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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어디 갔을까

윤고방 2010. 04. 28. 오후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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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는 어디 갔을까

           - <양평소나기마을>에서 -

                                  


   온 세상 가득히

   꽃향기 날리며

   단발머리 나풀거리던

   소녀는 어디 갔을까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도

   언제나 구름 위에 떠 있다

   봄 강물 위에 꽃잎처럼 흔들리고 있다


   투명하게 번져가던 웃음소리

   달빛 속에 몸을 감추던 뒷모습

   바람 앞에서는 그림자가 되던 푸른 눈동자

   헤어짐의 길목에서

   너의 목소리는 떨리었다


   
   그녀의 마지막 거울 속에

   무명 저고리 한 소년이 남듯
   누구의 가슴 속에나

   한 소녀는 살아 있는 법

   세월이 켜켜이 쌓이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우리 마음 깊은 곳

   두터운 벽장 속에 숨어 있었나


   이제는 낡은 빗장을 풀고

   마법의 거울 밖으로 나오너라

   소나기 속에서 단 한 번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가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이 세상에 내려온 적 없는 하얀 새

   세상은 모두 흔적 없는 무지개

댓글 8개

포아풀 2010. 04. 29. 오전 12:28

그녀의 마지막 거울 속에 무명 저고리 한 소년이 남듯 누구의 가슴 속에나 한 소녀는 살아 있는 법 ... 제 가슴에는 한 소년이 살아서 가끔 아주 가끔 아련히 모습을 보입니다. 그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요... 선생님의 글에 잠시 넋두리를 얹어봤습니다. 날이 참 을씨년스럽습니다. 그래도 윤선생님의 시에서 봄날의 애틋함을 느낍니다.

윤고방 2010. 04. 29. 오전 01:02

그날, 초동교회의 회동 때 불현듯 그 소녀가 나타났던 건 아닌가요? 세 소년과 한 소녀 상성 형님도 자통 아우님도 여지없이 한 소년이었지요. 두 분 다 아마 좋아하실 걸요. 세상은 한 번씩 뜻밖의 일을 꾸며 놓아서 좋습니다. 불현듯 벌어지는 새로운 일 때문에 번번이 철을 놓치고 사는 재미. 며칠 전 철 늦은 난로가에서 장자통시인과 밤새 막걸리를 들이키면서 서로가 먼저 철부지 특허를 냈노라고 우겨댔습니다. 상성 형님은 옆에서 빙긋이 웃기만 하셨지요.

민순호 2010. 04. 29. 오후 01:10

<'아카식 기록~' .. & '이 세상~/수행자..' ?? ~> \"세상의 모든 것은- 끊어짐도 없고 사라짐도 없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허공에 찍힌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말도-- 허공에 새겨진다. 말이~ 씨가 되는 원리이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원리이다. 그래서--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고 하는 것이다. 절대로- 끊어지거나 사라지는~ '단멸' 이라는 것은 이 우주 어느 곳에도 없다. 세상을 함부로 살지 말라.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은 결코-- 멈추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남을.. 함부로 욕하거나 비난하지 말라. 그대는-- 우주가~ 그대에게 부여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성실한 수행자이기 때문이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 희망을 보고, 절망을 이야기하는 자- 절망을 본다.. *무단무멸분(無斷無滅分) 없어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끊어짐도 없고 사라짐도 없다.

윤고방 2010. 04. 29. 오후 11:14

민순호님, 가까이서 마주 얼굴을 대하는 듯하여 더욱 반갑습니다. 저 같은 범인들의 직서법과 달리 넌지시 깨우쳐 주시는 모습이 늘 대단하십니다. 이승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니라도, 질량불변의 법칙이나 생명의 영원성에 대한 낭만적 맹신이 아니더라도, 거룩하고 거룩한 우주의 기본 원리인 '무단무멸분'을 믿고 싶습니다만, 불가의 궁극 목표인 입멸(入滅), 적멸(寂滅)의 경지는 무단무멸분을 넘고자 하는 수행자의 마지막 열망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민순호님의 논리에 굳이 반론을 펼치려는 게 아니라 앞서 간 그들 수행자의 간절한 뜻을 헤아려 보기 위함입니다. 생각해 보면 법정스님께서도 모두 모두 벗고 버리고 떠나려 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중생들 가슴 속엔 깊은 자국만 남지 않았습니까? 육신조차도 한 줌 재가 되었을망정 생전에 그분이 아끼던 불일암 뜨락 후박나무의 뿌리를 거쳐 가지며 잎으로 자라겠지요.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어떤 요소로든 영원히 우주 속에 머물겠군요. 지엄무비한 무단무멸분(無斷無滅分) 앞에 저의 부끄러운 속내나 알몸이 모두 드러날 것만 같아서 몹시 두렵습니다. 민순호님, 고맙습니다.

