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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4부 야망 실마리
| 민철이 퇴근 준비를 할 무렵 유정학의 전화가 걸려왔다. 민철이 김사장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면서도 세노야를 찾은 것은 사적인 감정은 무시하고 대화의 장소로는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함 이었다. 유정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강검사 승진 축하하네.” “그런 소리 말게. 머리 속이 복잡하네.”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가 엄살은.” “어머님은 건강하시고?” “예전 같진 않으셔. 내가 잘 못 모시나 봐.” “무슨 소리야, 학창시절 소문난 효자였잖아.” “현실이 맘먹은 대로 안 되니까 그것도 맘 같지 않아.” 유정학의 얼굴을 어두운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다. 유정학은 이내 정색을 하고 민철에게 물었다. “선배들이 나만 보면 자네 안부를 묻는데 그 비결이 뭔가?” “오버하지 말게. 이 사람아.” “사실이 그래, 작년에 3차장 제도로 바뀌면서 국내분야를 맡고 있는 2차장이 송재길 선밴데, 그 양반도 나만 만나면 자네 안부를 물어.” “송재길 선배? 왜 내가 모르고 있었지? 그 선배 컴퓨터 벤처 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그랬지, 교수들이 그 선배 맘 돌리려고 무진 애를 먹었다고.” “아마 우리나라에서 사시 패스하고 컴퓨터에 빠져서 법전 내친 사람은 그 선배 말고 없을걸.” “컴계에서도 알아주나봐. 안철수와 비교를 많이 해. 그 의사 출신 컴계의 신화 말이야.” “재밌는데, 유사장, 소상하게 얘기해보게.” 국정원의 요원들은 신분보호를 위하여 개별사업자 행세를 하며 흔히 ‘사장’으로 부르는 게 관례였다. “국정원장님이 또 송재길 선배랑 죽고 못 사는 사이잖아. 부임하자마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강화시킨다면서 송선배를 스카우트 해 왔지. 칠고초려 했다지 아마.” “유사장, 송선배 불러내면 안 돼?” “갑자기 왜 이래.” “전화번호 불러봐.” “이 친구 질투심 유발하는데 재주 있으시구만. 강검사, 친구가 좋아, 선배가 좋아?” “선배를 불러내는 친구가 제일 좋아.”
‘송선배라면 가능한 일인지 몰라.’ 민철은 최근의 범행동향이 연락책끼리 메일이나 문자를 주고받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었다. 집계자체가 불가능하지만 범법자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핸드폰 문자에 비하여 메일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주요 연락수단이 되고 있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다. 전화벨 소리가 멈추고 ‘여보세요. 송재길입니다.’ 하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민철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강민철입니다. 연락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학이랑 같이 있는데 소주 한잔 하시죠. 영원한 물주님.” 정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네, 대한민국 검사가 국정원 차장에게 예고 없이 전화해도 되는 거야? 움직이면 쏠 테니까 꼼짝 말고 기다려. 거기 어디야 삼초 내 응답해!!” 부리나케 달려온 표정이 역력한 송재길은 민철을 억세게 끌어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민철이 송재길에게 물었다. “선배님, 지난 번 고속도로 갓 길에서 발견된 주류도매상 토막 살인사건 기억나시죠?” “어이, 강검사, 일 때문에 불러낸 거라면 가겠네. 그러지 않아도 원장님이 미워죽겠던데 말이야. 선배랍시고 하고 싶은 일도 못하게 하고. 이젠 후배까지 덩달아서 못살게 굴려고?” “최근 피살자의 육개월 전화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목이나 좀 축이지.” 잔을 들어 보이는 송재길에게 민철은 정중하게 잔을 채웠다. “선배님, 재력을 지닌 지략가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자, 건배! 완샷, 노털카 알지?” 평소와 달리 조급해하는 민철이었다. 민철의 연이은 질문에 송재길은 ‘후래자 삼배주’니 하면서 딴전을 피웠다. 새로 주문한 술병을 따고 유정학이 화장실을 간 사이 송재길은 아까와는 달리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강검사, 사실, 우릴 지원하는 분야가 기조실인데 아직 유정학까지 내려가지 않았어. 자네 말대로 엄청난 세력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보를 단일화 하는 거지. 내일 자료를 나에게 송부하게. 마침 현재 개발 중인 프로그램을 시험 가동하고 있던 참이야. 인터넷상에서 문서를 주고받을 때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되어있지. 그러한 흔적을 조합해서 원문을 복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네. 오늘은 내가 모른다고 계속 잡아 뗄 테니 요령껏 하게. 정학이가 최근 소문이 안 좋아. 분명 자네를 통하여 뭘 캐내려하거나 아니면 나를 떠보는 걸 거야.” 민철은 그렇지 않아도 뜬금없이 걸려온 정학의 전화가 내심 궁금하던 터였다. 정학이 자리에 돌아오자 송재길은 계속 술타령만 늘어놓다가 내일 조찬 회의가 있다며 먼저 일어섰다. 유정학이 눈을 반짝거리며 민철에게 물었다. “송선배 일은 재밌데?” 민철의 머리 속이 한바탕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계속 술 만 마시자는 통에 혼났어.” “다른 말은 없고?” “글쎄 술 만 마셨다니까.” 순간적으로 유정학의 실망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친구, 만나서 반가웠네. 또 연락함세.” “모처럼 만났는데 한잔 더 해야지.” “많이 마셨어. 다음에 또 보지 뭐.” 돌아서는 유정학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민철은 생각했다. ‘도대체 정학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그런 와중에 민철은 한 가닥 실날같은 희망이 보이는 것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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