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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박성실 2010. 11. 02. 오후 10:52
3822
껌
박성실
時(시)
구부러진 허리는 아스팔트 위를 오래간 긁고 있었다

塞(색)
희그멀건(희끄무레)한 것
검정 구두 밑
휙하고 착지해
넙죽 밟혀 엎드려
버둥대며 딸려가다
풀석하니 주저 앉아
요동치다 딸려가고
힘겨우니 털석

閉(폐)
오물오물 쪽쪽 단물 빨아 야들하니 만든 껌
색도 탄성도 점성도
빛도 꿈도 개성도
아스팔트 위에
代(대)
점점 더
꺼멓게, 딱딱하게
숨조차 쉬지 않으려는 듯
굳어간다
우리내 인생
할아버지 허리
========
시대폐색/어떤 시대의 사회가 이상,목적 등을 상실하여 저미하고 있는 상태에 있는 일
어찌어찌 쓰다 그냥 사자성어를 붙여 보았다. 또 생활의 발견에 쓸까 하다 좀 이상한 것 같아서...쩝;; 이곳에 옮겨 본다. 가끔 시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시인들은 참 대단하다.
길을 가다 유심히 껌을 들여다 본 적 있다. 그것은 껌을 열심히 떼고 있는 알바생 할아버지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너무 딱딱하게 굳어버렸는지 잘 떨어지지 않았다. 휜 허리에서 더 감흥을 받아 인간적인 글을 쓰고 싶었지만 이것이 아직은 나이지 하는 생각에 여기까지 퇴고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읽어보니 인간미는 커녕 재밌는 시가 됐다..ㅜㅜ 

댓글 13개

정상근 2010. 11. 02. 오후 11:59

ㅎㅎ..그렇지요?..시인들의 머리 속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저도 좀 열어보고 싶습니다. ^^ 무지하게 복잡할 것 같은 느낌인데.. 제 생각엔 그냥 생각나는데로 끄적끄적' 거리다가 툭'하고 던져 놓으면 편안한데, 그것을 여기 가지치고 저기 가지치고 살도 보태고..그거 머리 아파서 어떻게들 하시는지..저도 (쩝~~ㅎ) 아주 재미있는 시였습니다. 잘 읽었고요. ^^

전수랑 2010. 11. 03. 오전 09:13

저도 재밌는 시, 잘 읽고 갑니다^^

박성실 2010. 11. 03. 오전 11:10

네 사실 모든 문학 장르에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면 작가들은 모두 글을 열심히 쓰더라고요....그게 저와 다른 부분이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아뭏튼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미오새 2010. 11. 03. 오전 11:10

*성실님.. 성실님의 글솜씨가 출중하시다는 걸 오래 전 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길에 버려진 \"껌\" 을 통한 시.대.폐.색. 같은 어려운 주제로 드디어 시인의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 중에 아직 미약하기는 하지만, 시대정신을 담지할려는 성실님이 계시다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붐비는 지하철에서 자리를 얻은 작은 행운만으로도, 감사하며 흥겹게 웃으시는 모습에서 하늘은, 작은 것에 충실한 모습에 감동하여 더 큰 축복으로 채워 주실 것 같아요.

박성실 2010. 11. 03. 오전 11:10

ㅎㅎ 네 감사합니다. 같이 재밌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박성실 2010. 11. 03. 오전 11:34

미오새님, 어머 여기 계셨군요^^ 위에 답글을 쓰다가 엔터를 쳤는데 글이 딱 떠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미오새님은 어쩌면 저에게 수호천사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지속적인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시대정신을 담으려고 노력한다기보다 요즘의 제가 그것에 조금 관심이 있습니다. 지난번 빨갱이에서 이야기 했듯, 그런 시대적 아픔이 나의 현실로 다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지 싶습니다. 미오새님은 오늘 같이 오색창연, 날 좋은 날 마주하고 앉아 수다라도 떨고 싶은 그런 분입니다. 미오새님, 그런데 쓴 소리도 좀 해 주셔요. 시어가 너무 구체적이지 않아서 삶의 질감이 덜 느껴진다거나(이건 저의 숙제인데..) 아랫부분을 보니 겹쳐지는 시어가 있어 의아하다던가(꼼꼼히 보지 못한 저의 실수...) 그래서 매끄러운 진행이나 그 내용에 체온이 느껴지지 않아 전달력이 부족하다고 말입니다.

윤고방 2010. 11. 03. 오후 01:32

박성실님, 다시 뵙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나 성실님의 시를 발견하고 댓글붓을 잡았습니다. 껌이라는, 흔히들 시의 글감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소재를 통해 사회와 시대를 날카롭게 응시하고, 풍자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많이 쓰고 계시겠지만, 앞으로도 시쪽에 더 많은 시간 할애해 주신다면 더 자주 뵐 수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때마침 오늘 어느 신문 칼럼에서, 조선 중기 명종 때 학자 남명 조식 선생이, 문정왕후와 명종 그리고 윤원형의 잘못을 꾸짖는 신랄한 상소문을 소개했는데, 그 내용이 바로 '시대폐색'이었습니다. 성실님의 인간적 시대적 고뇌가 너무 값진 것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박성실 2010. 11. 03. 오후 04:55

아, 이렇게 하니 윤고방님과 이야기를 할 수 있군요. 좋습니다! 그런데 시를 더 많이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 조금 슬퍼집니다. 저는 왜 이렇게 시를 쓰고 나면 부끄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삶의 질감을 담아내는 구체화의 문제도 어렵고.. 일목요연하게 함축하는 것도 힘들고 혹자는 저의 그런 문제를 지적하면서 산문시를 추천하던데요, 아무래도 다작의 수고가 필요한 걸까요? 시대폐색, 요즘 저의 화두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시대 속 고뇌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다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아스팔트를 밟으면서 비슷한 옷차림으로 비슷한 생각들을 하면서 비슷한 태도를 요구합니다. 저는 그런 구조속에서 납득하기 힘든 감정들을 어찌 다루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승원님의 '자기소개서'라는 시에 보면 \"나는 매 맞는 것을 익혔다 싸우는 법을 배웠다 내가 나 자신인 사실을 결코 사과하지 않기 위해 오늘 밤 바로 너희들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해\"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것이 요즘 저의 마음입니다.

