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사랑과 야망 6부 진실 미련

한민 2007. 11. 16. 오후 02:39
4233
 


  민채는 비행기 창 밖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얀 뭉게구름 위는 눈이 부시게 밝고 깨끗하였다.

  현중은 민채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납치계획에 대하여 미리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미안해. 그리고 어제 왕기자에게 들은 이야기야. 왕기자의 말로는 갈회장이 이지현에 대한 애정 표현이 각별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모두 부러워할 정도로 유명했다더군. 그리고 이지현은 선교를 위해서 갈회장의 힘을 필요로 했고 갈회장의 도움을 전제로 결혼했지. 결론적으로 갈회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거야. 삼합회와 흑사회를 함께 끌고 가기에 종교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웠을 테니까. 하지만 그 후로 비교적 온건한 노선을 걸었고 세간의 소문과는 달리 마약류의 취급을 서서히 줄여 나갔어. 그래서 북한이 갈회장을 싫어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갈회장은 그의 아내의 조언으로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 나를 납치하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직도 조폭의 기질이 남아있다는 방증이긴 하지만 그는 젊고 야망이 크고 경영마인드를 가진 인물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내 생각인데, 이지현은 네게 결혼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겠지. 그래서 파라구아이로 간다고 했을 거야.”

  “그렇다 치고, 내가 이렇게 위험한 일에 동행한 이유는 뭐야?”

  “두 가지 이유가 있어.”

  “그게 뭔데.”

  “한 가지는 네가 나의 친구라는 사실이야. 중국 현지인들의 도움을 얻으려면 돈 이상으로 필요한 게 명분이야. 저들이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더 좋아하는 건 의협심이야. 더군다나 갈회장같은 거물을 상대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중국에 온다는 것은 그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조를 구할 수 있지.”

  “두 번째는?”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어. 지난번 도도새 얘기 할 때 일부 언급을 했는데. 하지만 내가 일군 재산이고 나의 회사라 할지라도 친구이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를 맡긴다면 조직을 통제하기 힘들어. 그래서 네가 목숨 걸고 완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거지. 명분 만들기라고나 할까.”

  “의논도 없이?”

  “미안하다고 했잖아. 지금의 상황을 봐! 모든 게 계획대로, 아니 계획한 것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었잖아! 너를 위한 계획을 말해 줘?”

  “뭔데?”

  “현민건설”

  “현민건설?”

  “그래 네 이름의 민과 내 이름의 현을 합친 이름이야. 현민건설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해저터널건설 관련한 SOC 건설에 참여할 거야. 하동 일대에 디즈니랜드 버금가는 놀이동산도 만들 예정이고. 문정헌이라는 사람이 있어. 군에 있을 때 만난 사람인데 현 경남지사와 친구야. 너랑 함께 일할 사람인데, 좋은 관계가 될 거야.”

  “그럼 현민엔터테인먼트도 그런 의미였어?”

  “물론이지. 도도새의 둥지로 가는 길목.”

  민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중이 말하면 현실이 된다.’

 

  민채는 다시 물었다.

  “이지현은 갈홍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결혼한 거야?”

  “그렇지 않다고 들었어. 이지현은 중국 선교 역사상 기록할 만한 업적을 일구었어. 그러면서도 베이징 대학에서 항상 장학금을 받고 다녔지. 그런데 중국에서 기독교는 反社會團體반사회단체에 준하기 때문에 점조직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같은 대학을 다니던 갈홍하가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 갈홍하는 결혼직전 까지 철저히 신분을 속였어. 덕분에 이지현은 갈홍하를 재력과 권력을 갖춘 집안의 외동아들 정도로만 생각했지. 베이징 대학에 한국어 강좌를 만들고 이지현을 교수로 임용하게 한 것도 갈홍하야. 갈홍하가 이지현에게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구실을 만든 거지. 최근 그녀는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앙적인 열정이 학문적인 열정으로 전이 되면서 강의와 서적집필에 열을 올리고 있어. 갈홍하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더 있어. 전부 정치적인 결합이지. 중국 본토에 흑사회의 직전 보스의 딸과 대만의 재계 순위 일번으로 꼽히는 유청쭌의 딸이 그의 아내야. 중국은 아직도 화해와 타협의 개념으로 여자를 활용하는 나라야. 물론 관계가 깨지면 폐기 처분되지만, 갈홍하는 그 중에서 이지현 만큼은 각별히 아끼고 인정한다는군.”

 
  천일은 자고 있었다.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에게는 엄청난 긴장의 연속이어서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어젯밤에도 새벽까지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었던 그였다.


  어느덧 비행기 유리창 너머로 인천국제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