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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회 문학기행 기념 특집 / 문학기행의 얼굴
문학기행의 얼굴
- 유 민 자 -
문학기행은 여행이 아니다. 신선놀음이다.
그저 바람 따라 길 따라 마음 따라 내 발걸음 몇 걸음만 옮기면 푸른 세상 구경을 쉬이 하는 자리다. 달리는 차창에 가만히 기대어 앉아 먼 산을 보거나 하늘 속으로 빠져들어 놀 수도 있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의식세계의 너비와 깊이가 느껴지는 조상결을 따라 문인세상을 가늠하는 자리다.
문학기행은 낯설게 느껴지던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의 문인을 낯익게 만들어 주는 힘으로 문학의 배경을 알아가게 만든다. 그 배경으로 너와 내가 희망을 조각한다. 하루, 이 자리를 찾은 우리가 문학기행의 생생한 배경인 것이다. 너와 내가 바로 주인공이다.
겨울 봄여름 그리고 가을을 지나쳐 간 50회 문학기행의 맛을 본다. 달달한 가 씁쓰레한가 아니면 시들시들한가. 가슴을 열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제 1회 오장환 문학기행 제 2회 서정주 문학기행에서 49회 퇴석 김인겸과 공주 그리고 50회 \"또 다른 나를 보자.\" 지금이 시간에 걸친 신비로운 문학기행이 수줍게 앉아 있다.
선한 눈빛들이 달려 나와 먼저 인사하는 자리. 정겨움이 묻어나는 보배로운 자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내달리는 단단한 사색의 징검다리를 잇고 만들어 가는 사색의 향기 문학기행.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고 뒤 따라 오라 눈짓하며, 침묵어린 고요 속에 잔잔한 배려와 웃음이 둥둥 떠가는 자리. 그 아름다운 자리마다 예술 사랑으로 물들어 간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격전지였던 '논산의 발자취'의 기억 하나를 더듬는다. 제 30회 김관식시인과 논산, 시인의 생가 터에 도착하여 옛 시인의 흔적을 읽는다. 2009년 3월 14일, 그 날은 매서운 바람이 옷섶을 마구 여미지만 화창한 봄의 추억 길이다.
김관식시인님 생가 터 그 자리에서 우리를 힐끗 쳐다보던 할머니들이, 된장을 버무리며 장맛을 보았다. 우리를 향한 모습이 왠지 아스라이 옛 조상의 얼이 서린 옛 필름을 되돌려 보는 듯 했고, 세월나이인 깊은 주름에 할머니의 손맛이 고여 있는 듯 했다. 장맛은 깊은 맛이 으뜸이다. 사색의 향기와 닮음 꼴이다.
문학기행은 깊은 장맛을 닮아 있다. 문학기행은 푸근한 할머니의 온기를 닮아간다. 세상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가득했다는 김관식(1934~1970) 시인 혼이 생가 터를 감돈다.
오늘, 북창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하는 데다가
보옥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
마음이 본시 산을 사랑해
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네
그 품 안에서 자라나 겨기에 가 또 묻히려니
내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에
아아라히 뻗쳐 있어 다리 놓는 산
네 품이 고향인 그리운 산아
미역취 한 이파리 상긋한 산 내음새
산에서도 오히려 산을 그리며
꿈 같은 산 정기를 그리며 산다.
-거산호 2 전문/ 김관식-
김관식시인 생가 터 담벼락 밑에 짙은 초록빛의 대파가 싱싱하게 널려있다. 내 눈꼬리를 잡으며 인사하는 대파줄기들이 꽂꽂하게 서있다. 내가 대파 한 뿌리를 뽑으며 흙 한 줌을 훔치고 싶은 것은 왜인지 모르지만, 그 옆을 얼씬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아마도 나는 시인 곁뿌리를 훔치고 예전 그 시대의 문학적인 저항정신을 느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길 따라 걸으니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린 채, 문학기행의 우리를 먼저 반긴다. 생가 터를 지나 가까이 몇 발자국을 따라 걸으니 시인의 묘소가 다소곳이 깊섶에 앉아 있다. 묘역은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두 팔을 벌린 채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아니다. 고인은 왜 이제사 방문을 했냐고 투정하며, 들풀무리를 보라한다.