최인구 2010. 11. 03. 오후 06:45

공중화장실에 침을 함부로 뱉는 사람 그것도 희끄무레한 가래침, 운전 하면서 도로가에 담배꽁초를 휙 내던지는 사람, 길가에 껌을 툭 뱉는 사람, 그리고 그것들을 치우는 사람,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이것이 시대(時代) 폐새(閉塞) 박성실 님 예전부터 아는 척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처음 성실 님의 글과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으로 한동안 남성으로 알고 있다가 얼마 전 여성분이라는 걸 눈치 챘습니다.ㅋㅋ 앞으로 자주 놀러 올게요.. (길가에다 오물 따위를 버리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에게 벌금보다 굵고 뾰족한 똥침을 열 방씩 주자고 국회에 건의해 보는 건 어떨까요 ㅋㅋ)

포아풀 2010. 11. 03. 오후 11:27

성실님의 글도 재미있지만 오신 분들의 댓글 읽는 재미또한 쏠쏠합니다. 이건 성실님의 남다른 끌어당김, 혹은 글의 매력일 듯싶어요. 저도 이끌려서 오고 싶도록 하는... 인기절정이시군요. 흐음... 근데 왜 제가 기분이 좋아지남..? 작은 부분 하나도 성실님 특유의 시선으로 재치있게 가져온 점, 부럽네요. 저 오늘 낮에 있었던 일 하나 적어볼게요. 전철 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기타를 맨 청년이 저와 마주치기를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어왔습니다. 근데... 그 한 마디는 \" 저 먹을 것 좀...\" 이더군요. 정말 뭔가 급한듯한, 배가 고픈 듯한 표정을 외면하고 고개를 한번 가로저으며 계단 끝을 내려가다가 나는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 섰어요. 지갑을 뒤져서 오천원 한장을 꺼냈어요. '천원짜리 몇장...?' 생각하다가 배고프다는데 찌개있는 밥이라도 먹어야겠지, 싶어 다시 올라갔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말도 안했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돈을 접고 접어 쓰윽 두손으로 주었지요. 그런데 그 청년, 별 고마워하는 기색 없이 받는 거예요. 돌아서면서 금세 후회를 했어요. '괜히 줬어. 고마워하지도 않잖아...' 그런데 그런 제가 참 간사하더이다. 1분 전 먹었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오천원에 저는 아마도 거창한 인사를 기대했다는 것이겠지요. 저의 이중성에 씨익 웃었어요. 그리고는 '그래, 너 잘했어'내게 위로를 보냈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오늘따라 그 또래의 제 아들이 몹시 보고싶더라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완전 방향을 틀었어요. 횡설수설 ... 저녁 끝내고 깜박 자고 일어나 아직 덜 깬 탓이랍니다, 성실님. 편히 주무세요.

박성실 2010. 11. 04. 오전 09:58

하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구님^^ 먼저 인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생활의 발견쪽에 글을 주로 올리고 있어서 대화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남자였는지 아셨다니^^ 저를 아는 분들은 저에게서 남성성을 많이 찾으시더군요.... 저는 인구님의 글을 읽기도 하고 미오새님과의 대화도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분이 비슷한(?)연배이시고 술을 즐기시는 싱글남인 것까지 추측했습니다. 헤헤, 말해 놓고 나니 쑥쓰럽네요. 진짜 엿 본 것 같아서.... 아, 그리고 뾰족한 똥침! 하하 그거 무서운데요^^ 날이 추운데 건강 유의하시고요, 또 뵙겠습니다.

박성실 2010. 11. 04. 오전 10:12

헤헤 인기 절정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 것 같아요^^ 기분은 좋은데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청년... 이중성에 씨익웃으시고 그래 너 잘했어 위로를 보냈다. 가 공감이 됩니다. 시대폐색 말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사실 이 단면을 가장 잘 보게 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내 안에 있는 불의와 타협하고 싶은 순간, 눈 감고 모른척 지나가고 싶은 순간, 대가 지불하는 것이 싫어 침묵하고 있는 순간, 그리고 나의 일이 아닌양 팔짱끼고 비판하는 손가락을 뻗을 때 그것이 나라는 자괴감이 함께 일어 씁쓸함에 이불 뒤짚어 쓰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지는... 날이 춥네요. 군대 간 아들이 보고싶어하는 엄마의 마음을 듣고 있을 겁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저는 어제 편히 잤습니다.^^

미오새 2010. 11. 04. 오후 02:51

*위에 포아풀님이 올려주신 글은 처음 사색의 향기에 모습을 보이실 무렵에 올리신 글, \"지하도 계단을 오르며\" 를 떠오르게 하는 글입니다. 그들을 돕는다는 것은, 어려운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천사를 만나는 의미있는 행동같아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성실님.. 성실님이 지금은 저렇게 편하게 주무시지만, 20년쯤 후 지원이가 입대한 후에도 저렇게 달콤한 잠을 잘수 있으려나? 그때까지 지켜 보겠습니다. 군대 간 아드님이 엄마의 마음을 듣고 있을꺼라는 표현, 아주 감동입니다. 엄마의 마음을 듣고 있을 아들을 위해, 항상 선잠을 자듯 깊이 잠들지 못하는 이땅의 어머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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