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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포아풀 2007. 12. 04.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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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기별 들더니 저녁쇠죽 쑬 무렵에야


네가 길을 찾더구나.


이제는 꿰뚫는 어머니의 다음 말 이어진다


끼니 때 세상 빛 봤으니 아마 식복은 있을 모양이다.


 


김 물씬 오르는 여물 앞에 놓고 머리 느릿느릿 흔들며


저녁 먹던 소의 큰 눈이 떠오른다


 


자식들 출세길 밑천이 되고 집안의 든든한 힘이 되던 소


고집 하나로 버티면서도


금세 순해지며 받아들이는 일복은 또 어떻고


 


좀 나와 보시구려, 어미소가 새끼를 낳을 모양이오.


다급한 목소리에 할아버지 서둘러 새끼를 받아내던


신새벽, 뿌연 입김 입히며


송아지를 정성스레 핥아주던 어미의 따듯한 눈빛


 


어머니, 그 눈빛과 닮았다


 

댓글 17개

박은정 2007. 12. 04. 오후 02:53

어머니, 그 눈빛과 닮았다~라는 싯구가 가슴에 와 닿네요^^* 포아풀님! 오랜만에 나들이시네요. 반갑습니다. 잘 계셨는지요. 모성애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산들바람 2007. 12. 04. 오후 02:53

언제 보았는지 기억은 희미하지만 둥그레 맑고 촉촉히 스며든 고운 눈망울 휑하니 꿰들어 내마음을 들켜버린 듯 빠져들던 소의 눈 왜 그리도 슬퍼 보이고 맑았던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조건없는 사랑을 담고 애틋함으로 바라보던 눈빛이었군요. 그 따뜻한 눈빛이 그리워집니다.

손 일갑 2007. 12. 04. 오후 06:54

소는 우리들의 삶에 희망이었습니다 미련한 소같은 삶에서 슬픔과 기쁨이 깃들어있지요 소의 눈빛이 엄마의 눈빛 뿐만 아니라 민초들의 마음이 아닐까요

포아풀 2007. 12. 05. 오전 10:31

박간사님, 오랜만에 뵙지요. 늘 저는 이곳에 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몸과 마음은 어디선가 헤맸던 것 같네요. 유난히 혹독하게 저를 키우신 어머니. 그 가르침이 있었기에 그나마 제가 버티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왜 그리 혹독하게, 강하게 키우셨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여리고 물러서 어떻게 세상을 견뎌낼까, 걱정이 드셨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안되네요. 어머니의 반만 닮았더라도... 뒤늦은 반성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중이랍니다. 늘 베풂의 마음으로 사시는 간사님처럼 저도 이제 제 주변도 돌아보고 나누어 줄 줄 아는 그런 어른이고 싶어요. 학창시절 과친구가 \"네 눈은 송아지 눈 같애\" 하더군요. 의아해 하며 바라봤을 때 그 친구의 눈빛이 참 따스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 눈빛을 가진 분을 지난 가을에 뵈었습니다. 첫눈에 '참 곱다...' 생각했지요. 그 눈빛을 지닌 분을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산들바람님, 늘 그 고운 모습으로 살아가세요. 미련하고 우직하고.. 때로 고집도 세고... 그러나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소와 우리의 생활은 참 밀접한 것 같아요. 손일갑님의 글에서 느끼는 진실됨과 정직함은 바로 소의 그 본성과 닮아있네요. 늘 희망의 삶이 되시기를 바래봅니다. 박은정 간사님, 산들바람님, 손일갑님, 귀한 흔적 고맙습니다.

백야 2007. 12. 07. 오전 08:09

포아풀님! 지난날 한국인들의 모든 애환중 자주 등장하는 일복많은 가축 이지요.. 그리고 쌀 한됫박, 구공탄 서너장이면 한시름 놓았든 시절이 있었지요. 기껏일하고 나서 등록금낼때면 동구박으로 팔려 나가든..... 그 순진무구한 소눈을 바라보면 눈물이 흐르지요.. \" 여자의 일생을 희생으로 마감하는 어머니의 눈빛과 소라는 이유로 일생을 일하고 팔려가고, 잡혀 먹히는 소의 눈빛은 너무나.......\" 포아풀님! 연날연시를 맞아 늘 행복하세요

이난경 2007. 12. 07. 오전 09:24

제가 어르신 아드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인사드리러 갔던 시댁에,,, 소가 3마리 있었습니다.....결혼하고 신혼여행 다녀 와서 들렸던 시댁에 소 한마리가 없어 졌어요...아마도 한마리를 팔아서 결혼자금 하셧던 것 같아요... 17년이 흐른 지금은 한마리도 없지만 아마도 자식들 교육 밑천이나 또 다른 이유로 떠나 겠죠.....그때 만났던 꿈벅꿈벅 거리는 순한 눈동자가 떠오르네요..... 잠시 추억에 빠졌다 갑니다... 포아풀님~~ 어여쁜날 되세요^^