연 초록빛의 소리쟁이가 참으로 신비롭게 묘역 주변에 앉음뱅이 들꽃 되어 앉아있다. 그 자리에는 소리쟁이 들풀들이 누런 마른 풀 사이로 너무 늦게 찾아든 후세들에게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듯, 땅을 뚫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삐죽이 올라서 무리지어 있다.
“소루쟁이 잎이나 뿌리를 짓찧어서 상처가 덧나서 곪은데 나 부스럼에 붙이면 신통하고, 오래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피가 맑아지며 살결이 고와지고 염증을 없애준다”는 소리쟁이 풀이다. 내 신발 밑으로도 연둣빛 들풀무리가 마구 밟힌다. 또 소리쟁이다.
문학기행은 소리쟁이 풀의 효용가치를 너무도 닮아있다. 문학기행은 우리네 정신 세상을 맑고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힘이 있다. 그 힘, 문학기행의 얼굴이다. 좋은 시를 향한 깊은 사색하는 마음으로 김관식시인님 묘소 옆 자리 언덕길을 따라 오른다. 시인의 시상이 나온 후미진 언덕길을 따라 옛 시인의 그리움 자락을 따라 또 걷는다.
나도 모르게 떠올려지는 단아한 내일을 위해 땅을 꾹꾹 내 밟으며 걷는다. 역사를 문화를 그리고 문학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게 만들어 주는 하루치 여행길이 빈 그릇에 담긴 샘물인양 맑고 청량하다.
문인과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 고개 숙인 우울을 버리는 자리이다. 오고가는 먹을거리로 우울과 미움을 씹고 흘리며, 함박웃음으로 알 수없는 울분을 툭 버린다. 입가를 감도는 한 사람의 미소는 짝으로 전해지면서 더 큰 웃음꽃으로 시간을 타고 우리라는 일행의 가슴으로 흠씬 흘러든다.
이렇게 무르익은 웃음은 세상사에 젖은 눈물덩이를 깨고 말리며, 우리네 담벼락을 넘나들던 쓸쓸한 우울조각이 붕어빵 미소가 되어 웃는다.
개개인의 눈빛은 미루나무 끝에 오도카니 쉬어가는 한 마리 새를 쫓기도 하고, 한 마리 파랑새가 되어 온 세상의 소리를 어루만지며, 우리네 낯익은 시간의 기억을 끌어당긴다. 이렇게 세상밖에 펼쳐진 아득히 먼 시간여행을 하며, 날선 마음의 찌꺼기마저도 둥글게 몽글린다. 바짝 마른 장작을 닮은 삶에, 감성의 불을 활활 지핀다.
혹, 우리는 어제의 옛 사람을 복사하여 내 기억 속으로 끼워 넣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기억 속에 살아있는 어제는 서정주시인 오늘은 양평의 \"옹기종기\" 내일은 이름을 잘 모르는 시인, 우리는 문학기행의 일정대로 경험의 눈이 되어 집으로 가져간다. 마음으로 인쇄를 한다. 어제의 우울한 아픔조각이 있다면 잘게 부수어 가루 내어 여행지에 뿌린다. 슬며시 웃는다.
이제, 문학기행에서 행복을 줍는 것은 내 몫이다. 마음의 감기증세를 깨끗이 낫게 하는 것이 문학기행의 얼굴인 것이다.
부족한 나는, 건강한 아집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어제의 애잔함을 잊는다. 사색의 향기 문학기행의 내일을 반긴다. 내일은 싱거운 사색으로 배시시 웃으며 동화를 닮은 마음으로 오롯이 사는 것이다.
졸필의 나는 그 행복한 문학기행의 시간들을 좋아한다. 사계가 살아있는 사색의 향기 문학기행. 내 마음속의 그림책이 될 오십 번의 문학기행을 사랑한다. 그림책속의 풍경은 내 삶의 정화제이다. 천천히 걸어가는, 건강한 삶의 역사다.
