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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늑대 8

한민 2008. 03. 21. 오후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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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혜미 맞제, 오랜 마이네, 가스나, 내 알아보겠나.”

  “어머, 창균아! 언제 왔니?”

  “좀 전에. 그림 좋던데. 설마 니 겠낙 카믄서 쭉 보고 있었다 아이가.”

  “민망해라.”

  “그건 그렇고, 저 자슥, 여학생 킬러다. 조심해야 된다.”

  “그게 무슨 뜻이야? 킬러라니?”

  “문디, 됐다 마. 자, 가자. 바래다 줄거이께.”


  순간 혜미에게 롤러를 가르쳐준 남학생이 그들을 가로막고 섰다.

  “창균아, 니 아는 가시나가?”

  “새이야, 야는 새이가 알고 지내는 부류하고는 다릉께네 관심 끄이소.”

  “이 자슥이, 니 가시나가!”

  “새이야, 야 앞에서 질서 잡을락카믄 한 번 뜨야 할 낀데, 자신 있나?”

  “이 자슥이 미친나.”

  “그만큼 야는 다르다 앙카나, 내가 언제 새이 앞에서 까불더나?”


  창균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 남학생을 뒤로하고 혜미의 손목을 잡아끌어 대기실을 박차고 나갔다.

  순간 분을 삭이지 못한 그 남학생이 창균을 향하여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창균은 혜미를 벽 쪽으로 밀치며 허리를 숙이자 달려들던 그 남학생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구경 중에 제일 재밌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 했던가.

  롤러 스케이트장은 일순간에 남여학생들이 창균과 그 남학생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혜미는 벽에 등을 댄 채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혜미의 친구들도 혜미의 양 옆으로 서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벌떡 일어선 그 남학생이 창균과 마주서서 서로를 응시하기 시작했을 때 스케이트장 입구가 열리면서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들어왔다.

  일촉즉발 금새 폭발할 것 만 같던 상황은 싱겁게 종료되었다.

 

  눈을 부라리며 창균을 바라보는 그 남학생을 무시하고 혜미의 친구들과 창균은 총총거리며 사라졌다.

 

  진미당.

  꽈배기와 떡볶이, 오뎅, 김밥, 잡채 등을 파는 분식집.

  넓은 홀에는 방학 중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을 듬성듬성 메우고 있었다.

  혜미와 그녀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창균은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이전의 무용담을 재방송하는데 여념이 없었고 혜미와 그녀의 친구들은 처음 겪는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창균의 자신감 넘치는 재담을 넋을 놓고 듣고 있는 중이었다.


  창균은 중앙중학교에서 소위 요즘 말로 ‘짱’이라고 하는 ‘통’이었다.

  읍내에 남자 중학교가 하나밖에 없어서 중앙중학교의 ‘통’이 곧 읍내 중학생들의 ‘통’인 셈이었다. 그는 학업성적도 우수한 편이라 선발고사로 들어가는 중앙인문계고등학교에 합격 하고 대기 중이었다. 중앙고등학교는 면단위 학생들과 인근의 읍에서도 지원할 만큼 지방 내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명문고였다. 게다가 훤칠한 키에 세련된 외모 때문에 그가 롤러스케이트장에 나타나면 갑자기 여학생들이 붐비는 통에 롤러스케이트장 사장이 가장 총애하는 특급 손님이기도 했다.

 

  혜미가 약속한 귀가 시간 보다 많이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서산이 물들기 시작했다.

  서로 작별인사를 하고 일어서기 직전 창균이 혜미에게 물었다.

  “창옥이 연락하나?”

  “아니.”

  “겨울 방학 때마다 와서 이런 저런 신세 한탄 하더마는 이번에는 안 올랑가배. 저거 아버지가 서울로 가자마자 바람이 나가지고 지는 돌볼 여가도 없이 새엄마 만 챙긴다 카더라. 사실 오는 차비만 갖고 오믄 내가 가는 차비 마련해 주잉끼네 미안도 할끼야. 오기만 하믄, 밤새도록 니 이야기 하던데, 금마 옛날에는 말이 없었는데 서울 가서 조디만 늘어가 왔더라. 가마이 듣고 있으믄 마, 날 새삐데. 내 이빨도 보통은 넘는데 있다 아이가, 우이

댓글 2개

포아풀 2008. 03. 23. 오전 10:15

경상도 사투리 구사가 묘미을 더해주네요. 한민 님의 건필을 빌며....

한민 2008. 03. 24. 오후 03:31

잘 계시죠. 요즘 이것 저것 일들이 겹치네요. 마음만큼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하여서 더디긴 하지만 이름 모르는 분들이 봐주시는(?) 덕에 가까스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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