러나 부처가 된 아버지!

홀로 저 먼 곳으로 탁발하러 가면서

나를 향해 빙그레 웃음 하나 지어보이고,

나는 어둠을 향해, 아버지를 향해

사실 나도 힘들어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대신 잘 가세요, 부디... 라는 안타까운 소망을 담아

진정 무거워서 가벼워진 내 돌아오는 발걸음에

멀어지는 부처 하나를 메달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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