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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단풍처럼 지리라.

한상용 2008. 11. 18. 오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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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단풍처럼 지리라


가을 산을 오른다.  이 계절에 지금 단풍의 이름다움이 절정에 다다른다고 한다.

오르는 산 길섶마다 떨어져 뒹군 낙엽들이 쌓여 등산화로 지면을 밟는 느낌이 부드럽고 경쾌하기 까지 하다.


능선가까이 올랐을 때 때마침 가을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애처롭다 못해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그 떨어져 뒹군 낙엽들은 지난여름 그 푸름을 자랑하듯 싱그러운 잎으로 사람들에게 그늘을 주고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는 자기의 몫을 다했는가.


이제 나무들은 가을이 되니 월동준비로 잎을 떨어뜨리고 또 다른 잎들은 아름다운 기품으로 붉게 물을 들이고 고운 자태를 뽐낸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위해 많은 이들이 산하를 누비고 다닐 만하다.


해마다 이맘쯤에는 전국의 산 에는 이렇게 고운 빛깔로 나뭇잎들이 만산홍엽을 이루고 떠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우리들 마음을 설레게 한다. 붉은 색조는 사람의 마음을 흥분에 한다. 사람의 마음을 흥분케 하다가 황홀함을 안겨준다.


이 가을 산을 오르니 발아래 밑에서는 바삭 그리는 낙엽이요 눈을 더니 파란 하늘밑에 홍엽의 파티에 눈이 시리다.  계절은 자연을 통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뭇사람들에게 선물하다니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화려하다 지쳐 이제 한 폭의 수 체화 같은 모습으로 붉은 단풍들이 저마다 공작단풍이니 홍단풍이니 제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는 것 같다.


정신이 어질어질 하도록 이렇게 고운 단풍이 내 눈앞에 있다니 나는 탄성을 질렀다. 나 혼자 쳐다보기는 너무나 아까워서  “여보세요 ! 이 단풍 제발 한번 좀 보세요.” 라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나무에 다가가서 단풍잎을 손으로 매만져 본다.


그런데 단풍잎이라고 모두 붉게 물 더는 게 아니었다. 샛노랗게 물 들었는 황갈색 단풍. 푸른 색조와 노란색으로 합성되어 물든 갈색 단풍. 그 모습도 각양각색이 아닌가.


그 옆 나무자지에 잎들은 뿌리에서 수분을 체 흡수하지 못하고 자외선을 받지 못해서 인지 말라서 비틀어져 오그려 들었다. 비가 너무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한 것도 그 이유가 될 것 같다.


같은 입지에서도 그 나무의 생육들이 고르지 못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나무에 따라 뿌리부터 건강하고 생육이 튼튼한 나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분과 자외선 과 충분한 자양분을 받지 못한  나뭇잎들의 처량하고 흉측한 모습은 우리 인간 삶의 또 다른 모습일 것 같다.


좋은 환경에서 질 높은 교육을 잘 받고 수준 높은 지식과 교양을 쌓은 사람. 가난과 불우한 환경의 척박한 바탕에서 자란 사람이 따로 있는 것과 같이 나뭇잎도 그와 같을까.


사람에 따라 화려하기만 한 단풍에게만 눈길 을 보내고 감탄한다. 그러나 그 주변에 시들어 버려 오물어 들인 쇠잔한 나뭇잎이 곳곳에 눈에 뜨인다.


말라 시들어가는 잎에서 나는 무엇을 보는가. 쇠잔한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해 노을이 지는 언덕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연상한다. 힘도 패기도 기상도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바람이 불면 우수수 떨어져 내려 앉아 사라진다.


기가 차게 아름다운 단풍은 그 옆에, 그 주변에 말라비틀어진 나뭇잎들이 있어 더욱 그 화려한 존재가치가 돋보인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계절이 지나가면 이제 그 아름다운 모습의 단풍들도 마지막 모습을 안은 체 낙하 하겠지. 살아있는 만물이 어디 영원한 것이 있겠는가. 자연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순환하지만 인간은 과연 무엇을 남기고 사라지는가.


이렇게 화려한 단풍들도 그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쓸쓸히 땅속으로 내려앉고 사라지리라 . 그러나 한 때의 빛나던  시절의 모습은 사람들이 뇌리에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나의 삶은 살아가면서 어떤 빛깔로 변해가고 있을까. 언젠가는 기약 없지만 내 삶도 그렇게 고운 단풍처럼 지고 싶다. [2008, 10 ]

댓글 2개

박상덕 2008. 11. 19. 오전 01:27

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쌀쌀한 날씨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오늘은 두어 불록쯤 떨어진 이웃에 사는 친구를 만나려고 며칠 전부터 벼르던 바깥나들이를 나섰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이제는 매사에 조심해야 된다며 내복을 입으라는 내자의 성화에 못 이겨 두툼한 내의를 껴입고 거기에다 입혀주는 겨울 외투까지 완전무장하고 나왔습니다. 아직도 새파란 청춘인데 나이를 들먹인다고 한 마디 했더니 뒤통수에다 대고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그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 양편으로, 하나 둘 셋… 끝도 없이 부대자루가 늘어져 있었습니다. 무언가 궁금하여 다가가보니 낙엽들을 담아 놓은 부대였습니다. 대부분 플라타너스의 넓적한 잎이나 노란 은행잎이었습니다. 밤새껏 그렇게나 많이 낙엽이 졌는지 은행잎은 아직도 고왔습니다. 그래도 낙엽이라. 엊그제의 화려함은 그리움으로만 남고, 생을 이별한 정지된 아픔만이 몇 무더기의 쓰레기로 남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움입니다. 채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화려한 단풍들도 그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쓸쓸히 땅속으로 내려앉고 사라지리라. 그러나 한 때의 빛나던 시절의 모습은 사람들이 뇌리에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부대자루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상용 2008. 11. 19. 오후 12:18

정성어린 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나무가지에 잎들은 모두 떨어지고 어제오늘 겨울이 한걸음 바짝 다가 왔군요. 나무는 모두 옷을 헐벋고 있는데 우리 인간은 옷을 이제 겹겹이 더 껴입고 있습니다 . 다 벋어주고 내년 봄의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는 나목의 비움철학을 생각합니다. 내내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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