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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백

박종영 2009. 09. 22. 오전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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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백

                   - 박종영


가을로 접어 들어 길을 나서면
짧은 시간은 늘 나로 하여금
탈출의 기회를 재촉하며 걷게 한다
 
마음의 행간을 채우지 못하고
산다화 같은 붉은 입술로 서 있는
그리움의 얼굴은 언제나 혼자의 동행에서
 
녹슨 바람 들고 서성이는 나의 간절함을,
젊은 날, 푸르게만 살아온 수천 개의 질문으로
낡은 세상의 문을 두드리라 한다

그때마다 시련을 이기고도 패배한 삶의 무게는,
허튼 나를 나직이 위안하며
환장하게 추락하는 가을볕을 도둑질 하라 한다,

이제는 이승의 영광을 짊어지고 지친 시간, 
허당의 세월을 하나 둘 펼쳐 말리고 있을 때
두 개의 마음은 긴 여백으로 혼자가 되고,
낮게 흐르는 쇠 바람은,
귀를 세우며 나를 엿듣는다.


영상/작은새 사진가님

댓글 2개

박병탁 2009. 09. 28. 오전 10:53

너무 감사히 잘 감상하였습니다. 살짝 옮겨가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mpok113 2009. 09. 30. 오후 04:47

박병탁님 안녕하세요? 작은글을 옮겨 가신다니 영광입니다 긴요하게 활용하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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