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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된 사내

포아풀 2007. 06. 20. 오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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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버팀목이 양 날개 괴고 있는 나무 한 그루 만날 수 있다 나무가 내려놓은 한 평도 안 되는 그늘에 노파나 아낙들 들러 소박한 찬거리를 사가지만 낯선 숲으로 흘러와 옹색하게 뿌리내린 그의 내력을 굳이 덤으로 얹어가지는 않는다 버팀목으로 선 목발이 때로 고단함으로 길게 누울 때면 나무로 서 있던 그도 지친 몸 내려놓고 조붓한 어깨에 새떼로 앉은 햇살이 오수에 든 그의 나른한 꿈을 쪼아 먹는다 풋풋하던 푸성귀 그의 오후처럼 주눅이 들고 오가던 발걸음 뜸해지면 남은 하루를 떨이로 파장한 마른 나무 한 그루 천천히 그늘을 거두어들인다 목발이 하품을 털며 동행하는 밤 빈 바짓단이 끌고 가는 긴 길이 파도로 출렁이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밀려간다

댓글 15개

한민 2007. 06. 20. 오후 06:08

아낌없이 주는 나무 외로운 사내 버전이네요. 그곳이 어딘지 궁금합니다.

포아풀 2007. 06. 21. 오전 01:48

그곳은 사람 사는 동네, 제 동네와 멀지 않은 곳이지요. 마른 체격의 남자 분이 계셨어요. 목발을 짚어야 하는 한쪽 다리가 없으신 분이지요. 인도 한 켠 조촐한 야채를 놓고 팔지요. 웃을 때 약간은 슬픔이 묻어나는 얼굴에 그냥 오며가며 물건을 샀지요. 어느 날 밤 그곳을 지나다가 다 시든 채소를 떨이를 할 양으로 놓고 앉아 있는 걸 봤어요. 얼마 되지도 않는 가격인데 그 분이 큰 비닐봉지에 다 담아주더군요. 연신 고맙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또 짠해서.. 그 분의 친구인 두 목발이 버팀목이 되고 그 분은 그걸 의지한 나무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한민님 말씀처럼 아낌없이 주는 외로운 나무네요. 그리고 주몽의 활님 말씀처럼 따듯한 마음을 지닌 나무네요. 고맙습니다.

이옥경 2007. 06. 21. 오전 10:36

가지고 나온 야채를 팔며 그 분은 무엇을 생각하고 계실까요. 글에서 보면 굳이 애쓰며 다 팔려고 억척스럽지도 않고, 움켜쥘려고 야박스럽게 하지도 않는 분 같네요. 두 목발의 사연을 굳이 들으려 하지 않는 타인들의 무관심이 그의 웃음을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 같네요.. 아님 오히려 그는 무관심이 편할 지도 모르겠네요.. 하나가 되어버린 나무와 버팀목이 변형되었지만 여전한 사람 '人'자로 남아 서로 의지가 되어 그렇게 보듬고 살아가겠지요...

은비녀 2007. 06. 21. 오전 10:50

처연히 펄럭이는 바지의 뒷모습에도 그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도 글을 읽는 제 마음에도 행복한 아픈 바람 하나 지나갑니다.

포아풀 2007. 06. 22. 오전 12:48

무관심이라기보다는 그 분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해요. 말없이, 아무런 푸념 없이 야채를 사가는 평범한 아낙들과 할머니들의 배려였을 지도,, 목발에 의지한 그 분의 모습이 꼭 木자 같았지만 결국 보듬고 더불어 살아가는 人이었겠지요. 옥경님의 예쁜 글 감사해요. 한 쪽 다리가 없어 유난히 파도처럼 펄렁거리던 바지... 그래요, 행복한 아픈 바람이 휘~ 가슴을 돌고 나가네요. 은비녀님의 따듯한 글 고맙습니다. 두 분의 행복한 모습을 연상하며...

미오새 2007. 06. 22. 오후 02:02

* 해질 무렵 서쪽하늘에 먼저 뜨는 별...태극성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사내의 동행이 되어주고, 진주빛으로 영글어가는 별 하나 머리에 이고 돌아오는 아들을 위하여, 늙으신 어머니는 이른 저녁 지어 놓으시고 동네 어귀로 마중을 나가시겠지요. 그 사내 세상길 마치고 영원한 안식처로 돌아 가는 날, 천군 천사의 호위를 받으리라 목다리로 견디어 낸, 고단한 세상...결코 비틀거리지 않았으니까. *\"나무가 된 사내\"의 뒷 이야기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포아풀님의 시를 통해서 그 사내의 자취는 오래도록 남겠지요. 이번 휴일에는 비가 내릴꺼라는 예보가 .... 빗속에 숨겨놓은 미오새의 생각을 비가 내리는 휴일 오후에 읽어보세요. 포아풀님...!

무명씨 2007. 06. 24. 오전 10:12

포아풀님! 혹시 E대학 출신의 이름 이니셜이 KSU이지 않은가요? 예전에 P대학에서 만났던 사람인데, 작년쯤엔가 싸이에 소식 남기셨다가 갑자기 지우셨더군요. 혹시 맞다면 연락 주세요. 소식 궁금합니다. nicak@nate.com

포아풀 2007. 06. 25. 오전 12:00

미오새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하지요. 장맛비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비가 내리더군요. 미처 우산을 가져가지 못하고 가방에 든 양산을 대신 받쳐 들고 돌아오면서 이슬비처럼 사랑도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슬며시 마음을 적시어 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지요. 푸른 연잎 사이로 봉우리가 맺혔더군요. 조만간 개화소식이 들릴 것 같아요. 연잎에 앉은 물이 꼭 구슬처럼 반짝이더군요. 푸름을 오래도록 보고 왔습니다. 비록 날씨가 꾸물거려도 마음만은 활짝 갠 날이 다음 주 내내 계속 되기를 빌어봅니다.

