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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1부 회상 파랑새는 날아가고

한민 2007. 08. 29. 오후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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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수능시험이 끝나고 각 대학의 원서 접수 기간이 되었다. 
  진우와 함께 연세대학교 원서 접수창구에 도착했다. 원서 접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민채는 일찌감치 공대 토목공학과에 지원서를 내고 싱그럽게 느껴지는 캠퍼스의 공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진우는 실기 시험 준비를 위하여 먼저 출발했다. 

  민채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현에게 전화를 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민채는 전화기 너머 그녀의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언제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가 쟁반 위를 구르는 영롱한 구슬이 내는 소리와 같았다. 
  “어머, 민채니? 원서 넣었어?” 
  “지금 막.” 
  “좋겠네. 좋은 결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할게.” 
  “신촌인데...” 
  “3시에 ‘보드빌’에서 보자. 되겠니?” 
  “그럼. 거기서. 3시에.” 
  민채는 말머리를 자르고 말끝을 흐렸다.
  그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보드빌은 오랜 전통의 커피숍으로 학부모로 보이는 사람들로 빼곡하게 들어차고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민채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조금 지나자 지현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여전히 그녀는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앉자마자 교회 청년성가대 조직에 관해서 입을 열었다. 

  한참 동안을 혼자 얘기한 걸 깨달은 지현은 민채의 팔을 끌어당기며 나가자고 했다. 보드빌을 나오자 그녀는 마침 집에 갈 일이 생겼다면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그녀는 민채와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계속 성가대 얘기를 했다. 민채는 그녀의 가슴이 팔에 닿을 때 마다 느끼는 감촉으로 인하여 그녀의 말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지현은 영치리 행 버스표 두 장을 예매하고 대합실 내에 있는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라면과 김밥을 시켜놓고 어색하게 마주앉았다. 

  그녀가 계속 청년성가대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 민채의 표정이 시큰둥했다. 
식사가 끝나고 그녀가 말했다. 

  “민채야, 진우랑 네가 청년성가대를 끌어줬으면 해.”
 
  “자기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보고 자기라니.” 
  “.....” 
  “나는 다음 학기 때 중국으로 교환 수업을 갈 거야. 1년 동안.” 
  “중국에는 왜?” 
  “내가 부전공으로 중국어를 했는데, 요즘 중국 선교에 불을 지피고 있거든.” 
  “그냥 편안하게 지내면 안 돼?”
  
 \"작정기도를 했는데 응답을 들었어.”

   민채는 소리치고 싶었다. 
  '
내가 누구 때문에 공부했는데, 어떻게 공부했는데!’ 

  하지만 민채는 입이 열리지 않았고 귀는 들리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현은 민채의 손을 잡고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민채는 갑자기 호흡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지현은 한참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넌 눈이 참 맑구나. 기도할게, 민채야. 건강하고, 합격 하게 해달라고.”
  “오늘 영치리에는 왜 가는데.” 
  “짐 가지러 가.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내일 다시 서울로 와서 합숙훈련 할 거야. 중국어 공부도 더 해야 하고.” 

  민채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 굳은 얼굴을 하고 입을 열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둘은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헤어졌다. 

  힘없이 걸어가는 민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지현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민채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민채의 두 뺨을 적셨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는 소리 없이 흐르는 민채의 눈물을 감춰 주었다. 

  밤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계속해서 불어대는 밤바람이 매서운 칼날처럼 민채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


  하지만 민채는 모르고 있었다.
  그 보다 더 한 아픔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모진 마음으로 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속으로 흐느끼는 여인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1부 완 2부로 이어집니다. 

댓글 5개

한민 2007. 08. 29. 오후 03:54

드디어 1부가 끝났네요. 두 주인공의 청년시절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운영자 2007. 08. 29. 오후 05:12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

포아풀 2007. 08. 29. 오후 10:06

한민님과 황태영님의 소설을 읽으며 새삼 흥미와 색다른 경험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건필을 빕니다.

콩난 2007. 09. 12. 오후 12:16

1부를 다 읽었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끌어가고 있는 님의 노고에 활력을 주고 싶네요. 힘내고 더 열심히...

한민 2007. 09. 14. 오후 06:52

운영자님, 포아풀님, 콩난님 감사합니다. 전달하고픈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긴글을 쓰고 공개해서 많은 분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암튼 계속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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