세상을 떠다니는 좋은 언어들이 길 따라 도란거리는 오늘. 반짝이는 사색을 가슴으로 불러내어 , 문학기행의 맛과 멋을 버무려 세련된 내가 되어 서러운 역사를 지운다. 사방이 고요하다. 문학기행의 얼굴이 화사한 봄볕으로 빛이 난다.
문학기행의 얼굴은 정숙이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듯한 여인이 수를 놓고 있는 모습에서 생겨난 단어\"
고요할 정 엄숙할 숙 , 정숙(靜肅)이라는 한자어를 닮았다.
문학기행은 생얼을 닮아있다.
순수하고, 정숙(靜肅)한 얼굴빛이다.
글과 영상/ 유민자드림
댓글 10개
좋은 언어와 시상을 얻기 위해 길 따라 떠나는 문학기행. 산천경개 벗삼아 맑고 고운 인연을 벗으로 하는 예술적 행위, 꿈틀대은 공명을 가슴으로 들으며 문학기행의 맛과 멋을 맛있게 버무린 섬세한 글에 매료 됩니다.. 오랜만에 좋은 글로 훈훈하게 문학의 향기방을 빛내주시어 감사합니다. 추운날씨에 건강하십시오.
그래요. \"고운 인연을 벗으로 하는\" 예술사랑을 추구해요. 늘 고운 인사로 가슴에 훈기를 주시는 박종영시인님. 문학기행은 낯설게 느껴지던 문인들을 낯익게 만들어 주는 힘으로 문학의 배경을 알아가게 만들어요. 그 배경으로 너와 내가 희망을 조각하지요.^^ 그 희망조각들을 껴안은 너와 내가 하나 되어 문학기행의 맛과 멋을 버무려 서러운 어제의 역사를 지우곤 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귀하고 의미 있습니다. 투명한 생각과 영롱한 언어와 함께 작가의 섬세함과 부드러움과 겸손함이 모두 묻어납니다, 선생님!
\"투명한 생각과 영롱한 언어와 함께... \" 사실은요. 포아폴님의 귀하다고 느껴주시는 그 생각처럼 그렇게 내일을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어제처럼, 늘 부끄러운 졸고의 글이지요.
^^*
'우리, 오늘도 건강하게 웃어요.' ... 주몽의 활님. 이모티콘의 뜻, 맞나요? ^^
한 편의 글 한 장의 사진이 짧은 순간이나마 사람의 마음을 참 흐믓하게 해 줍니다 \" 나도 한 입 줘봐 \" 하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이 추운 겨울이 아니라 따뜻한 봄이라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오랜 세월이 묻어있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장맛보다 더 깊은 삶의 맛을 느껴봅니다 몇편의 글을 읽으면서 오늘의 추운 날씨와는 다르게 포근한 봄의 냄새가 멀지 않았음을 느낌니다 잘 읽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그 얼굴에서 고향냄새가 송글거리며 그 어떤 그리움이 솟아요. 맞아요. 삶의 깊은 맛! 글속에서, 한 장의 사진속에서, 봄맛을 느꼈다는 김재원님의 정겨움으로 기분좋은 오늘을 맞이합니다. 봄느낌이 밀려드는 산수유 그리고 소리쟁이 그리고 땅위로 솟구쳐오르던 대파의 부족한 사진 까지 올리려다가, 참았는걸요.^^ 훈기어린 인사, 김재원님. 오늘도 어제처럼 건강한 하루되세요.
나와너의 경계가 없어질때...,우리가 주인공이다. 애절하게 삶과 대면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정신이 번쩍 드네요.. 아~ 정말 매력적인 글입니다.^^*
유민자 선생님, 오랜만에 고향 찾듯 돌아와 문을 열어보니, 유선생님께서 열심히 문학기행 전도사가 되어 계시군요. 항상 밝고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시는 유위원님께, 평화와 안녕이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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