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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늑대 6

한민 2008. 02. 17. 오후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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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미가 ‘Dream Technology’를 치고 엔터를 치자 코스닥지수와 함께 주식변환그래프가 화면 중앙에 떴다.

  ‘코스닥에서 시세가 삼만 오천원이면 센데.’

  주가 그래프는 계속 상승 파동을 그리고 있었다.


  혜미는 모니터에서 눈을 고정한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의 등 뒤에 다가선 민정이 입을 열었다.

  “이년이 또 취미활동을 시작하시는군.”

  윤정이 비닐봉지에서 맥주를 꺼내며 말했다.

  “혜미야, 시집가기 전의 콜렉션은 모두 추억이 되는 거야. 명심해.”

  혜미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 중에 슘페터가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

  가희가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도 몰라! 외국 사람! 파하하하하!!!”

  혜미의 눈 꼬리가 올라갔다.


  윤정이 입을 열었다.

  “미국의 경제전문가, 현대 경제학의 대가지. 창의성을 강조하는 혁명이론이 기업에서 가장 즐겨 인용하는 대목이고.”

  “계속해 봐.”

  혜미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지면서 반짝거렸다.

  “그냥 귀동냥으로 아는 정도인데, 기업에서 남들 안하는 것 해서 돈 벌고 따라오면 덤핑으로 김 빼고 뭐 그런 내용의 바탕이론이지.”

  “계집애야, 구체적으로 알아듣게 얘기 해 봐.”

  가희와 민정은 귀를 쫑긋거리며 재밌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반도체를 하나 개발하려면 상상할 수 없는 자금이 들어가는데 최신 반도체의 거래가격은 최초 만든 기업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 그런 다음 후발주자가 따라와서 거의 비슷한 제품을 그 가격에 내밀면 덤핑으로 추격의지를 꺾어 버리는 거지. 여기서 신제품을 혁명이라고 생각하면 쉬워.”

  “좌우지간 정확히는 모르지만 뭔 뜻인지는 알겠다. 도움이 될 것 같애.”

  가희가 입을 열었다.

  “혜미야, 무슨 일 있어? 골치 아픈 용어에 이렇듯 진지한 네 모습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내 잘못이니, 네 잘못이니?”


  혜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핸드백에서 전화기를 꺼내서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전화기는 평상시 화면 그대로 변화가 없었다.

  혜미는 전화기 화면의 디지털시계가 그녀를 놀리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벌써 두 시간이 지났는데.... 별종인지, 선수인지 구분이 안가!’


  순간 전화기가 ‘드르르륵’ 하며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010 **** 1809’

  틀림없이 낮에 울렸던 바로 그 번호였다.

  혜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그녀의 친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개선장군처럼 전화기를 귀에 갖다대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조혜밉니다.”

  “..................”

  “여보세요?”

  “너무 늦었죠?”

  “어머, 아직 안 들어 가셨어요?”

  그녀의 콧소리에 그녀의 친구들은 입을 삐죽거리며 저마다 눈을 흘기며 흰자위를 드러내었다.

  “지금 시간 어떠세요?”

  “너무 늦었어요. 내일 점심 식사 대접하게 해주세요. 아까 신세를 너무 진 것 같아서.”


  “아쉽군요. 내일은 일정이 모두 잡혀있습니다. 부산대 공대 교수들과 오찬회동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부경대 경영학부 교수들과 점심 선약이....”

  “그럼, 다음에 뵈요. 저도 친구들과 저녁에 들를 데가 있어서...”

  “운명이 아닌 것 같군요.”

  “초면에 자꾸 운명, 운명 하지 마세요. 큰집에서 철학관 운영하세요?”

  “가시가 돋친 말씀이시군요. 그럼 이만.”

  ‘뚜뚜뚜’

  “미친 새끼! 어디서 수작이야! 운명 좋아하시네.”

  그녀의 친구들은 불똥이 자신에게 튈세라 침대위로 올라가서 TV 리모콘을 집어 들었다.


  혜미는 손으로 볼을 만지작거리자 화끈거릴 만큼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그 사내와의 통화 중 느낀 묘한 감정 탓인지 아니며 큰소리를 질러서인지 그녀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사내를 경멸하듯 말했지만 그녀의 속은 실망과 후회가 동시에 채워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 진짜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면 어떡하지?’
                                                                       to be continued.............
 

댓글 3개

포아풀 2008. 02. 17. 오후 11:46

오랜만의 여우와 늑대... 기대하며 읽겠습니다.

한민 2008. 02. 18. 오후 07:21

이번 얘기는 쉽지가 않네요.

포아풀 2008. 02. 18. 오후 11:14

그럴 때가 있지요. 유난히 글이 잘 안풀릴 때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보세요, 한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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