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連作詩-장다리꽃
시작노트:
이른 봄, 십여 년 전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무덤가를 지나다 보면 어느 해 부터인가 피어나기 시작한 장다리꽃에 아버지의 넋이라도 깃들인 양, 순동리마을 산지기에게 관리를 잘하라고 부탁까지 한 선산의 들길에 핀 들꽃들에게 삶의 애증어린 윤회와 잊어져 가는 아련한 아버지의 추억들을 새겨 보았다. 언제나 올 곧은 삶만 살다 가신 아버지, 가끔은 힘이 들 때 달려가 매달리고 싶어질 땐 절로 발길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오곤 하였다...아버지의 청백리 같은 삶에서 때론 나에게 살다 가신 삶의 고단함을 지금도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표가 된다. 어쩌면 아버지의 삶과 같이 피어나는 장다리꽃을 보며 아버지의 넋이 뿌려져 나에게 올 해도 어김없이 찾아 들게 만든 마력이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장다리꽃-1
[輪廻]
봄볕이 배시시한
여기 순동리 들녘
절로 마음 길 다스리고자
나 홀로 왔건만
삶의 절규 같은 몸부림으로
지천에 피어나
노란 눈망울 터트리며
실바람 타고 날 오라 손짓하네.
아버지 무덤가를 지나며
홀로 온 나 자신을
나무라기라도 하듯
어쩌면 아버지의 몸이
못난 자식 기다리는 마음
여기까지 이어지는 걸까
무심코 피어나는 꽃이지만
긴 겨울 지나고 이른 봄,
아버지를 묻고 떠나오던 삼월
삶의 윤회 같은 꽃망울로
무덤가 옆 들녘에 피어나
어김없이 나의 아버지 혼을 달래누나.
장다리꽃-2
[普施]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느덧 십여 년 한참 지나
무덤가 앞, 이른 봄이면
지천에 피는 할미와 원추리,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들
해마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함초로이 무덤가를 장식하며
찾아오는 자손들을 맞는다.
못난 자식 그리는 마음에
올해도 아버지께서는
어김없이 할미꽃을 앞세워
무덤가 들길 따라
피어내는 노란 장다리 꽃
자손들의 발걸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시샘하며
노란 눈망울을 터트린다.
장다리꽃-3
[그리움]
폐암으로 투병하시며
돌아가실 때까지 빠져만 가던
남지 않은 흰 머리카락 같이
외떨어진 곳에 홀로 피어
아버지 무덤가를 지키는 장다리꽃
꼿꼿이 선 긴 줄기 따라
잠시 피었다가는 노란 망울
봄을 알리려는 전령사마냥
이른 봄, 나들이 나선 처녀들
살포시 뽀얀 가슴 드러내듯 설레네.
장다리꽃 가슴에 안고 마냥 좋아하는
처녀들의 배시시한 모습과도 같이
오늘 만큼은 울 아버지를 맞으러
들길따라 걷는 걸음걸이마저 가벼워지고
언제까지나 무덤가 주변에 피어나
울 아버지 넋을 달래기라도 하듯
피어있을 장다리를 한 움큼 꺾어
홀로계신 울 어머니 가슴에 드려야겠다.
장다리꽃-4
[孤獨]
기나긴 겨울 지나며
노란망울 터뜨리려
힘겹게 일어선 장다리꽃
피어내는 샛노란 물감
겨우내 시린 마음 끝에
저리도 가슴 조였을까
울 아버지 넋을 기려
무덤가 주변에 이어진
애처로운 노란 장다리꽃
그중에 외롭게 피어난
연보라 빛 외톨박이 하나
바람결에 흘러 들어왔나
유별나게 큰 총상머리로
돋보이듯 피어올라
인간사 삶이 그러하듯
너 또한 쓸쓸하게 보이는구나.
장다리꽃-5
[幸福]
칼날 같이 선 서릿발에
아랑 곳 하지 않고
따스한 봄기운을 맞으러
가을부터 봄까지 버려지듯
겨우내 세찬 바람 이겨내고
두렁 사이 힘겹게 버티어 내더니
드디어 샛노란 꽃망울 터뜨리며
먼 산에 뿌옇게 번진 아지랑이처럼
아롱아롱 펼쳐져있네
들녘을 지나 아버지 무덤가 까지
비록 반기는 이 하나 없어도
노란 양탄자 깔아놓듯 펼쳐지며
자손들 번성만큼이나 환하게
총상머리하고 하늘하늘 거리며
아버지의 넋을 해마다 피워내
다녀가는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댓글 4개
윤회, 보시, 그리움, 고독, 행복의 소제목으로 쓰신 연작시 장다리꽃... 무덤가에 아버님의 넋처럼 피어있는 장다리꽃에 이렇게 많은 의미를 두고 계시는군요. 꽃 대궁이 가늘고 훌쩍 커서 연약해보여도 하늘하늘 넋인 양 매단 꽃은 나비처럼 팔랑거리지요. 아버지의 청백리의 삶이 고스란히 배인 꽃. 내 삶의 지표가 되는 말씀으로 피어있는 꽃. 장다리꽃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뭅니다.
포아풀님 감사합니다 어쩌면 오래전, 3월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묘소 주변에 피어나던 장다리꽃은 49재가 끝나고 묘소를 찾을때부터 생겨나지 않았난 싶군요 그만큼 혼줄같은 아버지묘소 주변에 피는 이른 봄 할미꽃 원추리와 함께 찾아올때마다 삶의 윤회에 대한 부분을 해마다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 많답니다....고맙습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생노병사의 여정을 거쳐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영위하며 살아 가고있습니다.한자성어에 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천붕지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합 니다.아버지의 죽음의 슬픔이 하늘이 울고 땅이 통곡한다는 애끓는 슬픔을 대변하는 낱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꽃의 전설을 보면 할미꽃,라일락꽃,개나리꽃,물망초등 수 많은 꽃들이 무덤에 피어서 죽음사람의 영혼이 꽃으로 환생하는 꽃이야기를 접할 수 가 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에 각 계절마다 장다리꽃을 보면서 느끼는 감 상을 영사기의 필림을 돌리며 보는 감성을 자연스러운 정서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다시 꽃으로 환생한다는 불교적인 윤회의 사고가 글의 면면에 베어있고 또한 그 꽃이 다시 아버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 는 회상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시간적,공간적인 이미지를 초월하여 시각적인 색체를 강렬하게 뇌리에 각인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이승에서의 죽음이 다시 영혼으로 환생하여 꽃으로 핀다는 불교의 윤회적인 철학으 로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덤을 찾아가는 기쁨을 간접적으로 암시를 해주고 시의 전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는 회상적,향토적,토속적인 정서가 내포 되었으며 계절마다 피어있는 장다리꽃에서 숭고한 아름다운 죽음이 결국 꽃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해후적인 님의 글에서 이승과 저승이 시공을 초월한 꽃 으로 환생한다는 의미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다리꽃을 보는 일, 그 행복이라니! 그저 불러보느니... 아버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