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나비이야기

한철수 2006. 10. 20. 오전 11:04
5758

나비이야기
-한철수-


하나, 잠시 머무른 자리


깨어나려고 안간힘을 써도

기어가려고 애를 써도

날으려고 기를 써도

잠시 머무르는 자리

삼백 예슨 날을

써도

써도

써도

이 실험실은 잠시 머무는 자리


둘, 일주일간의 비행


실험실은 삼복에도 40도가 넘는다.

땀 내음으로

알깨는 내음으로

해탈하는 내음으로

한 줄기 내리 붓는 소낙비의

후즐근한 내음으로

가득한

가득한

그득한

이 실험실은 잠시 머무는 자리

넌

일주일만에 표본이 되었다.


셋, 부음(訃音)


난 노래를 부른다.

곡(哭)을 한다.

장송곡(葬送曲)을 부른다.

우름차, 우후-우후

우름차, 우후-우후


넷, 헌화가(獻花歌)


화분(花粉) 내음도

수술의 애무도

암술의 체액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네게

꽃을 바친다.

향(饗)을 바친다.

늦은.


2002. 3. 25.
<구리문학 제12집. 2002년 12월>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