포아풀 2007. 06. 25. 오전 12:42

정다운 안부를 물어 오신 분... 제가 아는 어떤 분이신가요? 제 이름 이니셜이 좀 달라서... 반갑습니다. 혹 아니라 해도 고맙습니다.

미오새 2007. 06. 29. 오후 04:59

* 사랑은 안개처럼 흐릿한 모습으로 다가와서 여드름 자국같은 생채기를 가슴 깊은 곳에 남기고 사라지는 그 실체가 아리송한 것... 사랑이 분명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면 누구라도 쉽게 붙들었을테니까. 늦은 세월에 새삼 사랑의 정의가 무슨 필요가 있으랴만 항상 회상은 청춘의 모습이라.... *포아풀님... 요즘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포아풀님을 생각하며 7월 9일은 발음이 비슷해서 친구의 날로 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날은 평소 생각했던 몇배의 시간을 벗과 친구의 생각들로 채워볼려구요. 남들이 친구의 날로 인정을 안해준다면 풀과 새의 날로 정해서 매년 둘이서 파티라도 열어볼까요....포아풀님 !

포아풀 2007. 07. 01. 오전 09:42

미오새님, 많이 바쁘셨군요. 오랜만에 오신걸 보니... 더더욱 반갑고 고마운 걸요. 저는 마음만 분주한 한 주였습니다. 한 것은 없고 마음으로만 탑을 쌓았다 허물었다 했지요. 지금은 허문 그 탑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망설이고 있지요. 그러나 제가 그 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결국은 내가 다시 시작해서 쌓아야 한다는 것... 전보다 더 정성스런 마음으로... 7월 9일을 친구의 날로...? 좋은 생각이신걸요. 저도 그 의견에 몰표를! 아님 새와 풀의 날도 좋지요. 친구란 마음 만으로도 서로를 읽을 수 있는 것, 허물까지도 다 이해하려고 하는 것, 아니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오새님과 포아풀도 그런 친구로 남아지겠죠? 당연히 그럴거라 믿고 싶어요. 흐린 휴일, 마음은 맑게 시작하시기를....

미오새 2007. 07. 01. 오후 04:12

*시럽으로 된 유아용 감기약을 먹을 수 있는 작은 스푼을 준비하세요. 다음, 인간의 감성을 교묘하고 적절하게 이해하여 준다는 알콜도수 19.8 도의 소주를 한 병 사세요. 그리고 이제 그냥 잠들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의 정리와 문의 잠금 상태를 확인한 후 , 분위기 있는 음악을 준비하세요. 생각의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메모가 가능할수 있도록 필기도구를 준비하는 것 잊지마시구요. 이제 모든 준비가 갖추어 졌으면 소주병의 마개를 따서 준비한 시럽용 스푼으로 한 스푼만 드세요. 아무런 감각이 없다해도 첫날은 한스푼으로 시작해서 매일 그 양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방법으로 알콜의 적응력을 키워보세요. *술을 탐닉하거나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좀체 술 담는 일도 없었는데 어제 산행에서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솔방울을 조금 따서 술을 담게 되었습니다. 100 일쯤 후 술이 알맞게 익으면 포아풀님과 술잔을 나누는 상상도 그 술속에서 함께 익어가겠지요. 매발톱에 날개가 돋는 다면 그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 질수도 있을테고.... 절대 비주류이신 포아풀님이, 지금부터 작은 량으로 술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나간다면 100 일후 쯤에는 디오니 소스의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은 넓어져 있지 않을까요? 어느 가을 날 국화 향 그윽한 하늘아래에서 첫잔 부딪혀 안부를 묻는 풀과 새의 모습....그럴듯 해 보이지 않으신가요? *詩와 술의 관계는 아무래도 밀월의 관계라야 더 어울릴듯 싶어 포아풀님에게 술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탈출구를 찾지 못해 가슴이 체한듯 답답한 날, 오히려 한 모금의 술은 생각의 돌연변이를 일으켜줄지도 모를일이라.... 포아풀님... 7 월의 첫날입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이지만 우리는 구름 저너머에 빛나는 태양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님께서 세우는 탑이 햇빛을 받아 긴 그림자를 남기는 날도 오리라 믿어요... 실체가 있는 사물에만 그림자를 남기는 햇빛...!

포아풀 2007. 07. 03. 오후 11:43

술도 못하면서 뭔 글을 쓴다고... 집어쳐라! 선배나 선생님들이 가끔 저를 놀려놓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리고 사이다를 소주잔에 부워주시지요. 모르는 분은 정말 소주를 들고 와 그걸 다 마실 때까지 안가겠다고 하시면 참 난감해서... 그러나 그분들이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힘으로 그렇게 넘기고 즐기지요. 디오니소스의 작품을 이해하기까지, 속엣말 다 털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 벽을 다 허물 날이 올 것입니다. 미오새님, 여러가지로 고맙고 감사해요. 제 속을 꿰뚫는 것 같아 조금 찔리지만 미오새님의 진솔함과 적극성을 벌써 다 읽어버렸네요. 그 열정에 무더위도 저만치 물러간 듯 합니다. 7월 첫 주 중간을 향해 가고 있네요. 보림된 날들 되시기를 바래요.

미오새 2007. 07. 04. 오전 10:20

*술의 광기에 집착해보지는 않았지만 내리는 비가 술이라면....이런 상상을 했던 때가 있었던 듯 싶어요. 비에 젖은 생각이 우울하지 않기를....

모모 2013. 07. 13. 오전 10:57

*2013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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