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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늑대 13 마지막 회
영준의 씁쓰레한 웃음 너머로 뭔지 모를 처연함이 묻어 나왔다.
“서울로 이사하자마자 얼마 못가서 외숙부 네로 양자 입적했어. 외숙부께서 자식이 없으셔서. 아버님은 새엄마 만난 이후로 새엄마 치마폭에 쌓여서 나에겐 관심이 없었지. 더구나 사업자금이 필요하셔서 나를 판 것이나 다름없어. 다행히 난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게 되었지만.”
“아버님은?”
“알고 싶진 않았는데 가끔 찾아오셔. 새엄마는 도망 가버리고.”
“저런!”
“처음엔 모른 척 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
“당연하지, 혈육인데.”
“외숙부님께서, 지금 아버님께서 청평에 별장이 있는데 거기서 별장지기하실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덕에 먹고 자는 문제는 해결됐지.”
“회사는 언제 차린 거야?”
“석사 과정 시절에 연구 용역을 받아서 연구비를 지원 받았는데 공장 자동화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이었어. 그러다가 특허를 낸 게 인정을 받게 되었지.”
“자력으로?”
“물론.”
“대단하다.”
“이제 대답을 해 줘.”
“무슨 대답?”
“바보온달의 존재를 알게 된 평강공주의 결정에 대해서.”
“모르겠니? 이미 대답했는데.”
“어떻게, 언제?”
“네가 선수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서는 거야. 결국 따라 나서긴 했지만 어쩌면 그게 일차적인 답이고, 내 말은 그냥 사내로서 네가 눈에 밟히더라는 얘기야. 그리고 네가 창옥이라는 사실이 화룡점정, 금상첨화였어. 얘들이 네 얘기를 언급해도 네 얼굴이 떠오르지 않으니까 이내 생각에서 사라져버리곤 했지. 이렇게 평강공주를 찾아주니까 내가 다 미안해지려고 해.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만나니? 네가 말한 운명이 정말 있기나 한 걸까?”
“간간히 네 얘기를 듣던 중 우연히 여름휴가 일정을 알게 되었어.”
“내가 이리로 올 걸 미리 알았단 말이야?”
“그랜드 호텔에 묵을 예정이라는 것도.”
“어떻게?”
혜미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대한민국이 좁은 탓이니까 친구에게 화는 내지마.”
“친구? 누가?”
영준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윤정씨가 내가 만든 자동화 제어 프로그램을 쓰는 회사의 사모님이셔.”
“어쩐지, 슘페터, 그러니까 잘난 체 하더라니.”
“가끔 사장님께서 집으로 초대하시곤 해. 그러다가 총각이라니까 자연스레 윤정씨가 친구 얘기를 꺼내고 네 이름이 나오더라고.”
“같은 이름이 한두 개야, 더구나 걔는 요가 강의 중에 만난 친군데.”
“요가 회원들끼리 뒤풀이 할 때 폰에 찍힌 사진이 있더라.”
“한번 그런 적 있었지. 어쩐지 계집애, 매년 불참하다가 금년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추억거리를 만드네, 재미있게 살아보자는 둥, 그러더니만.”
“어제,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그럼 나만 모르고 내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겠네.”
“지금쯤은 그렇겠지,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윤정씨가 공개했겠지.”
멀리 바다 끝에서 뜨거운 용암처럼 태양이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고 포말이 부서지는 바위 위에는 두 남녀가 다정하게 앉아있었다.
혜미가 영준에게 물었다.
“여우도 암, 수컷이 있고 늑대도 암, 수컷이 있는데 하필 여자는 여우라 하고 남자는 늑대라고 할까?”
“이니셜이 같아서? 여자와 여우의 여, 남자와 늑대의 N”
“듣고 보니 그럴 듯 하네.”
“하얀 겨울, 하얀 등대.”
“그러고 보니 둘 다 ‘하얀’이구나.”
“네까지 셋이지.”
“무슨 말이야?”
“평강공주가 하얀 옷을 입어서 저학년들이 너를 하얀 공주라 불렀잖아.”
“그랬었나?”
“하얀 겨울 마지막 노랫말이 뭔지 아니?”
“좋아하는 노래이긴 하지만 노랫말은 잘............”
“다시 돌아와 줘, 내게!”
어느새 솟아오른 태양을 향하여 젊은 남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終
댓글 4개
원점으로 돌아왔군요. 그러고보면 인연은 언제고 만나는가 봐요. 첨 시작할 때의 선수니, 꾼이니 하는 것이 완전 오해였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거듭 문운을 빕니다.
드디어 마무리를 끝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상하네. 독자들이 많은데 토욜날은 너무 행복해서 안 보나 보다. 나도 행복한데--ㅎㅎㅎ 제목에 좀 트릭이 있었어서 더 재미 있었던 거 아닌가요? 끝낸 감상이 어떠셔요?
순산이 아닌 아이에게 더 정이 간다는 게 사실인가요? 여우와 늑대를 쓰면서 많이 힘들었죠. 바쁜 일도 많이 겹치고. 마지막 글을 올리고 나니 흐믓합니다. 포아풀님, 김문숙님 건강하세요.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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