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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한국산 빨간 파프리카를 먹으며
이른 아침 한국산 빨간 파프리카를 먹으며
한 은총 /김문숙
밤 새 껏 창문 두드리는 왼 바람에
온 밤을 으스스 떨고 일어나 앉은 이른 아침
덧글도 쪽지도 반응도
새벽 창가처럼 잠든 듯 조용한데
아침 바쁨이 번개 치듯 돌아가도
기도제목 하나로는 성도 안 차
마음은 하늘 꼭대기 매어 두고서
덜 깬 잠 탓을 하며 헐거운 입맛으로
오랜 만에 손에 잡힌
새벽 갓 핀 장미 꽃 보다
더 붉게 반짝이는 ,
커다란 한국산 파프리카를 먹고 있어요.
아삭아삭 한 입 씩 잘리울 때 마다
한 방울 싹 고여든 맑은 수액에
첫 번 초등학교 상장을 받아드신
어머니 고운 눈이 생각납니다.
어머니 젊으신 피는
이처럼 곱고 붉으셨겠지요.
나를 기뻐하심이
이처럼 싱싱하게 붉으셨겠지요,
한 입
한 입
베어 먹으며
싱그러운 겉 껍에서 느껴지는 싱그러움에
이처럼 싱싱하게 살았던 날들이 있었는가
셈해 보아요.
노오라니, 소복하게
씨방에 고이 앉은 씨들로 하여
우리는 이처럼 정다운가 부끄러워요
우리 삶 안에도
이처럼 많은, 여문 씨들을
남 모르게 가득 배어 안았는지요.
오늘 하루 온 종일
이처럼 맑고도 진한 피의 빛으로
우리가 부르는
생명의 노래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마지막 허전한 입맛을 다시며
한 가지 음식도
더 잘 정리 된 한 관념으론 먹을 수 없나
물어 보아요.
댓글 2개
김문숙님 파프리카에 대한 단상이 너무 아름답습니다....평소에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 표현은 못해도 상장을 쥐어줄 때의 기쁨은 어떤 기쁨이 못지 않을 것 같아요...고운글 즐감하고 갑니다...아직 파프리카를 못 먹어봤는데 한 번 먹어보고 저도 그 기분 느껴볼게요~~
. 감평 감사드립니다. 작은 표현도 잘 받아주신 너그러움도요. 한국산이 더 맛이 달고 시원 했읍니다. 일이 밀려 컴 앞에서 먹을 때 흘리지 않고 엎지를 것 없어서 갈증 날 때 좋아요. 옆에 계시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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