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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
방정민 2006. 12. 25. 오후 07:55
5769
방정민 2006. 12. 25. 오후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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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
보일러가 나갔다 어두운 밤, 냉방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았다 황소 한 마리가 나를 쏘아본다 자세히 보니 검은 소다 온 몸이 검은, 그러나 흰 뿔을 가진 소. 뒷발질을 하며 금방이라도 나를 향해 덤벼들 태세다 무서워 불을 켰다 소가 사라졌다 몸에서 냉기가 돌았다 냉한 방. 언제부턴가 불만 끄면 나타나는 무서운 소 한 마리, 내 방을 지키는 소호신이 되어 나를 공격한다 어둠의 자식이 누구이런가! 나는 내 방에서조차 불청객이 되어 밤마다 잠을 잘 수가 없다 백야의 밤이 흘러가고 나는 삭정이 마냥 바싹바싹 말라갔다
어둠과 친해지리라
냉방과 친해지리라
무서운 소가 되리라
35년 만에 보일러가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보일러를 껐다 더운 방은 나의 어두웠던 지난 생을 송두리째 녹여버린다 그리고 잊혀진다 그것이 싫었고 두려웠다 어두운 방에 누웠다 어둠을 비춰 천정을 보니 검은 소 새끼를 쳐서 흰 소들이 가득 운다 누런 초원을 누비던 저 소들에겐 원래 색깔이 없었다 하늘도 땅도 우주도. 수 만년 전 끝없이 끝없이 달렸던 나는 안으로 안으로 계속 들어가 밖으로 나왔다 별 빛 환한 흰 세계로. 냉방에 누운 나의 몸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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