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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씁니다

시사랑 2008. 08. 21. 오전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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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씁니다
이 재 호
유서를 씁니다.
내 삶의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영혼의 골짜기 위에
마지막 눈 감은 풀잎들의 마음 속에
한 장의 유서를 씁니다.
물비늘 차가운 물고기의 눈동자 속에,
갑자기 딴 사람이 되어
슬픈 목소리로 나를 외면하는
사랑하던 사람의 마음 속에
유서를 씁니다.
내 꿈은 비록 파종 되었지만
아직 땅 속에 묻힌 씨앗이 되어
피어나지 못하는 시간 위에
앞을 보아도 걱정 뿐이던 나날들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씁니다.
고독은 상처처럼 빛나는 별빛이었습니다.
내 허약한 마음 속 못을 박듯이
가을비가 내리는 날,
가난하게 먹다 남은 빵조각 위에
지켜지지 못한 약속들이 멈추어선 정류장에서
살아 있는 것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씁니다.
어제와 오늘이
내일을 위한 유서가 되듯이
가을은 내 삶의 시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에게
어느날 내 유서를
소리내어 읽어 주리라 믿습니다.

댓글 1개

포아풀 2008. 08. 24. 오전 09:42

내 꿈은 비록 파종 되었지만 아직 땅 속에 묻힌 씨앗이 되어 피어나지 못하는 시간 위에 앞을 보아도 걱정 뿐이던 나날들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씁니다. 여러 번 곱씹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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