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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필 때까지

포아풀 2008. 03. 11. 오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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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는 어디서 오느냐고

속눈썹 같은 잎눈으로 돋는 호기심에 물어오던 아이,

어느 날부턴가 함께 가던 공중목욕탕 대열에서도 빠지고

풀칠로 봉해버린 듯 입 꼭 닫히더니

제 문도 걸어 잠그기 일쑤여서 그를 가둔 문 앞에서

발끝으로 서성이다 돌아서는 날 많았다



올겨울은 질기고 질긴 추위 유난히 고집을 부리는 것이어서

아직은 봄이 멀구나, 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힘,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있었을까

밤마다 달이 차오르고 달빛 온 마당을 비춰

그때마다 물오르는 소리 깊어졌는데

내 둔한 마음만 봄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두꺼운 각질을 두른 목련의 봉오리

며칠째 순한 얼굴을 내밀 듯 작은 몸부림에 겹더니

막 겨울을 벗었는지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있었는데

두툼한 마음의 겨울을 벗기라도 했을까

웃음을 툭툭 털면서 문을 열고 나오는 아이,

슬며시 감추는 아랫도리 탱탱했다


댓글 8개

김법린 2008. 03. 11. 오후 07:03

봄이 오는 이유는? 사시사철이 있는 이유는? 목련이 피는 이유는? 내가 사는 이유는?

미오새 2008. 03. 11. 오후 10:56

*봄 바람은 불어서 어디로 갈까 포아풀님 만나러 가는 것이지 나비처럼 사뿐거리는 걸음을 보면 알수있지 * 아랫도리 탱탱... 에구..눈도 밝으셔라 꼴 잘난 남자들의 세계에서 \"새벽에 텐트를 친다\" 는 은어가 있어요. 아무래도, 그걸 보셨는갑다 목련의 가지 끝,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꽃망울같은. 말수가 적어지더니, 겨우 묻는 말에나 마지 못해 대답을 하는 아이와 눈이라도 한번 더 맞추고 싶은 엄마의 이야기인가요. 꽃망울 터뜨리기 전의 탱탱한 모습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는 수분 함량이 많은 걸로 식탁을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요?

시사랑 2008. 03. 12. 오전 02:28

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 세상 시가 아닌 것이 없는 삶의 길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목련이 피는 때 쯤이면 나들이도 해 보고 싶구요. 늘 건필하소서.

포아풀 2008. 03. 12. 오전 10:26

자연의 순환처럼 인간에게도 계절이 있다함은 다분히 인간이 만든 관념이겠지요, 비유겠지요. 지구상에는 봄이 없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복인지 매년 봄을 맞고 있네요. 그리고 매년 그 의미를 붙이며 마음 설레곤 하지요. 인위적인 비유라 해도 봄은 희망이고 기다림인듯해요. 김법린 님, 이곳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사춘기를 겪으며 유난히 마음의 문을 닫던 시기가 있었지요. 무엇을 생각하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통 알 수 없었던... 아마도 그 시기엔 한 번쯤 겪는 일인 듯해요. 목련이 피기까지 겨울을 견디듯 그렇게 지나고 나면 어느새 봉오리 맺히고 꽃피는 게 삶이겠지요. 미오새님의 눈치 빠름과 재치에 한 번 더 웃어요. 봄바람은 아마 미오새님에게로 불어 저 푸른 하늘을 훨훨 날고 계실 것 같네요. 시사랑님, 고맙습니다. 세상에 시 아닌 것이 없다고 하지요. 그것을 시적으로 표현해내는 게 시인의 역할이라는... 목련이 피는 사월의 나들이... 멋진 날 되시기를 바라며 역시 건필하시기를...

최인구 2008. 03. 12. 오후 01:34

십대의 이유없는 반항과 방황은 정말로 이유가 없는 듯 합니다. 약간의 침묵이 끝나면 세상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데 젊은이들이 세상에 불만을 갖는 것은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 여겨집니다. 군사독재에 겁 없이 맞설 수 있는 용기는 (깡다구) 젊음이 준 소중한 혜택이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철이 좀 들고 세상물정 알게되면 얍씰하게 살게되죠^^ 그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사람이 참 멋진 사람인 것 같아요... 포아풀 님~! 아드님 잘 성장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신사임당 밑에 이이가 있는 공식으로 보면 쉽겠네요^^

포아풀 2008. 03. 13. 오전 09:57

최인구님은 분명 저보다 한참 아래이신데... 어쩌면 그렇게 세상사의 흐름을 속속 알고 계신지요. 위트도 갖춘 멋진 분이라는 것을... 그 아가씨와의 좋은 소식은? 궁금한걸요.

김문숙 2008. 03. 27. 오후 02:31

아름답습니다. 시가 계절이 사는 것이. 그 생각이

포아풀 2008. 03. 27. 오후 09:36

감사합니다. 님의 방문으로 게시판이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자주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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