최인구 2007. 12. 07. 오후 05:09

여름엔 일어나자마자 소를 데리고 풀먹이러 갔다와야 밥을 주고, 그 다음에 검정고무신 신고 학교를 갔지요... 겨울엔 일어나자마 쇠죽을 끊려야 했던 유년시절 그땐 너무 싫었는데...지금은 흉내 낼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추운 새벽에 일어나 깔비를 아궁이에 넣고 불을 피워 놓으면 복실이가 꼬리를 샬랑샬랑 흔들며 다가와 재롱을 떨었지요...아직도 그 착하게 생긴 소와 똥개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련한 추억을 살려주신 포아풀 님~! 안녕하시죠?

이옥경 2007. 12. 07. 오후 08:20

제 어릴적 별명이 황소였지요. ㅋ..눈이 커다란데다가 머리카락이 글쎄 노란색이었지 뭐예요. 담박에 아이들 눈에는 흔히 보던 황소의 모습과 같았었나 봅니다. 그런데 조금 자라서 숙녀티가 나니까 혹자는 사슴(?)같다고 해서 그나마 위로를 받았었는데...아무튼 소 하면 생각나는 것이 어릴적 별명이랍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진 않았지만 포아풀님의 시에서 보니 옛날 외가집 논에서 정말 순하디 순한 눈망울로 음메 울며 아래에서 젖을 빠는 송아지를 핥아주던 그 순둥이가 생각납니다.

포아풀 2007. 12. 09. 오전 09:30

새벽녘 송아지를 받아내는 광경을 졸린 눈 비벼가면서 호기심으로 지켜 봤더랬습니다. 어른들 틈에 끼어 본 그 광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지요. 소에 얽힌 애환도 참 많지요. 우리와 뗄 수 없는 가축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해요. 염소를 키웠었는데 매일 아버지가 염소젖을 짜셨고 그 젖을 걸러 이른 아침 담임선생님께 줄달음으로 달려가 드렸었지요. 그러면 선생님은 잠결인지 방문 비스듬히 열고 하얀 팔 하나를 내놓고 \"ㅇㅇ야 수고 했다, 고맙다.\" 하셨지요. 그 때의 그 하얗게 드러나던 팔이 야릇하고 예뻤어요. 저는 그 팔을 보려는 마음으로 '미린다' 병에 담긴 염소젖을 날랐던 것 같아요. 같은 여자인데도... 최인구님의 추억에 저도 유년의 추억을 들추어 봤어요. 백야님, 이난경님, 최인구님, 이옥경님, 귀한 발걸음 고맙습니다.

미오새 2007. 12. 12. 오전 06:38

*소의 눈빛이 어머니와 닮았다는 구절을 읽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푸셨지만 아들이 효도할 때 까지는 기다려주지 않으셨던 어머니를 그려 봅니다. 엄마 소를 찾는 송아지의 울음소리를 따라 해보는 포아풀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한 느낌은 상상력의 극치일까요? 아니면 정감어린 생각이 빚어내는 환청일까요... 요즘 미오새가 조금 뜸했지요. 그래서 아주 그럴듯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왔어요. 우리보다 한 세대쯤 먼저 사셨던 어르신들의 말씀에 \"정\"이란 참 무서운 것이라 하대요. 그래서 포아풀님을 비롯 여러 낯익은 이름들과 정드는 속도에도 조절이 필요할 듯 싶어서 .... 말도 안되는 핑계거리를 만들어낸 머리를 비웃는 것인지 아니면 부러워 하는 것인지 문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키득 키득 웃고 있는 것 같아요. 송아지의 눈빛을 닮아,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윽하고 깊은 학창시절 포아풀님의 눈빛에 그때 그 시절 남학생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애타는 마음 고백도 못하고....

포아풀 2007. 12. 12. 오후 10:18

정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라지만 그래도 우선 정들고 보자구요, 미오새님! 동의 하시죠? 요즘 뜸하셔서 여러 상상을 해봤지요. 잠시 머리를 식히고 계신 것일지도 모른다고... 아니, 생각의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계실지도 모른다고... 그렇지 않음 조금 시간과 거리를 두고 싶음인지도 모른다고.... 감사해요, 미오새님. 반가운 인사 보내주셔서. 바쁘시면 투명 발자국만 찍고 가셔도 됩니다. 저는 느낌만으로도 흔적을 더듬을 수 있으니까요, 미오새님!

