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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콤한 벌' 중에서 한 구절

박정은 2006. 10. 23. 오후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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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애는 어려도, 얌전하고 성숙해서 늘 이샤의 기분을 잘 살폈다. 이샤는 갸날프고 여릿한 그애의 배려를 발견할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늘 사려 깊은 지아, 오히려 어린 그애가 거꾸로 그를 위로해왔으니까.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삽시간에 주위가 어두워졌다. 숲 속이기 때문에 짙은 녹색이 감도는 어둠. 잠시지만 한기마저 들었다.
지아의 얇은 검정 교복은 추워 보였다. 이샤는 얼른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 그애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체격이 큰 그의 웃옷에 감싸인 지아는 한층 갸냘퍼 보였다.
옷이 너무 커서, 자꾸 미끄러졌다. 꼭꼭 깃을 여며주며, 이샤가 아빠  옷을 입은 것 같다고 그 답지 않게 어줍잖은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그 사소한 말에도 그애가 뺨을 붉혔다.

그때였다.

구름사이로 조각난 금종이 같은 하늘에 걸려있던 해가 비쭉 나온 것은.
눈이 부신지, 눈살을 찌뿌리던 지아가 손등으로 빛을 막았다. 이샤는 문득, 평소엔 그애의 핏기 잃은 조그맣고 통통한 입술이 지금은 붉은 색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다.

지아가 갑자기 성숙해져 버린 것 같았다. 이제껏 흑백사진 같이 무채색으로만 보였던 지아였다. 하얀 얼굴, 새까만 머리칼, 핏기없는 창백한 입술, 항상 새하얀 커프스와 스카프를 정갈하게 맨 검정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 
무성한 나뭇잎 아래로 빠져 나온 머리칼이 빛을 반사해내어 후광을 두른 듯 보였다. 굳은 표정을 한 이샤를 보고 지아가 의아해했다. 이샤는 그애가 겁먹지 않게 조심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지아의 뺨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소리를 들었다.

이처럼 맑은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소녀의 예쁜 눈망울은 어디서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맑다못해 투명하게 비쳐 보일 듯 싶은 눈동자. 가느다란 새까만 단발머리는 곧은 폭포 같았다. 한없이 순수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지 석연치 않아 이샤는 놀랍기도 하고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이샤는 조용히 다가가 지아의 작고 창백한 입술에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 주듯 부드럽게….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사색의 향기 문화원 식구가 된 박정은 작가 입니다.

인사말을 대신해서 제 소설 한 구절을 올렸습니다.

댓글 2개

은비녀 2006. 10. 23. 오후 10:58

반갑습니다 박정은님.....소설 쓰시는 분이시군요. 앞으로 재미있는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주어리 2006. 10. 24. 오전 12:13

박정은님, 사색의향기문화원 한식구가 된것은 우리 모두의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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