미오새 2010. 05. 05. 오전 09:39

* 윤선생님.. 그 동안도 안녕하셨는지요. 평소에 접할수 없었던 선생님의 귀한 글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술관에 가면 \"작품에 손대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한글은 깨우쳤으니, \"소녀는 어디 갔을까\" 한편의 시를 읽기는 하였지만, 아직 시에는 까막눈의 수준이라, 작가의 의중과 부합하지 못한 서투른 감상평은 미술관의 작품에 손을 대는 것처럼 미숙한 행동일 것 같아서 조심스런 마음에 선생님의 글 앞에 잠시 머물렀던 흔적으로 안부만 여쭙고 갑니다. 그리고, 시에 관한 한 아직 까막눈의 수준인 미오새를 비롯한 초보독자들을 위하여 놓쳐서는 안될 작품의 주안점을 작가가 꼭 짚어주는 특혜를 사색의 회원들에게만 베풀어주실수는 없으신지요. 윤선생님, 지난 4월에 옮겨 심은 도라지도 제법 소녀티를 낼만큼 자랐겠지요. 항상 안온하시고 평안한 날들 되시기를 바람니다.

윤고방 2010. 05. 06. 오전 12:51

미오새님, 오랜만입니다. 시에 대하여 스스로 까막눈이라 말씀하신 미오새의 겸양이 지나치신 것 아닌가요? 앞서 실린 '꽃 한송이 피우기까지'에서 보여 주신 시적 감수성이나 역량이 대단하신 걸로 기억하는데요. 사실 저는, 갈수록 시가 더 어렵고 도무지 시의 정체를 알 수 없어 쩔절맬 수밖에 없는 사람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나 미오새님께서 기왕 '주안점' 말씀을 하셨으니, 어룰리진 않을 지 모르겠지만, 이 시를 쓰게 된 동기와 주제 등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기로 하지요. '소녀는 어디 갔을까'는 작년 7월쯤 양평 황순원 문학관인 '소나기마을' 개관에 즈음해서, 창간호 '소나기마을'에 실을 시 청탁을 받고 쓴 작품입니다. 시일도 촉박하고 해서 마음에 쏙 들도록 지어진 시도 아닙니다만, 봄 맞이하는 기분으로 여기 올린 것이죠. 이 시 속의 소녀는 제가 소년기 가슴 속에 가졌던 어느 특정한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미오새님이나 이 세상의 모든 나이 많은 소년들의 가슴 속에 새겨진 애틋했던 소녀의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요. '소나기를 쓰신 황순원 선생님의 뜻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가꾸는 도라지밭에서는 지금 연한 자색 도라지순이 너무도 탐스럽게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실종된 봄 몸통을 꼭 붙잡으시기 바랍니다.

미오새 2010. 05. 07. 오전 11:50

*윤선생님. 과찬의 말씀입니다. 오래전에 지나간 어느 글에서도 밝혔었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습관적으로 바라보던 주식시세표에서, 어느 순간 관심품목이 시로 바뀌게 된것은 순전히 포아풀님 덕분이죠. 실체도 분명치 않은 마음속 그리움을 다독이고, 감성을 순화시키는데에는 시만한게 없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주셨거든요. 그러나, 시에 대한 관심이 일상생활의 자투리 시간에 한정되다보니 미숙하고, 거의 까막눈의 수준이지요. 뜻 깊고, 결 고운 선생님의 글을 이런 한정된 공간에서 접할수 있어 행운으로 생각하며 또한 감상의 주안점까지 짚어주시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소녀는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남아 있는데, 소년만 훌쩍 떠나온 것은 아닌지, 아니면, 소년의 모습이 그 소녀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시를 통한 상상과 선생님의 해설을 곁들여가며 조금이라도 까막눈이 벗겨지기를 스스로 기대해 봅니다. 선생님께서 가꾸시는 도라지 밭에 가면 도라지타령이 절로 나올것 같아요, 선생님의 정성이 도라지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탐스럽게 솟아오르는 모습에..

윤고방 2010. 05. 17. 오전 02:02

미오새님 말씀대로 소녀는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남아 있겠지요. 역시 소녀는 어디로 가 버린 게 아닐 겁니다. 아마도...... 실체의 소녀들은 점점 자라서 처녀가 되고 사랑 속에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그리고 이제 어디선가 늙어가고 있겠지만요. 늙은 소년들이 찾는 소녀는 결코 자라지도 늙지도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소녀는 죽지 않음은 물론 사라지지도 않지요. 소년이 죽지 않는 한...... 단지 소년이 늙어갈수록 더욱 열심히 찾게 되는 게 문제일텐데 정 답답하면 눈을 딱 감고 가슴팍을 한 석 자만 파면 거기 보이지 않을까요? 오늘도 공연한 헛소리를 좀 지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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