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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박종영 2007. 05. 22. 오전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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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 박종영

오월 첫날, 밥풀 같은 웃음을 달고
탱글탱글한 탱자꽃이
날 가시 웃음을 앞세워 으스댄다
봄볕이 가시에 찔려 빛의 길을 멈춘다
오죽이나 가기 싫은 봄바람이었으면 머뭇거릴까
생 가시 울타리 너머에서는
푸닥닥 소리 들릴 때마다 얇은 먼지를 풀어 놓는다
살펴보니 칼 발 앞세워 붉은 벼슬 낚아채는
옆집 수탉과 우리 집 수탉의 싸움질 소리다
오랜만에 보는 진정한 닭쌈이다
그 옆에는 곱게 치장한 암탉이
저만치 비켜서서 웅크리고 조바심이다
아마 마음에 두는 승자를 기다리는 것일까
어느 쯤 절대의 시간이 지나고
승리의 홰를 치는 소리 듣고 뒤뚱대며 달려온
다른 집 암탉이 비겁하게 궁둥이를 들이대며
꼬꼬고 짝짓기 울음으로 승자의 깃털을 빗질한다

패배의 눈물을 흘리는 우리 집 수탉을 안으며
패전의 이유를 나의 게으른 훈련 탓으로 돌리고
찢어진 부리를 어루만져 준다
흘러내리는 검붉은 분노가 단단하게 조여오며
콕콕 손등을 쪼아대는 닭똥 같은 눈물,
슬그머니 오월의 파란 웃음을 가져와 눈물에 섞는다

댓글 2개

포아풀 2007. 05. 22. 오후 04:30

시인님의 시를 읽다보니 얼마 전 고궁의 연못에서 놀던 원앙이 떠오르네요. 수컷과 암컷이 짝이 되어 물 위를 유유히 헤엄쳐 가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다른 수컷이 암컷 주위를 맴도는 겁니다. 두 수컷의 싸움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암컷은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더군요. 자연의 순리란 게 참 오묘하지요. 초여름의 볕이 부시네요. 행복한 하루 엮어 가시길...

포아풀 2007. 05. 23. 오전 08:51

시인님의 시를 천천히 다시 읽다보니 김유정님의 ‘동백꽃’이 생각나네요. 사랑에 눈이 뜬 점순이와 아직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진한 소년의 이야기.. 점순이의 역설적인 사랑표현... 닭싸움이 연상됩니다. 시 한 편에 여러 의미를 담고 있으니 평자의 섣부른 평설은 금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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