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8월에
박종영 2006. 08. 11. 오전 07:34
6052
박종영 2006. 08. 11. 오전 07:34
6052
8월에
-박종영
하얀 길은 턱없이 지친 채
길 한편을 더운 바람에 내주고 먼지를 날린다
물기 끌어올리는 텃밭 감나무 한 그루,
번들번들한 잎 늘어뜨리고 고개를 조아린다
가슴 흔들며 떠가는 뭉게구름,
그 아래 가을 길을 열고 줄 서 있는 볏논의 질서가
파란 물길 내놓고 바람을 모은다
올해도 기어이 풍요는 올 것인가,
제비 한 쌍이 낮게 비행할 때마다
벼포기 흰불나방이 힘없이 사라진다
어디 그뿐이랴, 다랑이 논 물꼬에
풀대 물레방아 만들어 어둔 세월 돌게 하는
손자 돌 이의 복스런 손놀림이
보배스런 기운으로 눈에 잡힌다
하늬바람에 날리는 흰 머리카락과
논둑에 핀 코스모스 가는허리의 눈물이
지평선 하늘 끝에 매달리고,
바짓가랑이 밑으로 숭숭 지나가는
선선한 8월의 바람이 익숙한 웃음으로
한층 두께를 더하면서 푸른 들녘을 들쑤신다
입추 절기가 더딘 여름을 얼리며 속삭인다,
너도 어느 시절 울고 떠난 여인이 그리울 것이리라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