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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 4부 야망 잔치
“온 마을 복을 강이장이 전부 독차지할 건가봐.”
“마누라 육순잔치가 아니라 두 아들 며느리 환영회구먼.”
어느새 영치리는 민채 어머니의 육순잔치로 한바탕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이보다도 민철의 승진과 민채의 국가공무원 임용 이야기와 그들의 신부감을 데리고 온 것으로 이야기꽃이 한창이었다.
눈에 익은 얼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다 모였다. 강이장의 얼굴이 넉넉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항상 민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강이장이었다. 너무나 훌륭하게 커버린 두 아들을 보면서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다리를 다치면서 절망의 나날을 보내다가 지금 잔치를 벌이는 아내를 만난 건 할아버지의 성화덕분이었다.
강이장의 아버지는 강이장이 걸어 다니기도 전에 학병으로 끌려가 전사를 했기 때문에 그의 할아버지가 강이장을 키웠다. 강이장은 기골이 장대하고 인물이 준수하며 책임감이 강했다. 그가 입대하기 전에는 청소년 축구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었는데 그 당시는 체계적인 스포츠 시스템이 부실하여서 입대하고 나면 인재 관리를 기대하기 힘든 시기였다.
월남전이 발발하자 호기로운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월장병의 대열에 선 그는 첫 전투에서 왼쪽 다리를 잃어버리고 일찌감치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축구 외에는 달리 할 게 없었던 그가 의족을 하고 제대한 뒤 절망의 그림자는 서서히 그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어 갔다. 그렇게도 경멸하던 행동을 스스로 하고 다니며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자학하고 있었다.
대낮에도 술과 담배를 가까이하고 심지어는 읍내 번화가의 요정을 드나드는 일도 잦아졌다. 강이장이 월남전에서 참전하면서 지급받은 현금과 제대 위로금이 있었던 터라 처음에는 친구들이 그 옆에 붙어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술을 빌어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자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그의 할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 손녀딸을 달라고 매달리고 간청하여 결국 승낙을 받아내었다. 강이장은 그녀의 할아버지의 승낙을 받아내었지만 모든 결정은 그녀에게 달려있기에 별반 기대도 하지 않았고 할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시간이나 때우자고 만난 터였다.
강이장은 지금의 아내와 처음 선을 본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그녀의 말은 강이장을 감동시키고 말았다.
“강선생님, 저는 가정 일을 좋아하고 책을 즐겨 읽습니다. 강선생님은 제가 익히 알고 있으니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아시는 바와 같이 고을에서 마을 재판관 역할을 하시는 분이라 당신께서 내린 결정은 제게 법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강선생님의 달라진 생활을 안타깝게 여기시는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배우지는 못했어도 아이들을 잘 양육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지아비께서 다시금 추스르시어 조금 남아있는 전답을 열심히 경작하실 의사가 있으시다면 운명이라 여기고 따르겠습니다. 평소 강선생님을 흠모하는 주변의 여러 지인들의 의견도 참고 한 것이지만 지금 이대로 강선생님께서 주저앉으시면 심히 안타까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정이라 받아들이지 마시고 어른들의 결정에 강선생님의 의지를 보태신다면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강이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혼사는 급속도로 진전되어 보름을 넘기지 않고 혼례를 치르게 되었고 강이장은 더 이상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가정은 안정이 되었고 주변에서는 부러움과 시샘을 가지고 그들 부부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 그가 민채가 축구를 하다가 부러진 다리를 보자 다시 시작한 담배였고 술이었다. 그러면서 말도 없어지고 불안한 눈으로 민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자 걷잡을 수 없는 당혹감에 끝까지 말리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며 자학까지 했던 그였다. 민철이야 걱정한번 하지 않을 정도로 알아서 잘 커 주어서 고맙고 대견스러웠지만 너무도 자신을 닮은 민채는 소심하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관심 기울이는 시늉조차 하지 않은 아이였다.
그런데 오늘 이와 같이 감회에 젖고 보니 강이장은 그의 아내가 새삼 고맙고 두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자, 이제 강이장님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라는 사회자의 핸드마이크 소리에 생각에 잠겨 있던 강이장이 화들짝 놀라자 좌중은 박장대소했다.
강이장이 핸드마이크를 손에 쥐고 입에 갖다 대었다.
“여기 모이신 어르신 친구 분, 그리고 마을 주민 여러분. 못난 제가 너무 복에 겨운 시간을 맞이하고 보니 막상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아따, 그만 하믄 국회의원 감이제.”
강이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입신행도하여 양명에 후세면 이현부모하니 효지종야(立身行道 揚名後世 以睍父母 孝之終也)라 했거늘, 야들이 효자라서 고맙고 이렇게 키워준 마누라에게 감사하고 오늘 축하해 준 마을 모든 분들께 감사하오.”
커다란 박수소리에 농악대가 한바탕 흥겨운 축하공연을 펼치자 동네 사람들의 추임새가 곁들여지고 축하연은 점점 무르익어갔다. 민철과 민채는 강이장의 오른쪽에 강이장의 아내는 왼쪽에서 두 예비 며느리의 손을 꼬옥 잡고 수줍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어느덧 영치산 너머로 노을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댓글 1개
한민님, 글 잘읽고 있어요. 혹 댓글이 없더라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는 것...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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