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낚시 1

한민 2007. 06. 01. 오후 11:43
3839
 

  시험이 끝난 금요일 오후.

  모처럼 따사로운 햇살이 거실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드르르르’

  전화기가 갑자기 떨기 시작했다.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대면서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발신번호 표시제한’ 이라는 문구 때문에 애써 무뚝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성훈 오빠?”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간드러지게 들려왔다.

  “누구-?”

  “오빠를 알고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혹시 내일 시간 있으세요?”

  “시험이 끝나서 시간이 있긴 한데... 누구지?”

  “만나면 아시게 될 거예요?”

  “그래도 누군지 알아야...”

  “만나시면 알게 되요. 내일 저녁 6시, 어떠세요?”

  중간고사가 끝나는 토요일에 유미와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게 떠올랐다.

  “내일은 약속이.......”

  “잠깐이면 돼요. 거절하시면 저 실망할 거예요. 많이.”

  “약속이 있다니까요.”

  “신촌 네거리에 있는 에피소드 아시죠. 거기서 6시에 기다릴게요. 오실 때까지.”

  “저는, 저 약속이......”

  ‘뚜뚜뚜뚜....’

  이미 전화기는 끊어져 버렸다.

  ‘이상한 여자군.’

 

  저녁 무렵, 집 앞의 미장원으로 향했다.

  유미는 정성을 다하여 나의 머리를 다듬었다.

  유리창에 얼굴이 비칠 때 마다 얼굴이 발그레지며 덧니를 드러내놓고 웃는 유미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머리를 감는 장소는 대화를 하기에 적격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다듬는 동안 사장의 눈치를 보면서 요령껏 속삭이며 대답했다.

  “내일 약속 기억하고 있지.”

  “당연히 기억하지, 오빠. 근데 내일 미선이가 빠져서 두시간정도 더 근무해야 돼. 대신 영화 보고나서 술은 내가 쏠께.”

  “그래? 그럼 티켓 예매를 다시 해야겠네.”

  “미안해서 어떡해?”

  “괜찮아, 회원 인터넷 예매니까 시간만 조정하면 될 거야.”

 


  미장원을 나와서 종철과 약속한 호프집으로 발을 옮길 때 전화기가 울렸다.

  ‘내일 6시 에피소드에서 기다릴게요. 천사’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낮의 일이 떠올랐다.

  ‘도대체 누굴까?’


댓글 4개

포아풀 2007. 06. 02. 오전 11:48

도대체 누구일까요? 낚시 밥을 던지듯 한민님이 궁금증을 남겨두시네요. 궁금증을 풀어줄 다음 단편을 기대해도 될까요?

최인구 2007. 06. 02. 오전 11:52

픽션인가요? 진짜인가요? 픽션이면 다음 단편이 기대되고요...^^ 사실이면 무척 부럽습니다.

한민 2007. 06. 02. 오후 08:32

픽션인데..... 얄팍한 잔대가리의 ....

주몽의 활 2007. 06. 03. 오후 02:19

논픽션인줄 알았는데...^^* 저녁6시에만나면... 커피한잔마시고 식사하고. 영화구경또는 시원소주한잔과 삽겹살 먹고 또 사랑이야기하고 그 다음은 ... 그렇게 하겠죠...*^}{^*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