미오새 2007. 12. 14. 오전 12:11

*아주 오래전, 할머니의 할머니, 그리고 그 할머니의 할머니 시대 쯤에 \"반보기\"(中路相逢)라는 한가위 풍습이 있었다지요 추석을 전후한 농한기에 시댁 어르신들의 허락을 받아 친정과 시댁의 중간 쯤에서 친정엄마와 만나 회포를 풀었다는 \"반보기\" 하도 하도 보고 지워 반보기를 허락 받아 이내 몸이 절반 길을 가고 친정 어메 절반을 오시어 ....... (너무 슬퍼 이하 생략) 친정길을 반만 간다고 하여 반보기, 친정엄마외에 동기간들은 볼 수 없어 반보기, 눈물이 앞을 가려 엄마 얼굴이 반만 보여 \"반보기\"라 했다던... 이 곳에서 글을 통해 포아풀님을 뵙고 돌아서는 것이 꼭 모녀지간의 반보기같은 정서가 느껴져서 .... 이 정도면 확실하게 \"정\"든것 맞겠지요? 투명발자국... 눈치 채셨나요? 그래서 그 발자국을 감지하는 포아풀님의 능력에 반 했다는 것 아닙니까, 미오새가.

포아풀 2007. 12. 16. 오전 09:45

미오새님의 해박함에 감탄을... 도대체 모르시는 게 뭔가요. 연말이라고 이런저런 모임이 많네요. 미오새님도 만만치 않게 바쁘시죠? 그래도 늘 건강 챙기시고 그동안 쌓인 이런저런 스트레스, 다 털어버리세요. 미오새님의 벗, 포아풀.

미오새 2007. 12. 19. 오후 07:29

*포아풀님... 수준미달의 미오새가 시인님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건 아닌지 항상 조심스러웠는데, 벗 됨을 상기시켜 주시니 세밑에 받는 최고의 새해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정오의 태양같은 열정 넘치는 20대의 젊음이였다면 거리에 나가 길가는 누구라도 붙들고 노래하며 춤추었을 만큼 가슴 벅찬 선물.... 고맙습니다. 포아풀님..! 근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애환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시름은 일순에 지나가고, 행복한 시간은 오래도록 지속되는 평안하고 건강한 2008 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해살이 마무리 잘 하시고 이제 戊子年에 뵈요. 무릎 통증이 완쾌된 모습으로 비단길 걸으시는 포아풀님의 모습 상상하며 올 한해 마무리 하렵니다.

유민자 2007. 12. 20. 오전 11:30

제게는 너무 어려운 그리움이 깃든 시의 세계. 저는 유달리 최선옥시인님의 그리움이 깃든 시세상을 시샘(?)하지요. \"소의 큰 눈\"은 우리를 향하지요. 무엇이든지 내어주는 소의 바른 자세. 그 소가 무엇이 두려운지 우리는 모르지요. 제가 느끼는 것은 '눈물을 맺힌채 꿈벅거리는 커다란 눈망울'이지요. 그리고 그 안에 간직한 그리움조각, 제 힘으로 도와주어할 할 듯한 그 눈. 제가 그 소의 멘토와 멘티가 되어 정겹게 웃어주고 싶어요....왠지,,,

한민 2007. 12. 20. 오후 06:57

조으 그 ㅎㄴ ㄹ 가 사 즈 가 ^^ ..........ㅁ.....ㄹ.ㅁ 2007.12.20

포아풀 2007. 12. 21. 오전 12:43

파김치가 되어 들어왔습니다. 피곤의 무게로 내려앉는 눈꺼풀과 졸음 그리고 초점 잃은 눈동자는 소의 그 맑은 눈과는 대조적이 되는 듯하네요. 그러나 이것도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일순간 지나가겠지요. 콜레라주사를 맞은 기억 있으실 겁니다. 도시의 아이들과는 달리 양쪽 팔에 맞았습니다. 팔이 벌겋게 부어 열에 들뜬 며칠을 몸살앓듯 보내고 나면 어느덧 제자리를 찾게 되지요. 그렇듯 삶이란 붓기처럼 한 순간 알 수 없는 신열에 달아 올랐다가 차분히 가라앉는 것인가 봐요. 미오새님, 벗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감대에 저도 흐뭇하게 동참해 봅니다. 저 또한 유민자 선생님의 수필세계를 한없이 동경하는 걸요. 알 수 없는 그 세계가 가보지 못한 어느 먼 그리움의 장소 같아요. 한민님, 원만하신 외모와 웃음이 떠오르네요. 실제로 뵙지는 못해도 한민님 글과 사진은 훔쳐보고 왔습니다. 미오새님, 유민자 수필가님, 한민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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